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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Mar 11. 2024

프랑스는 바게트, 한국은 소금빵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 바게트

아침 7시.

오픈과 동시에 오븐에서 나온 바게트가 진열되었다.

타닥타닥타닥.

‘막대기’라는 뜻의 프랑스 빵 바게트는 이름처럼 장작 나무 막대기들처럼 타닥타닥 소리를 낸다.

겉은 바삭하니 누룽지 뜯어먹는 구수한 맛이고, 속은 촉촉하고 쫄깃하니 자꾸자꾸 뜯어먹는 맛이다.

장작처럼 쌓여가는 바게트

프랑스 빵집인데요, 소금빵 맛집입니다.

프랑스에서 하루 200개 이상의 바게트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4-5개의 바게트를 만드는 오너셰프님.

손님들이 가게에서 가장 먼저 찾는 빵은 바게트가 아닌 소금빵이었다.

소금빵이 없으면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가는 손님.

소금빵만 사가는 손님.

여기가 소금빵 맛집이라며 지인들에게 소금빵을 추천하는 손님.

나는 밥 먹고 와서 배부르니까 커피에 소금빵 하나 나눠 먹자는 손님.

그도 그럴게 바게트가 주식인 프랑스.

한국은 밥이 주식이지 않던가!

짭짤하고 폭신폭신 담백 꼬소한 소금빵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거늘.

이쯤 되면 프랑스 빵집이 아니라 소금빵 전문점을 했어야 하나 싶다(빵집 오픈 전 이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줄 서는 베이글 맛집, 런던베이글에서도

줄 서는 소금빵 맛집을 새로 론칭하며

다양한 소금빵들을 선보이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 빵집인데,

바게트와 깜빠뉴, 소금빵처럼 부드러운 브리오슈 빵을 제치고 소금빵이 앞도적 판매 1위를 달리니

우리 가게의 정체성을 위해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감하게 소금빵 OUT

춘천에 있는 카페 또는 빵집 중에서 소금빵을 판매하지 않는 집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모두가 소금빵을 판매한다.

어떤 밀가루, 어떤 버터를 사용하는지 어필하며

바게트는 없어도 소금빵은 판다.

커피만 판매하는 카페에서도 소금빵을 판매한다.

납품받기도 하고 직접 만들기도 한다.

손님들이 이렇게 소금빵을 찾으니 카페를 오픈하려는 사장님들 중에는 빵 전문점에서 큰돈을 주고서 소금빵을 배워오신다.

꼼아파리 제빵 판매 순위
1위 소금빵
2위 생크림 소금빵
3위 트러플 소금빵

이 1,2,3위를 차지하는 소금빵 메뉴를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그 대신 사람들에게 더 맛있는 바게트, 깜빠뉴, 브리오슈 등 프랑스 빵 매력을 전하기로 했다.

우리의 어떠한 노력(?) 덕분이었을까?

소금빵 메뉴를 없애고 2-3일 동안은 아무도 소금빵을 찾지 않았다.

소금빵을 찾아도 없어졌다니 아쉬워하시면서

다른 빵들을 사가셨다.

덕분에 바게트, 깜빠뉴 메뉴가 상위에 올랐다.

우리의 전략이 먹히는 것일까 싶어 기뻐하던 것도 잠시..

소금빵 때문에 일부러 찾아왔어요.

단골손님들은 소금빵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셨다.

그러면서 대량주문을 요청하셨다.

멀리서 오는 지인이 있는데, 일전에 이 집 소금빵을 먹고 너무 좋아해서 내가 꼭 선물로 주고 싶다며.

그래서 10개 이상의 대량주문만 접수받아 단골손님께 판매를 하게 되었다(마치 게임 속 NPC의 비밀상점처럼..).

어떤 손님은 저 멀리 대구에서, 부산에서

가깝게는 서울에서 우리 가게 소금빵을 맛보러 일부러 찾아오셨다고 했다.

먼 길 일부러 와주셨는데, 소금빵이 없어 실망하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단골손님들은 우리 가게 소금빵이

춘천에서 가장 맛있는 소금빵이었다고 말한다.

한 두 분이 말씀하시면 그냥 하시는 말씀이거니 하겠는데, 오시는 손님들마다 소금빵을 찾으며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도대체 소금빵이 뭐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찾는 것인가.

정말 춘천에서 제일 맛있는 소금빵일까?

궁금해졌다.

너도나도 다 판매하고 다 먹어보는 소금빵.

나는 우리 가게에서 먹을 빵을 고르라면

소금빵이 아닌 다른 걸 먹는데,

우리 가게 소금빵이 얼마나 맛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할까? 정말로 춘천에서 제일 맛있는 소금빵이 맞을까?

그래서 한동안 가게일이 끝나거나 쉬는 날

춘천에서 소금빵이 맛있다는 리뷰가 있는 가게는

다 찾아다녔다.

소금빵만 하는 집, 유명하다는 빵집, 대형빵집, 카페인데 소금빵만 하는 집, 직접 만드는 집과 납품받는 집..

음….

사람들이 왜 우리 집 소금빵이 맛있다고 하는지 알겠다.

첫째로, 제빵 기술력.

꼼아파리 오너셰프님은 제빵경력이 11년 차.

서울, 프랑스 파리의 다양한 가게들에서 일을 했기에

보고 배우고 느낀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빵을 만들 때

재료의 선정, 반죽 상태, 오븐 상태에 따라

조절하며 늘 같은 퀄리티의 맛있는 빵을 굽는다.

(하면 할수록 더 맛있어지니 같은 퀄리티보단 발전하는 퀄리티가 맞는 표현일지도.?)

두 번째, 피드백.

주변에 나를 포함한 고오급 입맛 소유자들이 있으며, 거침없이 셰프님께 맛평가를 날린다.

(나는 가끔 맛없거나 식감이 별로면 삼키지 않고 뱉어버리는데, 이때 셰프님이 충격받고 업그레이드 빵을 만들어 나에게 재도전하시기도

마지막으로 좋은 재료 사용.

특히 소금과 버터를 좋은 것을 사용한다.

비싸지만 소금빵 가격을 높이지 않는 이유는

소금빵은 마치.. 슈퍼에 가면 덤으로 주는 500원짜리 콩나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90년대 이야기다).

콩나물 사러 가면서 이거 저거 사는 것처럼

소금빵 사러 오면서 이 빵 저 빵 사갈 수 있도록

소금빵 팔아서 크게 남는 건 없지만

재료비와 최소한의 인건비 정도를 녹여냈다.

진짜 맛있는 소금빵을 만들자


다른 가게들을 돌아보며 소금빵을 사 먹다 보니

화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너무 맛이 없어서 한입 먹고 그대로 남기고 나온 적이 많았다.

어차피 손님들이 우리 가게 소금빵을 좋아한다면

소금빵을 부활하자.

대신에 더 맛있게 만들자!

우리는 다시 소금빵을 만들기로 했다.

작정하고 더 맛있게 만들기로 했다.

이미 소금과 반죽에서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 없어서

버터를 바꿔보기로 했다.

지금 사용하는 버터는 (아마도) 다른 가게에서도 사용할

대중적인 버터일 것이다.

이 버터의 2.5배 그리고 3배나 비싼

프랑스산 고오오급 버터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어떤 소금빵이 기존 레시피의 소금빵인지

어떤 버터들로 했는지 완전한 블라인드 테스트


나의 혀로 정말 맛있다고 느껴지는 소금빵을 찾아냈다.!!


소금빵 판매를 중단했던 일주일 동안

바게트와 깜빠뉴 등 하드계열 빵이 인기가 높아졌다.

소금빵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서 부활시켰지만

바게트, 깜빠뉴의 인기가 높아져서

더 이상 소금빵 때문에 프랑스 빵이 팔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 졌다.

덕분에 정말 맛있는 소금빵도 만들어보고

바게트와 깜빠뉴 라인업도 생각해 보며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거웠다.

정말 맛있어진 소금빵!

맛보러 오세요.

곧 온라인 주문도 오픈할 예정 :)


[꼼아파리]

춘천에서 가장 일찍 문 여는 빵집

강원도 춘천시 만천양지길 60

운영시간: 7:00-18:00

매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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