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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Jan 04. 2022

인도 자이살메르의 추억

지금으로부터  10  일이다.

한국의 추운 겨울날. 대학생이던 나는 여행 동아리 친구들과 인도에 갔다. 여행 온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자이살메르 사막 투어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몸이 미친 듯이 덜덜 떨기 시작하더니 열이 나고 몸살을 앓았다. 다들 신나서 사막을 구경하고 쏟아지는 별을 보는데, 나는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사막에 누워서 벌벌 떠는 것도 힘들었다. 인도 여행을 오게 된 계기도 어차피 포기하고 죽을 인생이라면 한 번쯤 도전적인 나라로 여행해도 괜찮겠지 싶어서 죽음을 각오했던 여행길이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막상 죽을 것처럼 아프니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 전재산 아니 빚을 지더라도 좋으니 이곳으로 구급헬기를 불러서 한국으로 돌아가 치료받고 싶었다.


밤이 되자 뜨거웠던 사막을 한겨울로 변했다. 모레는 차가웠고, 패딩 침낭은 물에 젖었다. 일행 중 누군가가 나에게 상비약으로 챙겨 온 감기약을 줬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새벽에 잠깐 괜찮아져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린 때는 늦은 .  곁에서 으르렁 거리며 늑대처럼 무섭게 짖는 사루라는  때문이었다. 사루는 아주 귀여운 개였다. 낙타를 관리하는 인도 현지팀 소속의 개였고, 우리 곁에서 강아지처럼 애교도 많았다. 내가 아픈  알았는지  곁에  붙어서 같이 자고 있었나 보다. 근처에 야생 들개가 접근하자 무섭게 경계하고 짖었다. 사루의 으르렁 거리는 가슴통과 경계해서 흔드는 꼬리가  침낭을 무섭게 때렸다. 사루의 목소리는 정말 무서웠다. 늑대가  얼굴을 물어버릴  같은 공포. 사루야무서워 ㅠㅠ 


한참 개들끼리 경계하고 싸우더니 현지 담당자가 출동해 개들을 쫓았다. 사루를 진정시켰다. 사루는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몸을 기대어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었고, 나는 거짓말처럼 나았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아주 크고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화투패의 팔광을 색칠하면 저런 느낌일까. 나는 그 순간 살아서 해를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늘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인생이 지치고 괴로워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인도를 가라고 권한다. 자이살메르 사막과 갠지스강은 꼭 가보라고 말한다. 그런 다음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백신 3차 접종을 했다. 갑자기 몸이 덜덜 떨더니 밤새 앓고 있었다. 약기운에 잠깐 정신 차린 지금. 자이살메르의 일이 떠올랐다. 지금은 아주 안전하고 편안한 내방 침대에서 앓는다. 그때 내가 정말 전재산을 털고 헬기를 불러 집으로 왔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아픔에 괴롭지만 무섭지 않다. 날이 밝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혹시라도 정말 말도 안 되게 악화되어도 나는 간사하게 살고자 욕심내면 안 된다. 이미 내 영혼은 한번 죽어 다시 태어났으니. 지금을 후회 없이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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