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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있는 공부쟁이 Oct 16. 2021

[국민연금공단] 공적연금 그리고 공단 이야기

공공의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 둔 것인가요?"


사기업을 그만두고 운이 좋게 들어간 국민연금공단을 퇴직하고 이직하려는 기관의 최종 면접장에서 나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또한,  국민연금에서 일을 했었다고 이야기를 하면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국민연금공단.... 좋은 직장인가?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어쩌면 직장으로서의 국민연금공단은 직장인들에게 매월 공공의 적이지만, 그래도 사람들 인식에는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잠시나마 재직했던 사람이고 아직도 동기들이나 선배들이 국민연금 관리를 위해서 일선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기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그러나, 취업희망자들의 선호하는 직장이지만 속 사정을 자세히 모르는 분들에게는 궁금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본인이 재직하면서 느꼈던 공단의 분위기, 장단점 등을 조금 자세히 이야기 해 보려 한다. 




본 이야기는 재직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견해이고 현 상황에 대한 이해는 없기에 관련 내용을 참고하여 국민연금공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지원하고자 하는 이들은 참고만 하였으면 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조직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위해서는 공적연금제도에 대한 간략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재직하면서 늘 국민연금제도에 대해서 민원 상담을 하거나 제도소개를 할 때 거시적인 제도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 한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면 자꾸만 같은 말을 되풀이 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다. 어쩌면, 시작의 궤를 처음부터 다르게 했기 때문인데, 공적연금 제도의 이해를 조금만 가지고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게 되기에 조금 따분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간략히 다루고 딥(Deep)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일단, '연금'이라는 것 자체는 아직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층에게는 그렇게 와닿는 것이 아니며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연금이 뭐야?'라고 용어 자체에 생소함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크게 관심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 한다. 물론,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은퇴를 앞 둔 분이시거나 이미 은퇴를 한 시니어 레벨(Senior Level)에 계신 분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다. 


연금이란, "소득의 일부를 일정기간 납부하여 퇴직 혹은 사망 등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계속해서 지급받는 급여를 말한다(네이버 지식백과)". 근로 가능한 시기에 소득의 일부를 저축하여 두고 소득이 없는 경우를 대비하는 (금융)상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 연금이라는 상품을 개인이 본인의 선택에 따라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서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가입시키는 제도를 마련하였는데, 이를 "공적연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연금",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학연금" 이렇게 4개의 공적연금 제도가 운영 중이다. 이 중 국민연금의 재정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국민연금 외 다른 공적연금을 "타 공적연금"이라 칭하고, 다른 공적연금 관리주체도 그렇게 부를 것이다. 


그럼, 왜 국가는 원하지도 않는 연금 가입을 강제하는 것일까?


본 글에서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거니와 본 글은 국민연금공단 조직 및 근무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목적이기에 짧게 답을 하자면, "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법에 가입의무에 관한 내용이 있어 이에 해당하는 모든 가입자는 가입의무를 가진다. 공적연금 제도와 달리 민간에서 운영하는개인연금은 개인에게 선택권이 있고 각 금융사마다 금융상품으로 취급을 하고 있고, 공적연금과는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러한 공적연금 중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 중 준정부기관으로 기금의 위탁 관리를 주요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을 관리하는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4대 보험을 관리하는 보험기관 중 하나이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은 연금에 관한 관리만 하는 기관이 아니다. 장애인 및 기초수급자에 대한 각종 서비스도 공단에서 영위하는 주요사업 중 하나이다. 이에, 연금관리만 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회복지 차원의 장애인과 기초수급자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운영하는 복지기관인 것이다. 그래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첫 발령지는 경북 영주시였다. 영주라는 도시는 태어나서 가 본 적도 없었고, 이전까지 나에게 그렇게 친숙한 곳도 아니었다. 발령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Daum에서 로드뷰로 영주지사 반경 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었다. 멘붕!!! 구직 전에는 합격만 시켜 준다면 대한민국 내 어디든 보내도 다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작 가라고 하니 못 가겠다. 이래서 사람의 마음이 이처럼 간사한 것이구나.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이렇게 다를 줄이야. 그래도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누구 말대로 이름에 "복"이 있어서 그런건가. 아니면, 할아버지께서 뜻 하신 한자의 뜻풀이대로 인생이 풀리는 것인지 국민연금공단에서 가장 작은 지사로 발령을 받았지만, 거기에 계신 선배님들은 정말 큰 사람들이었다. 업무능력이나 인품이나 그 곳에서 난 참 많은 걸 배웠다. 


첫 출근한 날을 잊지 못 한다. 한편으로 설레이기도 했고,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했던 것 같다. 계약직으로 근무하시던 분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사이 시간은 훌쩍 가 버렸고, 퇴근 시간이 땡! 하니 나보고 이만 퇴근해 보라고 하셨다. "오! 이거 왠걸? 설마 지금 나 보고 집에 가라는 건가? 진심? 에이 설마?? 테스트인가?


왜냐면, 난 사기업에 있으면서 야근을 한 날이 하지 않은 날보다 더 많았기에 정시 퇴근이 나에게 낯설었다. 그런 나에게 땡퇴를 하라니.. 말이 되는건가? 아님 나를 테스트 하시려는 건가? 바로 옆 나의 멘토께서 얼른 컴퓨터 끄고 가 보라는 거듭된 성화에 난 그렇게 못 이기는 척 나왔다. 그 이후 얼마 안 되어 난 정시 퇴근이 곧 익숙해졌다. 사람의 습관은 참 무서운 법이다. 이처럼, 국민연금공단은 "정시 퇴근"이 가능한 직장이다. 오히려, 정시 퇴근하지 않은 지사가 이상한 지사인 것처럼 조직문화 자체에 정시 퇴근의 문화가 있다. 단,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듯 내가 가 보지 않았지만 "공단 본부" 근무는 "정시 퇴근"이 어렵다. 물론, 이마저도 케바케라고 한다.




국민연금 안 내면 안 되나요? 내가 낸 돈 돌려받고 싶어요!


국민연금의 대부분의 직원은 민원 관련 대응이 주요업무이다. 아무래도 거의 모든 국민이 가입대상이고 가입자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루에 받는 전화가 수십 통에 이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회보험이라는 공공의 영역에서 착실한 소임을 다 하고 있다는 그 점만으로도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 곳에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당신이 민원 관련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국민연금공단에서 할 수 있는 직무는 모든 조직에서 수행하는 경영기획 또는 경영지원 관련 업무에 한정된다. 따라서, 본인이 민원 업무에 적성이 맞는 유형인지를 잘 고민해 보고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뭐 그까이꺼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쉽게 생각하지 마시길. 난 민원업무를 하는지도 몰랐고, 시키면 다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있었다. 절대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루는 근무 중에 '본인이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겠냐'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 사연을 물은 즉, 본인이 투병 중에 있는데 병원비가 모자라 고민하던 중 그간 가입했던 국민연금이 생각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낸 돈을 지금 좀 받아 병원비로 사용을 하고 싶다는 것이 요지였다. 참 안타깝지만, 돌려 받을 수 없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연금액은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 본인이 원한다고 마음대로 해지하여 돌려 받을 수 있는 성격의 재원이 아니다.


또 다른 하루는 자영업을 하시는 대표님께서 연락이 왔는데, 사업이 너무 안 되고 있는데 국민연금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사업자금도 부족한데 국민연금을 어떻게 내라는 소리냐는 불만 민원이었다. 죄송스럽게도, 신고 소득액이 있는 경우 국민연금을 안 내실 수는 없다. 이 또한 법에서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난 참 많은 유형의 민원을 접하였고, 그들과 함께 참 많이 웃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으며, 도움을 못 드려 안타깝기도 했고, 거듭된 악성민원에 시달려 스트레스로 몸이 아프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추억이지만, 그 때는 그 순간을 즐기지 못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인간은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을 통한 경험으로 현재의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기에 과거로 돌아간들 그 때 그 순간 중요성을 깨닫기는 힘들다. 


4대 보험공단 분야를 준비하는 지원자들은 이쪽 기관들의 급여나 복지가 박하다는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국민연금 규모가 몇 백조가 되든 그 기금을 직원들 급여나 복지에 사용할 수는 없다. 기금의 규모와 직원의 근무여건은 천양지차다. 매년 발표되는 알리오 평균연봉 순위에 국민연금공단의 순위는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다. 한 가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재직하고 있을 때보다 현재 급여수준이 개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공단의 근무여건만 개선되었다고 할 순 없을테니 그에 대한 판단은 당신에게 맡기겠다. 다만, 신입사원 초임이 박해서 그렇지 일명 간부급(3급 이상의 차장급)이 되면 그래도 형편이 낫다. 다른 공공기관의 평균 또는 그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근무평점을 잘 받든지 or 승진시험을 잘 쳐서 합격을 해야 한다. 




순환근무는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역마살이 있는 사람은 순환근무가 본인 적성에도 맞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순환근무 때문에 휴직을 하든지 퇴직 또는 이직을 고민한다. 요즘은 몇 대가 덕을 쌓아야 순환근무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건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순환근무를 하는 직장은 지금의 연봉의 2배를 줘도 가기가 싫다. 이 부분이 내가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가정을 꾸리게 되면 아이가 자라는 성장과정을 늘 함께 하며, 그 기억과 추억을 고스란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순환근무로 타지에서 생활하게 되면 그러한 계획을 실행할 수 없기에 순환근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근무하면서 느낀 좋지 않은 점을 우선 이야기 했는데 좋은 점도 충분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근무시간이 정확하다. 퇴근 이후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개인의 취미생활 또는 학업도 계획성 있게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정시 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휴가 뿐 아니라 휴직도 자유롭다. 그래도 규모가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근무하는 인원도 엄청나다. 직원 1명이 휴직에 들어가면 해당 부서는 T.O를 안고 가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동료가 쓰면 나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서로 간의 배려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연락한 동기는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냥 1년 휴직 중이고 전국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장점은 국외연수제도이다. 공단에서 일정기간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학위를 할 수 있는 인원을 선발을 해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이 되면, 학업에 필요한 경비와 체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의 운영을 위한 해외 사무소도 설치하고 있어 본인이 희망할 경우 해외사무소 파견도 가능하여 공공기관으로서는 드물지만 해외 근무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원점에서 국민연금 안 내면 안 될까? 안 된다. 당신을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끝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 기금 고갈의 시기가 늦춰지고 그에 대한 고민이 없도록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제도 시작시기 하지 못 했던 사회적 합의가 원만히 이뤄져 제대로 된 제도로서 국민들의 평생 동반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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