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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있는 공부쟁이 Oct 23. 2021

공공기관 근무의 좋은점

공공기관을 10년 다니면서 드는 생각들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거의 반환점이 거진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요즘 들어 생각이 참 많아진다. 정년 61세까지 지금까지 했던 것들을 2번만 더 하면 은퇴다.


국민연금공단에 재직하고 있을 때 은퇴를 하고 연급의 수급개시연령이 되어 연금신청을 하러 오신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민연금공단이 하는 일이 연금의 신청을 받고 해당 연금을 매달 지급처리하는 것이 주요업무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후생활에 대한 상담이라는 부분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에 대한 준비는 굉장히 미진하다. 이제는 제법 몇몇 부모님의 경우에는 자식들에게 손을 빌리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노후 준비를 탄탄히 해 두신 분들도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노후상담을 하면서 이른 나이이긴 하지만, 정작 나는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처음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막연히 그에 대한 계획을 은퇴 전에 세워야겠다라고 생각만 한 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직, 또 이직을 여러 번 하는 사이 시간은 이미 많이 흘렀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조직에 몸을 담기도 하였고, 결혼도 하여 아이도 생기고 어쩌면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 구직활동을 하고 신입사원 연수 받던 때가 생각이 난다. 공부만 하다가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겠다고 못 마시는 술도 마시고 정말 잘 해 보겠다며 밤새도록 프로젝트도 해 보고 쉼 없이 지내온 거 같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 연수를 받을 때 강의를 하러 들어오시는 임원분들을 볼 때면 '나도 저 분처럼 되고 싶다'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거 같다. 한편으로는 열정이 가득했던 그 때가 그리운 것일수도 있다. 나이와 열정은 반비례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에 나는 동의할 수가 없다. 


생각이 많다는 건 어쩌면 아직까지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생각들이 많아져서이기 때문에 머리는 조금 아프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가 있다.




요즘 사람들을 많이 만날 기회가 생겨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많이 관찰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공공기관에 다닌다고 하면, 공무원으로 오인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물론, 잘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그 생활은 어떠한지 솔직하게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앞으로의 글 내용의 편의를 위해서 공공기관 직원을 짧게 "준공무원"이라고 표현하도록 하겠다.


눈치 없는 사람도 다 아시겠지만, 공무원과 준공무원은 차이가 있다. 즉, 다르다.


그런데, "준"공무원이라고 칭한 것처럼 상호 간에 비슷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 부분을 알아두면 좋은데 그럼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다를까. 다른 점을 이야기 하기 전에 공무원과 준공무원은 뭐가 비슷해서 사람들이 오인하는 것일까. 일단,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먼저, 하는 일이 비슷하다. 공무원과 준공무원은 하는 일의 목적과 수단(방법)이 동일하다. 바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국가라는 법인은 너무 큰 존재이고, 그 경영에 있어 모든 부분을 잘 할 수 없기에 해당 부분의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을 법적으로 부여하고 그러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재원(예산)을 지원한다. 두 부류 모두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관련 사무를 처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에 대한 반대급부로 월급을 받는데,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세금(조세)을 통해서 지급받는다는 것이 같은 점이다. 공공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관련 법령에 정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다. 공무원은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는데, 준공무원은 공무원에 준한 형사 상 처분을 받는다. 이 부분이 민간기업에 다니는 사람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해서 면허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 경우 공공기관 직원은 해당 기관으로 관련 정보가 통지가 되고 해당 직원은 공무원에 상응하는 징계를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이 민간 영역과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수행하는 직무의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가 보면 관계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고 하지만, 공공기관 직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특히나 주무부처 공무원은 직급 상 직속 상위자는 아닐지라도 공공기관에 미치는 공무원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예전에는 중앙행정기관에서 퇴직을 앞둔 국장급 공무원들이 산하 기관에 미리 자리를 봐 두었다가 낙하산을 펼치며 안착을 했지만,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일까 그런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사회가 조금씩이지만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건 다음 세대가 살아가는 세상은 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위로가 된다. 이처럼, 공공기관 직원은 공무원 무늬를 띈 회사원인 것이다. 


그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임용과정이 상이하다.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통해서 관련 시험을 준비를 해서 합격을 하면 면접과정을 거쳐서 임용이 된다. 요즘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져서 민간으로의 진출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문제라고 하는데, 어쩌면 공무원 되는 과정이 기업체 들어가는 것보다 한편으로는 보다 더 수월하기 때문에 이를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닐까. 과정의 수월함 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갈망이 더욱 크겠지만. 수험공부 열심히 해서 단 한번의 시험만 잘 보면 그 이후 과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 또한, 시험이라는 절차를 통한 선발로 다른 팩터가 선발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뒷말이 없다. 지원자들은 시험을 통한 선발과정에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스스로 납득하는 경향이 크다. 그만큼 평가 툴 중에서 시험이라는 기제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에 반해 준공무원은 임용되는 과정이 기관마다 상이하다. 이를 대개의 일반적인 과정으로 서술하자면, 1. 서류전형 2. 필기시험 3. 면접전형(통상 2차 시행) 절차를 거쳐 사람을 선발한다. 공무원과 비교하면, 서류와 면접전형을 한 번 더 거쳐야 임용이 가능한 것이다. 선발과정이 보다 더 까다롭다고 우수인재를 선발했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본 글에서는 그 우별을 가르고자 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만 하자. 


많은 다른 점이 있겠지만, 또 다른 큰 차이점을 언급하자면, 급여에 관한 사항이다. 공무원은 몇 급으로 입직하느냐에 따라서 급여가 차이가 크다고 한다. 전역 후 지방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무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9급으로 처음 임용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연히 급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꽤나 충격적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준비한 시험을 합격하고 처음 월급을 받고 적잖이 본인도 놀랬다고 한다. 그 금액이 거진 아르바이트 수준이어서. 최저임금은 상승폭이 엄청 크면서 공무원의 처우에 대한 개선에는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공무원의 급여에 대한 개선이 어느 정도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에 비해 공공기관 급여는 공무원보다는 나은 편이다. 기관에서 감사를 수감할 때에 중앙부처 공무원인 감사인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산하 기관 직원들의 급여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도 한단다. 민간과 비교하면 도긴개긴이니깐 여기서는 대략적인 수준 정도만 체크하고 넘어 가도록 하자. 매달 받는 급여는 차이가 날지언정 은퇴 후 받는 연금에서는 공무원을 따라 갈 수가 없다. 어쩌면, 생애총소득을 계산해 보면 두 부류 다 큰 차이가 없을 거 같고, 약소하나마 조금 더 우세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뭐 어차피 두 부류 다 연봉 보고 하는 직업들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돈으로 치환할 수 없는 가운데 본인이 수행하는 직무에 대한 의의와 보람,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되는 법.




10년 정도 다녀보니깐 공공기관 다닐만 한가라고 묻는다면, 이제 조금 알 거 같다라고 답하고 싶다.


먼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 평균 정도의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적합한 직장일테고, 보다 큰 계획과 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굳이 직장에서 보람을 찾을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본인에게 주어진 퇴근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본인의 삶의 풍요로움이 더욱더 배가 될 테니깐. 


업무를 하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성과에 대한 압박, 거래처와의 관계 등에서 오는 업무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적어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만 관련 규정에 맞춰 잘 처리를 하면 되는 것이다. 업무성과에 대한 유인(Incentive)이 없어 자기계발을 게을리 한다면 임용될 때의 나와 퇴직할 때 자기능력의 계발은 아주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지금 내 주위에는 짬을 내어 본인 부담으로 학위 과정(석사 또는 박사)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직무역량에 대한 계발을 위한 교육적인 투자는 민간부분이 더욱더 크기 때문에 본인 커리어의 성장에 기대하는 부분이 크다면 그러한 사람은 민간에서 성장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은퇴 후 본인이 할 수 있는 제2의 인생에 대한 스킬을 배양할 수 없다.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빠르게 순응하거나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뒤처짐은 당연한데, 공공기관은 아무래도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이 민간영역보다 느린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생활이 몸에 좀이 쑤셔 적응하지 못 하고 다시 민간으로 돌아가는 이도 두 어번 보았다. 그래서, 절대적인 것은 없는 것이다.


지금 내가 다니는 직장이 우리 직장에 입사를 희망하는 누군가에게는 지금 내 모습이 그들에게는 꿈이겠지만, 나 역시도 누군가의 인생을 꿈꾸며 다가올 인생 2모작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정년이 보장되어 있지만 그 때까지 다닐 생각이 없기에 다른 준비를 통해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것. 

그 준비과정이 여행의 설렘과 같이 오늘,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만드는 동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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