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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운 바위풀 Jan 08. 2024

《그 골목》- 윤성회 개인전

갤러리 류가헌. 24.1.2~14.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는 윤성회 작가님의 개인전 《그 골목》에 다녀왔습니다.


무엇보다 "일상을 꾸준하게 기록하는 작업 방식"이 제 취향 저격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네요. 이러한 창작의 과정부터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론 저보다 경험이 많으시지만, 자녀를 키우는 동지(??)로서의 동질감도 조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윤성회의 프레임 속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그 골목'입니다. 딸의 하원을 기다리며, 그저 몇 분 동안 차를 세워 두던 골목 한 귀퉁이지요. 그런데 그 골목은 한 차례도 똑같이 '겹치는' 일이 없었습니다. 한 장소에서 비슷한 밤 시간대에 찍은 사진들이지만, 개개가 자기만의 고유함을 품고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 그곳을 채우고 있는 공기, 그곳을 둘러싼 풍경의 분위기까지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시 서문을 써 주신 강홍구 작가님은 윤성회의 사진을 작가 개인의 기억, 딸을 기다리는 엄마의 기억에서 확장되어 사회적 기억이 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혀 연출되지 않았지만, 무척 연극적인 프레임 안의 풍경이 현실을 환기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 이러한 연극성, 꾸미지 않았는데 오히려 꾸민 듯한 감정은 오직 사진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입구에서 시작해 전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작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장면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굳게 닫혀 있는, 철제 슬레이트로 둘러싸인 저곳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아마 흙도 다지지 않은 땅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멀리 서 있는 고층 아파트가 암시하듯, 어느 날 갑자기 작은 빌딩이라도 올라가지 않겠나 상상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아, 공사 자재를 쌓아 두던 공터였구나. 그렇게 호기심이 풀렸습니다.


한 번 속살을 드러낸 공간에는 제 예상처럼 건물이 올라가진 않았습니다. 대신, 어느 날 갑자기 노란색 주차장 플래카드가 걸리더니, 차들이 들어서고, 관리사무실인 듯한 작은 컨테이너가 구석을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사진을 찍으며 이 공간의 변화를 어떻게 인지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녀 사진의 프레임 속 요소들이 서로 경중을 가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진가와 감상자의 시선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오는 14일까지입니다. 갤러리 2층에서 열리는 이상엽 작가님의 출판 기념 전시 《은어는 안녕하신가》와 함께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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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 윤성회 개인전.

갤러리 류가헌.

2024. 01. 02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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