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라이브러리 클럽
작년 여름, 잡지 기고를 위해 박건희 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미래작가상 수상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젊은 대학생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만나는 재미도 있었고, 제게는 익숙하지 않은 영상 작업도 보면서 많은 공부를 하는 기회였습니다.
한데 당시 인터뷰를 하며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십여 년 넘게 미래작가상을 운영하며, 대학생 작가를 지원하는 박건희 문화재단이었습니다. 재단은 1995년에 타계한 젊은 작가 박건희를 기리며 세워졌고, 시각 문화 예술과 관련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사진가들을 후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대체 박건희라는 작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그렇게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지만, 재단 홈페이지의 몇몇 자료 이외에는 마땅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쯤은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한국 사진 관련 책을 1,000여 권 넘게 소장하고 있는 사진책 도서관을 찾았다가, 궁금증을 풀 기회가 생겼습니다.
서가에서 책을 뒤적거리다가 2005년 발간한 박건희 유작 사진집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그가 남긴 사진 중 추린 100여 점의 이미지와 대학 시절 쓴 보고서, 박평종 선생의 평론이 실려 있었습니다. 꿈속 같은 사진, 불안하게 잘린 도시와 고양이의 초상, 프랑스 아비뇽에서 찍은 사진까지 아주 많지는 않아도, 이십 대의 박건희가 보려 했고, 보여 주려 했던 건 무엇인지 한 발짝 가까이 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웬만한 곳에서 찾기 힘든 희귀 사진집을 볼 수 있었던 곳은 류가헌에서 새롭게 시작한 “류가헌 라이브러리 클럽"입니다. 류가헌은 십여 년 전 처음 갤러리 문을 열었을 때부터 사진책 도서관을 함께 운영했는데, 갤러리를 이전하면서 도서관을 한동안 닫았다가, 2024년부터 새로 회원제로 라이브러리 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운동 갤러리 2층 한편에 위치한 서가는 공간이 아담합니다. 하지만 절판된 사진집과 이론서부터 한정판으로 나온 사진집까지 한국 사진가와 관련한 책을 찾고 있다면 이곳보다 더 나은 공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클럽 회원으로 가입하면 네이버 플레이스 예약을 통해 사용 시간을 지정할 수 있고, 소모임을 위한 공간대여 등도 할 수 있습니다. 방문자가 한 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하네요.
라이브러리 클럽 회원은 한 달에 한 번 진행 계획인 사진가의 북토크에 우선 초대 받을 수 있는데, 1월에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아마도 좋아하는 분이 무척 많을 듯한, 사진집으로는 드물게 3쇄 이상의 사진집을 찍은 모 작가님의 북토크라고 하니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이밖에 회원 등급에 따라 사진집 및 작품 구입 할인, 전시장 대관료 할인 같은 혜택도 있으니 한번 살펴 보시길 바랍니다.
참조.
류가헌 라이브러리 클럽 가입 안내 링크: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noongamgo&logNo=223300577147&navType=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