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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Oct 24. 2022

오늘부터 건축주

서른 살에 지은 나의 첫 번째 집!

안녕하세요, 건축주 고혜영(필명: 혜룡)입니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어느 산촌마을에 35평 크기의 주택을 지었답니다. 토지를 매입하고, 설계하고, 자금을 마련하고, 마음을 먹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막상 마음먹고 시공사와 계약해 집이 완성된 기간은 1년도 채 되지 않았어요. 10년 같은 1년이 지나고 제 집이 생겼답니다!

외벽공사 마감 후 확인 중인 모습!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밖에 모르는 바보인데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전화도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는 산촌 지역에 집 짓고 이사를 왔어요. 주변에서는 격려와 응원보다 걱정과 반대가 많았답니다.

세상과 연결이 안되요 ㅠ

집 짓는 일이 얼마나 힘든데 경험도 없는 사람이 집을 짓는다고 그러냐.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거기서 무슨 일해서 먹고살려고 그러냐.

젊은 나이에 거기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서울에서의 삶이 답이 되어주진 않았거든요. 서울에서도 제 집은 없었고, 평생 벌어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게 돈이고, 젊기 때문에 산촌 생활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시내까지는 하루 2번 다닌다는 버스..


환갑을 훌쩍 넘긴 부모님은 이 마을에서 ‘서울에서 온 젊은 부부’로 불립니다. 부모님 인생의 절반도 채 살지 못한 서른 살의 저는 이곳에서 젊은이 축에 낄 수도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하죠. 아마도 동네에서 막내가 아니지 싶습니다. 이웃 어른들은 저를 보면서 잠깐 부모님 댁에 놀러 온 아가씨로 생각했는데, 새로 지어진 집의 주인이 저라는 사실에 많이들 놀라셨습니다. 농사도 짓지 않는 것 같은데, 직장은 어떻게 다니려고?! 귀에 딱지 않도록 듣는 이야기… 그저 웃으면서 프리랜서라고 답해봅니다.


공사하는 1년 동안 모든 일을 접고 집 짓기에 전념했어요. 직접 공사 현장에 뛰어들어 일하기도 했고요. 내가 살 집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 분들보다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분들은 유난스러운 건축주 때문에 힘들게 일하셔서 저를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므로 올해는 수입 활동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은 저를 무직자, 백수라 부를 수 있겠지만, 저는 그 어떤 직함보다 멋진 ‘건축주’라 불리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또는 건축 관계자 분들과 만나면 ‘건축주님~’으로 불려질 때, 엄청난 책임감과 동시에 성공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답니다.

집을 한번 지어보니 두 번, 세 번도 지어볼 수 있겠더라고요. 다음엔 더 멋지게,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을 수 있겠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집을 지어 귀촌생활하는 것이 꼭 정년 후 은퇴하는 부모님 세대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제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집을 더 잘 지을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갖고 있지 싶습니다. 또는 저처럼 부모님과 함께 지어서 생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모든 사람이 같은 수 없는 것처럼 집 짓는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제가 앞으로 전할 이야기가 완전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제 이야기가 저와 비슷한 방식으로 집을 짓고자 하는 분들께 또는 귀촌 후 전원생활을 시작하고 싶지만 용기가 부족한 분들께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꾸준히 그리고 조금씩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을 남겨주세요!

에피소드 작성에 참고해서 더욱 알찬 이야기를 전달해 보겠습니다!


오늘부터 건축주!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가 건축주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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