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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있는 공부쟁이 Oct 16. 2021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원 이야기

문돌이는 모르는 공돌이 이야기

문돌이는 몰랐다. 공돌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이야.


내가 세번째 직장인 국민연금공단에서 이직하여 입사한 곳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지나고 나면 힘든 순간도 추억이 되듯 여느 입사전형과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했는데  입사 후 선배의 이야기에 정말 내가 한 것인지 지금도 의아하기만 하다.


"너 어떻게 들어온거야?"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이번에 경쟁이 엄청 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입사 경쟁률이 4백대 1 즈음 된다고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경쟁률을 이겨내고 입사한 직원이 지방 국립대 출신이고 게다가 경력도 짧은 친구가 되었으니 의아해 할만하다. 




최종면접을 되짚어보면, 최종 면접장에 참 많은 면접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같이 들어간 지원자(경쟁자)들이 하나씩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좋은 기관에서 왜 이 곳에 오려고 하는거지?' 라고 혼자서 생각하고 있었던 그 찰나가 뇌리에 스치며, 지금도 그 면접장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에 재직하고 있었고, 그 때 당시 지역본부별로 1명씩만 있었던 소송 담당자로서 담당하고 있던 소송이 한창 진행이 되고 있었기에 막연히 이직에 대한 생각만 가지고 두서없이 지원서를 내고만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이직하려는 기관에 대한 정보검색과 면접준비는 나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직장상사에게 집에 일이 있어서 휴가를 좀 써야 할 거 같다고 대충 둘러대고 1차 면접을 다녀오고 난 뒤에 합격소식을 접하고 기뻐하던 것도 잠시, 2차 면접은 1차 면접에서 그리 긴 기간을 두고 진행되지 않았고 바로 한 주 건너 바로 2차 면접이 최종면접이라는 일정을 접하고는 또 다시 공단에는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나 머리만 지끈거리기만 했다.


대구경북지역본부로 새로 발령을 받고 업무에 익숙해 지기도 전이었기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빨리 적응할 필요가 있었고, 한편으로는 이직에 대한 생각들로 2가지 안테나를 돌려야 했기에 당시 참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연금공단은 어떤 일이 있어도 칼퇴근은 지켜졌기에 퇴근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육체적으로 피곤해서일까 아니면 이직에 대한 열정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인지 면접을 목전에 두기 전까지 그렇게 많은 애정을 가지고 정부출연연구원에 대해서 알아보지 않았던 것 같다. 막연히, 면접을 앞두고 관련 정보를 찾아 보았을 때 정보가 많지 않았었고, 정부출연연구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임용만 되면 나름 괜찮은 대우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던 것 같다.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 때 정부출연연구원에 대해서 자세히 찾아보았더라면 얼마나 이 곳이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고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인지 알게 되어 더욱더 욕심을 불러 오히려 그르치진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잠깐이지만 집중적으로 해당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면접장에서 이 말만은 꼭 하고 나와야겠다라고 몇 가지 준비를 하고 들어갔다.


최종면접장에서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시켰는데, 경력자가 아닌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다들 현재 재직 중인 직장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좋은 직장들이었고, 저마다의 나름대로의 이유로 이 곳 정부출연연구원 이직을 희망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였다. 걔 중에는 현재 다른 연구원에 재직하고 있으면서도 더 나은 대우를 위해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이도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늘 준비된 자기소개를 마친 이후에는 으레히 나의 시나리오 예상안대로 좋은 직장인 국민연금공단에서 왜 굳이 이직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의, 즉 이직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이후, 몇 가지 질의가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연구원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의였는데, 다른 지원자들이 각각 하나씩 답변을 하는 부분에서 난 3~4가지 정도를 이야기 한 거 같다. 이 부분이 어쩌면 면접 준비를 하면서 내가 꼭 이야기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준비해 간 부분이었는데, 최종 발언의 시간을 줄 것을 대비해서 준비해 간 나의 멘트가 그 간의 면접 판세를 바꿀 한!방!이었던 것이다. 




면접의 유형마다 각 지원자는 면접의 전략을 다르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출연연구원과 같이 아주 적은 소수 인원을 선발하는 면접장에서는 다른 경쟁자와의 차별화 된 부분을 강점으로 면접위원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고, 국민연금공단과 같이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공개채용에서는 어느 정도 묻어가는 답변만으로도 선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대규모 공채에는 굳이 튀어가면서까지 본인의 차별성을 부각하지 않아도 되니, 면접에 따라 강약 조절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전략인 셈이다.


그 때 내가 최종적으로 답변한 내용을 기억해 보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표홈페이지에 기재된 각종 데이터 수치를 제공하는 부분에 합계의 오류가 있었는 것을 지적하면서 일처리에 있어서 꼼꼼함으로 임하는 태도와 의지를 표명하였고, 국민연금공단에서 많은 일처리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자세와 노력했던 부분들, 신입직원으로서 얼마 되지 않은 기간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경험 등을 토대로 임용 후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요소요소 강조하여 언급하였었다. 그 부분이 주효하게 면접위원들에게 각인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면접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대전 지역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고,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는 연구원의 통보였다. 그것이 정부출연연구원과의 첫 인연이다.


대전에 사는 사람들은 대덕연구단지가 익숙하겠지만 타 지역에서 사는 사람은 연구단지가 어떤 곳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그냥 박사들이 있는 곳 정도' 처음 면접을 보러 연구단지 갔을 때 느꼈지만, 대덕연구단지는 참 조용하다. 조용하다는 표현보다는 참 아늑하다. 처음 조성 때부터 녹지조성에 대한 계획이 잘 수립되어 있었던 것 같다. 오래된 가로수들이 참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이 곳에서 생활하기에 보다 적합한 사람은 액티브(Active)한 성격의 사람보다는 조용히 본인만의 뭔가를 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보다 더 적합할 거 같다라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있다. 물론, 연구원에서 직접 근무하면서도 그렇게 느끼긴 했다. 그렇지만, 연구원 안에 생활하는 직원들 성향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물론 많이 있긴 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연구원 안에 거진 대부분 테니스장이 있다. 멀리 나가서 운동하기 힘드니 연구원 내에 테니스장이 있는 듯 하다. 연구단지 안에 스포츠센터가 있고, 수영장도 있어 새벽 수영을 즐기거나 퇴근 후 수영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참고로 한국에 있는 모든 연구원이 대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원이라는 기관은 "정부의 예산을 출연(지원)받아 운영되는 기관"을 칭하는데, 정부가 특정분야의 육성을 목적으로 해당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 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 박사급 인력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문돌이는 처음에 몰랐다. 이렇게 공돌이들이 많을 줄은.


연구원이라고 하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대쪽 연구원을 우선 떠 올리기 쉬운데, 이공계 연구원 외 경제, 인문 분야를 연구하고 연구원들도 다수 있다. 이들을 관리하는 기관이 또 있는데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다. 경인사회 산하에는 우리가 잘 아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비롯하여 26개 소속 연구기관들이 있다. 


내가 재직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경인사회 산하 기관이 아니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기관으로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술 기반의 공학 관련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기관이다. 연구회 산하에도 약 25개 출연(연)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중심축으로서 미래 30년을 선도해 나갈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연구를 하고 있는 박사들과의 관계는 어떠하며,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


연구원의 연구진들은 거진 다 박사급 연구인력이다. 저마다 전공한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각 연구원의 성격에 따라 물화생지(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에서 하나를 세부전공한 박사들이다. 정출연 직원들의 특징은 연구진과 비슷하게 일명 가방끈이 긴 사람들이 다수 있다. 문돌이지만, 박사까지 공부한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석사학위는 어쩌면 좀 흔하기도 하다. 뭐, 절대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일할 때 보다 주위 동료들이 그런 사람이 많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이에 대한 나의 판단도 그것에 기인한다. 연구진들과 직원들은 서로 존경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하고 있다. 그 이유인즉,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이 생긴 지가 대략 40~50년이 되어 가기 때문에 그 간의 조직문화가 그렇게 형성된 거 같다. 그래서, 일방적인 연구진의 강요와 절대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가지 정출연 근무의 유의사항은 이 곳도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자리에 오를 수가 없는 한계가 있다. 행정직원들은 행정처장 or 행정본부장이라는 직함이 본인이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또한, 이 곳 근무는 행정직원의 규모가 타 조직대비 적은 수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누군가가 보직을 맡았다가 물러나게 되면 다시 실무자(담당자)가 되는 특이한 직무(인력) 순환이 이뤄진다는 특색이 있다. 본인이 본부장(행정분야 최고의사결정권자)이 되었다가 보직을 그만두게 되면 또 실무자가 되는 그런 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모두들 그러한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영원히 본부장인 사람도 없거니와 계속 실무자인 경우도 없는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이러한 부분이 보다 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것일수도 있는 것 같다. 연구진 대비해서 행정인력들은 10%~20% 수준이라서 선발인원이 굉장히 적다. 그래서, 관련 공고가 뜨더라도 선발인원을 보고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포기하지 말자! 나도 들어왔는데, 당신도 할 수 있다! 1명을 선발하면 그 1명이 당신이 될 수 있고, 그 확률은 다들 동등하다. 


근무환경은 여타 다른 기관과 비교하면 굉장히 좋은 조건인 거 같다. 일단, 앞서 말한 녹지가 잘 조성된 곳에 기관이 위치하고 있어서 정서적으로 참 좋다. 아울러, 점심 후 산책하기에는 제격이다. 연구단지 안에 연구원들을 위한 어린이집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박사 부부 또는 직원들은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하기도 한다. 연구단지 안에는 체육시설도 잘 되어 있다. 수영장을 갖춘 스포츠센터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골프연습장이 있어 싼 가격에 이용도 가능하다. 


정부출연연의 복지는 어떠한가. 복지는 따로 강조할 부분은 크게 없는 것 같다. 다른 기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웬만하면 다 갖춰져 있는데, 한 가지 차이점은 과학기술공제회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학교 교직원과 마찬가지로 공제회 가입을 통해서 저축급여의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적용받을 수 있고, 공제회에서 운영하는 각종 지원사업과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출연연의 연봉은 타 기관 대비 해서 높은 편이다. 알리오에 공시되는 평균임금이 박사급 연구진에 대한 연봉도 부가된 측면이 있어 높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반직원들의 연봉도 박사급 인력에 비해 그렇게 나쁜 처우는 아니다. 각종 연구개발능률성과급 등 수당을 생각하면 다른 공공기관 대비해서 출연연 일반직원들의 처우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어렵게 입사했으니 누리는 것은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럼,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둔거야?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원 있을 때 나의 부서장과 사이가 좋지 못 했다. 예산 관련 업무를 처음 하면서 거진 매일 야근을 한 거 같다. 그러면서 부서장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나도 일과에 지친 상황에서 티격태격하면서 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가 생각해 보면 부서장과의 사이 보다는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왜냐면 대전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어서 매주 대구에 와서 지내다가 주말에 돌아가곤 하였는데, 연구원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마냥 무겁기만 했고, 가까이할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못 했다. 퇴근하면 부서원들과 선배들은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갔고 혼자 덩그러니 사무실에 남아 있기도 했고, 퇴근을 해도 연구원 내 기숙사에서 지냈기 때문에 퇴근을 한 거 같지도 않았다. 그냥 우유자적하면서 지내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 했으면 문제 없었을텐데, 개인적인 그 때의 심정과 감정이 조금 생각나긴 하지만, 한편으로 정출연의 퇴직은 후회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 때의 선배와 상사와는 종종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그 때가 그리워서 연락을 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기도 한다. 


연구원의 불은 잘 꺼지지 않는다. 실험실 불이 꺼지면 우리나라 미래가 어두워지는 법! 그래도 연구하는 사람들의 실험실은 거진 새벽까지 불을 밝히기도 한다. 연구원 있을 때 룸메이트 동생의 퇴근 시간은 거진 자정 or 새벽이 부지기수였던 것 같다. 그렇게 불철주야 연구를 하니깐 그래도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닐까


연구원의 승진은 일정 연수가 경과하면 승진대상자가 되는 제도를 따르고 있다. 대부분 해당 직급에서 어느 정도 업무를 수행하였고, 연구원 발전의 기여도를 평가하는데, 연구원의 행정직원들의 직급은 크게 3개 직급(행정원-선임행정원-책임행정원)으로 구분된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승진에 따른 Benefit 이라면 연봉의 상승 정도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들 책임행정원 or 책임기술원이 되는 것이기에 그렇게 승진에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승진에 탈락하게 되면 자존심에 상처가 생기도 그게 못 마땅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승진에 연연해 하지도 않는 것 같다. 


최근의 정출연의 공채는 합동채용 형식으로 연구회에서 일괄 채용공고를 통해서 개별 기관의 채용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개별 기관들이 각개 전투를 하던 것을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라 비슷한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들끼리는 모아서 합동채용의 이름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사실 즈음은 공공기관 채용을 희망하는 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채용 관련 정보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채용사이트(https://jobfair-gri.k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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