1.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구글에서 인간 무의식 영역을 조종하는 디자이너로 근무를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라는 사람이다.
2. 이 사람이 TED 강연에 출연해 양심 고백을 했다. 인터넷 기업들이 얼마나 인간의 무의식적 심리를 조종하며 수익을 창출하는지에 대해서다. 강의를 듣다보니 내가 쓴 글 원시인류 바이러스 (맨 아래 링크)를 정확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3. 여러분이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페이스북에 누가 나를 태그했다고 한다. 누구든지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당장 클릭을 해서 들어가고 싶다.
4. 이걸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원시인류 바이러스 (맨 아래 링크)에 의해 모든 인간은 타인의 ‘평판’에 민감 할 수 밖에 없는 심리를 지니고 있어서다. 저렇게 나를 태그했다는데 “내가 못생긴 얼굴로 찍혔으면 어떻게 하지?” , “누군가 댓글로 내 욕을 써놓았으면 어떻게하지?”라는 평판 걱정에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 들어갈 수 밖에 없도록 인터넷 기업이 설계해놓았다는 것이다.
5. 평판에 대한 두려움을 정확하게 파고드는 이 놀라운 심리 기법을 들으며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에 누가 나를 태그한 스토리를 올리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것부터 살펴본다. 이 블로그 또한 어떤 글을 썼을 때 조회수는 얼마나 나오는지, 공감 수는 얼마인지, 댓글은 달리는지 아닌지 신경쓰지 않을래야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나 또한 원시인류 바이러스가 내제되어 있어 ‘평판’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6. 문제는 이렇게 확인을 하는게 단순하게 사진이나 게시물을 단기간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거다.
7.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일에 집중하다가 누군가로부터 카톡을 받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으면 해당 메신저로 돌아가 답장을 하고 다시 내가 해야 할 일로 돌아오는데 무려 23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다들 모두 경험해봤을 것이다. 공부나 일을 하며 단순하게 메시지 하나 온거 답장해주고 왔을 뿐인데 내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지는 현상 말이다.
8. 책 <초집중> P. 197를 한 번 살펴보자.
“오늘날의 직장은 끊임없이 주의를 분산시킨다. 중요한 업무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데 상사의 지시로 주의가 분산된다. 1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할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긴급한’ 회의가 끼어든다. <중략> 우리는 불편함을 느낄 때 디지털 기기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자신의 지배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 디지털 기기를 통해 기분을 전환하려 한다. 사실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그룹 채팅에 참여하면 왠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인간은 집중력이 분산되는 순간, 다시 돌아가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런 불편함을 느끼면 아예 그냥 모든걸 포기해버리고 ‘디지털 기기’로 도피해 버린다. 그냥 이메일을 멍 때리면서 보거나 그룹 채팅에 시덥지 않게 참여하거나 웹서핑, 유튜브를 보든 식으로 자신이 겪는 불편함과 고통을 도피하며 잊어버리는 것이다.
9. 결국 인터넷 기업들이 만들어놓은 평판에 신경 쓰게 만드는 심리 트릭은 직장에서 어떤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상사가 우리를 부르는 것과 똑같다. 도저히 거부 할 수가 없다. 문제는 이렇게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해 내 자존감이 낮아지고 불편함을 느껴 ‘디지털 기기’로 도피해버린다는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데 카톡 조금 하다 집중력 다 흐트러지고 유튜브 보러 가거나 쓸데없이 웹서핑을 하며 시간을 낭비해버리는 것이다.
10. 더군다나 평판에 신경쓰는 것은 내가 어떤 일에 용기 내지 못하도록 만드는 주범으로도 작용한다. 말 그대로 원시인류 바이러스다. 내가 블로그는 어떻게든 원시인류 바이러스를 이겨내면서 가급적 평판에 신경 안쓰고 글을 쓰고 있지만. 유튜브는 아직까지 도저히 잘 못하겠다. 외모에 대한 평판, 컨텐츠에 대한 평판, 목소리에 대한 평판 등 글과 달리 평판의 난이도가 훨씬 상향화 되기 때문이다. 결국 나 또한 평판에 대한 신경쓰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카톡이 오면 그걸 보고, 인스타그램에 내가 태그된 것을 보면 그걸 보러 가고. 블로그에 댓글이 달린 것을 보면 바로 그걸 보러 간다. 이렇게 집중력이 다 흐트러져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한다. 결국 쓸데없이 평판에 집중하는 것이 문제다. 의도적으로 평판을 거부해야 한다. 결국 원시인류 바이러스를 치료해야 한다는 소리다.
<참고 자료>
https://m.blog.naver.com/no5100/222778693308
https://m.blog.naver.com/no5100/222779005449
TED 강연 “How better tech could protect us from distraction”
https://www.youtube.com/watch?v=D55ctBYF3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