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사전>에서
사람의 체질이나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두개가 있다. 하나는 타고난 것, 즉 유전적 요소와 다른 하나는 환경이다. 이것들 중 어느것이 더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에는 합리론이 발달하고 영국에서는 경험론이 발할 무렵에 그와 비슷한 쟁점이 있었다. 인식 과정에는 주체와 대상이 관여된다. 주체를 강조하면 인간 내부의 인식 기능을 부각시키게 되고, 대상을 강조하면 외적인 경험을 강조하게된다.
근대 철학의 포문을 연 데카르트는 인간에게는 타고난 ‘본유관념’이라는 일종의 장치가 있어 대상을 인식할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경험론자들은 그런게 있을리 없다고 반박했고, 경험론자의 시조인 로크는 인간의 정신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정신을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백지라고 비유해보자,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으로 채울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바로 ‘경험’이다. <인간오성론>에서 나온것이 바로 ‘타볼로 라사’ 즉 ‘흰색의 서판’ 이다.
데카르트는 본유관념이라는 개념을 ‘상정’하게 나름대로의 큰 고민의 결과이다. 예를 들어 1+1=2이라는 지식은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지식이다. 모든사람이 동의하는 지식은 경험으로 얻게되는 지식의 성격이 아니다. 경험은 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고, 심지어 내가 하는 경험조차 장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지식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로크의 생각은 반대였다. 인간은 모두가 타블로 라사를 갖고 태어나게 되며, 경험을 통해서만 사고하고, 경험이 없으면, 아무것도 사고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경험을 통해서 흰색의 서판을 채워가게 되고, 1+1=2라는 지식도 원래 알수 있는게 아니고, 경험으로 알수 있는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로크의 타블라 라사가 극단적인 경험론의 상징으로 보는것은 옳지 않다.
로크는 사람이 경험으로 어떤 대상을 볼때 그것의 본질을 보는 것이 아니고, 대상을 보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킨 관념이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