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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Jul 13. 2023

<<사진의 별자리들>>

다양한 사유를 이어 그리는 사진 세상의 별자리들

https://artlecture.com/article/3076


사진 기술 일반에 관한 개론을 배우려면 바바라 런던 님의 <사진>이나 <깊고 충실한 사진 강의>를 읽으면 되고, 사진을 하는 자세에 관한 조언을 얻고 싶다면 필립 퍼키스 님의 <사진 강의 노트>가 도움이 될 겁니다. 사진 철학에 발을 들여보고 싶다면 이광수 교수님의 <사진 인문학>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존 버거 님의 모든 책 또한 사진 공부를 위한 좋은 책 리스트에 올려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이 리스트에 책 한 권을 더 넣을 수 있을 듯합니다. 올해 출간된 채승우 작가님의 책 <사진의 별자리들>인데요. 저자는 사진 만들기와 읽기에 관한 여러 텍스트를 정리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 이러한 글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더 생각할 거리는 있는지 하나씩 짚어가는 ‘약도’를 만들었습니다. 


책은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사진의 코드"는 19세기 전쟁 사진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작합니다. 수전 손택이 조작된 사진이라 단정했던 로저 펜텐의 사진이 ‘정말 조작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 에롤 모리스의 글은 권위에 기대 있던 저의 사진 읽기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있었던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 표절 소송과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반성 1) 등 익숙하게 알고 있던 사진을 다르게 보면 무엇을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보며 좋은 사진이라고 느끼는 건 어쩌면 “전형적이고 상징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무의식 중에 자리 잡았을지 모를 선입견을 지우는 일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2부 “사진이라는 매체”는 광학적인 ‘물질성’을 띈 사진의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문을 엽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는데, 전파 망원경이 찍은 블랙홀 ‘사진’은 흔히 이해하는 광학적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블랙홀 사진은 망원경이 포착한 전파 신호 ‘데이터’를 영상화한 이미지입니다. 그럼 이건 과연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사진의 정의에 의문을 제기한 2부는 벤야민과 수전 손택, 빌렘 플루서의 사진 철학으로 생각을 이어 나갑니다. 저자는 사진 보기와 읽기를 둘러싼 이들의 철학적 사유를 들여다보며 사진 고유의 속성은 무엇인지를 고민합니다. 이를 깨닫는다면 오직 사진으로만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부 “사진에서 주체의 문제"는 사진에서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관객은 작품의 완성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봅니다. 예술의 생산자인 작가가 작품을 둘러싼 모든 것을 결정하던 때도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를 알아야만 진정으로 예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관객이 독자적으로 작품을 해석하는데 더 큰 방점을 두기도 합니다. 이제 관객은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생산자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 사진이란 무엇인지, 마이클 프리드(<예술이 사랑한 사진>)와 루시 수터(<왜 예술사진인가?>)의 글을 읽으며, 포스트 모던 시대 예술(사진)의 정의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그래도 3부까지는 작가가 그린 약도를 따라 길을 찾을 만했다면, 4부 “사진적인 것"은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파트입니다. 저자는 립 뒤봐와 롤랑 바르트, 로잘린드 크라우스와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글, <사진적 행위>부터 <모든 것을 무릅쓴 이미지들>까지를 읽고 해석하며 “성좌들을 구축"하려고 시도합니다. 다만 독자가 이 시도를 한 번에 따라가기는 무리일 듯합니다. 저자가 인용한 원글을 읽고, 다시 그가 그린 약도를 여러 번 따라가 보아야 성좌의 흔적이나마 그릴 수 있지 않을까요.


채승우는 서문에서 말하길, 자신이 만드는 것은 지도가 아니라 약도라고 했습니다. 콕 찍어서 답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안내서를 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약도를 보며 독자가 자기만의 약도를 그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사진의 별자리들>은 한번 읽고 소화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작가가 인용한 책들까지 모두 찾아 읽고 ‘연결’하려면 적어도 일 년 이상 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깊은 사진 읽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길 권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만의 생각과 해석을 만들고, 자신만의 “사진의 별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참조 자료.  

1) 아쉽게도 이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반성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잡지의 소유주인 디즈니가 소속 기자 전원을 해고했기 때문이지요.  -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306292149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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