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건축가의 취미생활전 (2018.4.2~4.30)
2018년 4월. 파트너사인 에이플래폼에서 건축가의 취미생활전을 기획하고 있다며 내가 하고 있는 복싱에 관한 전시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당시에는 시작한 지 일 년 반정도 였으니 망설였지만 어차피 취미로 하는 것이니 당시 생각한 걸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놓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전시회동안 걸어놓을 패널과 소품들을 준비하면서 내가 복싱에 관해 적어놓은 글들이 있어서 기록으로 남겨놓는다.
지켜야 하는 시간 : 3'-30"
매일 쓰는 시간 : 2H
체중 : -7Kg
체지방 : -10%
일일 걸음수 : 12,000보
심박수 : 55~130 bpm
지속성. 나는 내가 좋아하면서도 업으로 삼고 있는 건축활동을 건강한 상태로 오랫동안 하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고 취미로 만들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말 역시 큰 힘이었다.
창작력. 건축가는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공간을 창작하는 일을 한다. 지친 몸으로는 이러한 작업을 온전하게 할 수가 없다. 자신의 몸부터 건강하게 만드는 습관은 여유로운 창작의 출발이다.
경쾌함. 복싱에서는 링에 오르기는 쉽지만 끝까지 버티기가 어렵다고 한다. 건축도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건축가의 삶이 무거워지면 결과물도 닮아간다. 항상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야 버틸 수 있도록 복싱에 맞는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좋다.
몸. 3분 운동 30초 휴식. 이 과정을 반복하면 심장에 힘과 안정이 생긴다. 경쾌하게 뛰려면 몸의 군살을 줄이게 되고 피로가 쌓여도 빠르게 회복이 된다.
태도. 복싱에서는 목표를 제대로 가격하기 위해서 주먹이 아닌 팔꿈치가 들어가는 깊이까지 타격을 한다. 다른 작업들도 목표보다 높은 역량을 갖추면 항상 여유를 잃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건축작업을 마치고 나면 건축가 스스로 소진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역량이 쌓이도록 하는 태도다.
생각. 주먹을 휘두르지 않고 목표에 닿는 순간에만 힘을 주는 것이 복싱의 방식이라고 한다.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는다. 건축가로서 활동하다보면 언제 힘을 줄지 또는 뺄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 특히 복부는 상대에게 내주더라도 급소는 지키라는 말은 여러 이해관계속의 한 복판에 있는 건축가가 사사로운 것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중심을 잡아준다.
편리함. 복싱은 눈 앞에 팔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거추장스러운 안경을 쓰지 않고도 기분좋게 운동하고 땀을 흘릴 수 있는 점은 정말 좋다.
스타일. 운동하는 모양새가 좋다. 다른 격투기와 다르게 바닥에서 서로 뒤엉켜 다투는 경우가 없고 입고 있는 옷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없다. 복싱장 바깥에서는 단정하고 안에서는 단촐하다. 특히 라운드를 알리는 공소리에 맞춰서 쉴새없이 운동하다 보면 노닥거릴 틈이 없어서 잡생각도 사라진다.
담백함. 복싱은 피트니스와 달라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각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 알맞게 몸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 경우에는 근육을 과하게 키우지 않고 담백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2016년에 9월에 시작해서 2020년 2월인 42개월이 지난다. <건축가의 취미생활전>을 준비하면서 적었던 글들을 다시 소환해보니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괜찮은 운동이고 좋은 선택이었다.
2020년 2월 29일
(주)포럼디앤피 대표 건축가 이인기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 연구 및 상업용도 활용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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