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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있는 공부쟁이 Oct 23. 2021

[울산항만공사] 항만 그리고 공사 이야기

신이 모르는 진짜 알짜 공공기관

올해 진행된 국정감사 2021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내부직원을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부동산에 민감한 시기인만큼 관련 문제를 안 꺼내 놓을 수가 없는데, 이번에 문제된 사안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자금 대출금리"에 관한 것이었다. 내용인즉, "직원 주탁자금대출 제도의 금리가 초저금리로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항만공사 직원들이 디딤돌 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로 회사돈을 빌리고 있어 방만 경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4년간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2018년 1.55%에서 2021년 0.72%로, 울산항만공사의 경우 1.79%에서 2021년 0.85%,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018년 2.72%에서 2021년 0.88%로 낮아졌다고 한다. 시중 KOFIX 연동 금리가 오르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오히려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과 그 금리 절대수준 자체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시행하는 디딤돌 대출 금리보다 더 낮다는 건 엄청난 금리란 의미다.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잘 모르고 지원자들도 익숙하지 않은 "신이 모르는 항만공사"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짧은 기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속속들이 그 내용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다뤄 보고자 하니 취업을 희망하는 분들은 이 곳도 좋은 직장이므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항만은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가끔 여행갈 일이 있는 가운데 우연히 들르는 경우는 있지만, 항만만을 구경하기 위해서 여행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볼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가 있는 도시를 방문하면 항에 개설되어 있는 수산시장에서 각종 해산물을 구입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어항과 항만은 엄연히 다르다. 항만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항만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항구와는 다르게 상업적, 무역적 가치를 지닌 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되는 곳이기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그들만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참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항만공사는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가.


어떤 일을 하고 근무환경이 어떤지에 대해서 알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항만공사의 조직적 성격을 알아보면, 공사는 시장형 공기업(부산, 인천)에 속한다. 총 수입액에서 자체수입액이 85%이상을 차지하는 기관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각종 발전사 등 "한국XX공사"로 익숙한 기관들과 같이 자체사업을 통한 수익 기반으로 기관이 운영된다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때 자원외교를 한다고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대규모 해외사업을 추진을 하였고, 그 이후 잘 나가던 석유공사는 한 순간 빚더미에 앉아 예전만 못 한 기관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항만공사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 아냐? 그런데, 무슨 신이 모르는 직장이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이명박이 삽으로 성공한 인물이기에 본인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삽으로 성공할 꿈을 꿨던 것이 잘못된 길이 되었을 뿐. 물론, 어느 정권이 들어서서 항만공사를 이용한 관련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여 그 사업의 성과가 나쁘게 되면 오로지 그 결과는 그 기관의 몫이 되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항만의 관리를 위해서 국가에서는 부산, 인천, 울산, 여수광양에 항만공사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항에 "경기평택항만공사"가 있지만, 이는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여타의 4개 항만공사와 다르게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이다. 요약하면, 5개 항만공사는 모두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항만공사이나, 4개 항만공사는 중앙행정기관(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고, 1개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것이다. 바다를 어느 정도 아는 분들은 이러한 차이점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있으나 항만공사라면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 추가 설명을 하였다. 부산항만공사가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부산·인천항은 컨테이너항으로서의 역할, 울산·여수광양항은 주변에 석유화학 관련 산업군들이 집적되어 있어 오일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지리적 입지와 산업적 특성을 반영한 항만 고유의 역할이 있다.


항만공사는 어떤 일을 해서 수익을 얻을까. 주로하는 일은 항만운영 및 건설, 항만배후단지를 이용한 사업 등이다. 이 밖에도 많은 사업을 하는데, 이 정도만 아셔도 무방할 거 같다. 항만의 운영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리적 입지에 기반하여 각종 화물을 싣은 선박들이 항만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경우 항만공사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시설에 대한 사용 수익료는 선사 및 화주가 야적장, 창고, 안벽 등의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을 하는데, 통상 배가 항만에 입항하게 되면 바로 접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박료, 접안을 했을 때 받는 접안료, 입항료 등 가만히 앉아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일부 항만시설에 대하여 섹터를 구분하여 특정선사 또는 부두운영회사 등에게 전용사용권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수익도 얻는다. 그야말로 현대판 봉이김선달이 여기에 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업은 배후단지에 관한 것이다. "배후단지"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구글 검색의 정의를 빌리자면, "무역항의 항만구역에 지원시설과 항만친수시설을 집단적으로 설치·육성함으로써 항만의 부가가치와 항만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항만을 이용하는 사람의 편익을 꾀하기 위해 〈항만법〉에 따라 지정·개발하는 토지"를 말한다. 이해를 위해서 작성한 내용이 더 머리를 아프게 한 것 같다. 미안하다. 지울까 하다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쉽게 설명을 하자면, 항만 인근에 위와 같은 목적으로 토지를 조성해 두고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을 유치해서 물류 이동이 길지 않게 곧바로 선적하여 수출할 수 있는 물류기지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보다 쉬울 거 같다. 이러한 항만배후단지를 조성을 해서 각종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하며, 그에 따른 수익을 얻는 부동산업도 항만공사의 주요사업이다. 도심보다는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에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도심에 멀긴 하지만 해외 물류(수출입)를 하여야 하는 기업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입지여건이 항만의 배후단지인 것이다. 




항만공사의 근무여건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업 이야기만 해서 지루할 것이다. 그럼, 여기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고 근무여건은 어떤지 이야기 해 보자.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내가 왜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고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앞서의 사업내용과 본 내용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항만공사는 선발인원은 굉장히 소수이다. 내가 입사할 때 제법 많은 수의 인원(5명)을 선발하기는 했는데, 매년 선발하는 인원이 타 공공기관 대비해서 큰 규모가 아니다. 더욱이 기획재정부에서 유사한 성격의 공공기관은 합동채용을 진행토록 하여 항만공사도 4개의 항만공사(PA)가 합동채용을 실시하고 있어 때론 필기와 면접일자가 겹쳐 이곳저곳 지원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원자에게 더 안 좋은 상황은 내가 입사했던 울산항만공사의 경우에는 최종 선발하는 T.O 보다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한 후 부서 순환을 통해서 지원자의 역량을 점검하고, 최종평가를 통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채용형 인턴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게 정말 지원자를 피 말리는 제도인 것이다. 왜냐하면, 같이 입사한 직원들끼리의 상호 간 경쟁을 부추기고 결국은 최종 탈락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구조라 직원을 평가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기관에서는 우수인재 선발을 이유로 좋은 제도일 수 있겠으나 그 기간 동안의 구직자의 입장(Position)은 그야말로 헬이다. 어떻게 지냈는지 또렷이 기억나는 3개월이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정규직"이라는 자리에, 그렇지 못 한 친구는 다시 "구직자"로 돌아간다. 내가 입사할 이전에는 하나의 Position에 2명이 경쟁을 했고, 한 명이 최종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근무강도는 그렇게 세지 않다. 근무강도 부분은 주관적인 평가의 가치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름 서너 번의 이직을 통해서 공공기관 유형에 따른 각 기관 경험이 있어 비교 잣대를 가지고 판단을 해 보면 항만공사의 근무가 힘들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의식해서 각종 내부직원의 복지를 위한 유연근무가 활성화 되어 있고, 이를 활용하는 인원들도 굉장히 많다. 어떤 직원은 해운대에서 울산까지 출퇴근을 하는데, 아침 7시에 출근을 해서 오후 4시에 퇴근을 하기도 하고, 근무시간을 매일 30분씩 연장해서 금요일에 이른 퇴근을 통해 대학원을 다니는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인 제도는 모두 다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다른 공공기관과 차별성이 없는데, 뭐가 좋다는 말인가?


퇴직한다고 했을 때 모두들 나를 만류했다. 당시 로스쿨을 가겠다라는 이유로 퇴직하겠다고 하였는데, 어렵게 입사한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대학원을 다닐 수 있으니 재고해 보라고 했다. 또한, 노조위원장과의 면담 시에는 본인이 근무를 해 보니 판사보다도 좋은 직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는 견해도 보였다. 뭐가 이리 소속 직장에 대한 자부심으로 넘쳐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어느 것 하나 이거 때문에 우리기관이 최고다라는 것이 있는 건 아니다. 앞서 말한 공사의 사업구조와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이만한 직장이 없고 이 곳은 더욱이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만의 세상인 것이다. 


공사의 연봉은 괜찮은 편이다. 구체적인 공사의 연봉은 공공기관 정보사이트인 알리오를 참조하면 되겠다.(2021년 UPA의 신규사원 초임은 47백만원 수준) 공사이기 때문에 경영평가와 연동되는 경영평가 성과금이 있어 경영평가 등급에 일부 영향을 받긴 하지만 말이다. 연차가 쌓이면 더욱 좋다. 공사의 업무가 선사 및 물류 관련이고 전 세계에 한국의 항만공사와 같은 Port Authority 기관들이 존재하기에 해당 기관과의 교류 및 벤치마킹 등 세계를 무대로 근무하는 것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제격이다. 또한, 해양산업 관련 분야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특성을 가지는데, 대부분 학부에서 해양 관련 전공을 한 사람들이 다소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한국해양대학교 등에서 해양 관련 전공을 한 사람, 관련 전공을 한 이후 기관사 등으로 배를 좀 타다가 온 사람과 해양수산부 관련 공무원을 하다가 이직을 한 사람, 해운사와 같은 선사에서 일을 하다가 온 사람, 어릴 적부터 항만공사가 위치한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바다가 익숙하고 항만공사를 존재를 다른 사람들보다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항만공사에는 회계사와 세무사와 같은 전문인력들도 존재한다. 저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공기관 중에는 생각하지도 못 했던 기관들이 참 많이 있다. 

공공기관 입사 or 이직에 관심이 있다면, 그 중 항만공사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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