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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둥 Mar 06. 2016

Huawei

대륙의 삼성을 꿈꾼다.

 작년부터 인가? 모바일 관련 기사에서 화웨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사실 2014년이 샤오미의 해였다면 2015년은 화웨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웨이는 2015년에 많은 성과와 유명세를 탔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화웨이 P8의 경우, 2015년 4월 유럽 시장에 출시한 지 9개월 만인 올해 1월 화웨이의 단일 모델로는 최초로 1천만 대를 넘어섰고 P8 전체 출하량을 보면 1천6백만대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또한 글로벌 전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1억 800만 대를 출하하여 글로벌 3위(GfK 기준, 9.7%)의 스마트폰 제조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이 수치는 전년(2014년) 대비 44%가 증가한 수치라고 하니 화웨이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는 한해였다고 하겠다.


Huawei P8 Lite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2012년 Ascend P1와 Ascend D라는 화웨이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디자인의 조악함과 매끄럽지 못한 기구 마감, 그리고 순정 안드로이드를 조금 손댄 듯한 UX/UI는 "역시 중국 제품이구나"라는 생각을 감추지 못하게 했다. 

Ascend P1

 하지만 이런 생각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2013년 MWC에서 공개된 Ascend P2에선 디자인의 개선과 함께 자체 개발한 HiSilicon K3V2가 탑재됐다. 그리고 그 해 6월 드디어 화웨이에서 처음으로 디자인이란 부분에 관심을 갖고 출시한 Ascend P6가 공개된다. 그리고 그 이후 Ascend P7, Ascend Mate 7과 같은 모델들 또한 "중국스럽지 않은" 디자인으로 출시됐고 2015년 공개된 P8이나 Mate8과 같은 모델은 글로벌 마켓에서 삼성과 같은 업체들과 당당히 맞서고 있다.

김준서 화웨이 CDO

 사실 화웨이의 디자인이나 제품 품질에 대한 관심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 무선사업부 출신의 김준서 씨(현 화웨이 CDO, President)를 모바일 제품 디자인 총 책임자로 영입한다. 또한, 다수의 해외 디자이너를 영입하여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지금의 Emotion UI라 불리는 UX/UI 분야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된다. 2015년에는 애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의 UX 디자이너 아비가일 사라 브로디(Abigail Sarah Brody)를 영입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UX를 연구하는 디자인 R&D 스튜디오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러한 화웨이의 행보는 분명 2015년 현재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데 큰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품질은 핵심기술에서


 2013년 2월 MWC에서 공개된 Ascend P2는 기존 제품들과는 다른 디자인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과도기 수준의 기구 마감과 디자인 수준으로 사실상 글로벌 시장의 통신 사업자나 삼성과 같은 거대 메이저 업체의 관심을 받진 못했다. 


 디자인보다 관심을 받은 부분은 화웨이의 자회사인 HiSilicon이 설계, 제작한 K3V2라는 AP(Application Processor)와 Balong V7 R1 (Balong 710)이라 부르는  세계 최초로 LTE Cat 4를 지원하는 칩셋이었다.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 판매했던 화웨이는 일찍부터 통신칩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자신들이 납품하는 통신 중계기와 가장 최적화가 잘된 칩셋을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려운 부분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AP와 CP의 중요성은 결국 제품의 품질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애플의 아이폰을 보더라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5년에 발표된 Kirin 950은 AP와 CP가 통합된 칩셋이다. Cortex 72와 53의 Big. Little core가 탑재된 칩셋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보다 좋은 성능을 나타낸다는 평가다. 이제는 일정 수준 세계 칩셋 시장의 거인인 퀄컴과 맞설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안방을 사수하라


 2013년 말에 재밌는 소식 하나가 들어왔다. 화웨이의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내 온라인 비즈니스를 담당할 새로운 조직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온라인 비즈니스 자체로는 그닷 새로울 것도 흥미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조직이 새로이 별도의 독립조직으로 생기는 목적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2013년 7월 아주 재밌는 회사의 모델이 시장에 등장한다. Xiaomi의 홍미(红米). 4.7인치 qHD 디스플레이에 Quad 코어,  8메가 카메라와 1GB 램을 탑재한 이 모델의 가격은 중국돈 799위안, 한화 15만 원 수준이었다. 당시 이 정도 수준의 사양과 디자인의 모델은 1,500위안에서 2,000위안 수준이었으니 시장에서의 파괴력은 가히 어마어마했다. 특이한 점은 모든 비즈니스를 온라인상으로만 한다는 거였다. 홍보, 예약, 판매, 마케팅 등 모든 부분이 온라인에서만 이루어졌다. 소비자와의 소통 역시 온라인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10대와 20대의 청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소위 "헝거 마케팅"과 "바이럴(Viral) 마케팅"의 후광을 업고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샤오미의 위험성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연간 4억대 수준의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에서 새로운 파괴자는 기존 업체들에겐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화웨이는 온라인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부분을 담당할 조직을 신규로 만들기로 결정한다. 기존 Ascend브랜드를 만드는 조직이 있었지만 중국 온라인 시장의 특성과 신규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조직 자체를 새롭게 만들고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기존 브랜드와 겹치지 않고 10 ~ 30초 반의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온라인 브랜드 "Honor"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2014년 드디어 샤오미와의 본격적 싸움이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화웨이의 이런 전략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5월까지 중국 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에서 줄곧 1위를 하던 샤오미가 6월에 드디어 화웨이에게 이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두 회사는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제품의 라인업이나 마케팅 방법, 그리고 판매 방법까지 모두 화웨이는 샤오미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했다. 하다 못해 온라인에서 제품을 출시하는 시점도 샤오미의 출시 시점에 맞췄다. 그리고 항상 하나 이상의 사양(예를 들면 카메라 화소나 메모리 용량, 배터리 용량 등)을 좋게 만들거나 가격이 100위안이 싸게 제품을 출시했다. 그리고 며칠 후면 샤오미 역시 화웨이 제품과 가격을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100위안을 낮추었다. 이런 두 회사의 싸움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으로 번졌고 사람들은 샤오미뿐만 아니라 화웨이의 "Honor"라는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결국 샤오미만큼 온라인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이다. 화웨이의 승리였다.


 몇 가지 여담을 더하면 2013년 말 당시 웬만한 중국 로컬업체들은 모두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온라인 전용 모델도 출시했다. Coolpad의  大神,Lenovo의 Vibe가 그랬다. 하지만 2016년 중국 시장을 보면 이들은 더 이상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다. 결국 화웨이처럼 중국 온라인 시장의 확대를 예상하고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2012년 화웨이는 중국 시장 내에서도 Lenovo나 ZTE, Coolpad보다 낮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으로


 2013년 6월 런던에서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첫 론칭 이벤트를 열었다. 당시 6.18mm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Ascend P6를 단독으로 유럽 시장의 중심이라 불리는 런던에서 론칭 이벤트를 연다는 건 그 의미가 컸다. 어찌 보면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기일 수 있어 보인다. 이후 해마다 화웨이의 플래그쉽 모델은 런던이나 뉴욕과 같이 삼성이나 애플이 론칭 이벤트를 하는 장소에서 이벤트를 단독으로 열고 있다. 사실 이러한 행보는 다른 중국 브랜드의 전략과는 달라 보인다. 다수의 중저가의 적당한 모델들을 각각의 시장에 출시하는 Lenovo나 ZTE 같은 대부분의 중국 업체와는 달리 자신들의 프리미엄 제품을 자신 있게 소개하고 서유럽과 같은 선진 시장에 대한 공략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결과가 2015년 1억대 이상의 판매와 시장점유율 3위라는 결과를 가져다줬다고 생각한다. 

 

 론칭 이벤트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통해 얻은 유럽 각국의 통신사업자와의 관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유럽 시장의 특성상 통신사업자와의 관계는 스마트폰의 판매량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얼마나 사업자와의 관계가 좋냐에 따라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 화웨이는 서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이런 관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은 상황이 좀 다르다. 2014년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도감청 문제로 미 의회에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뒤 화웨이의 미국 시장에 대한 공략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사실 이미 ZTE 등은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단말기를 팔고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에 대한 미국 의회와 언론의 공격은 시장 진출에 치명적이었다. 결국 화웨이는 우회전략을 쓰기로 결정한다. 구글이라는 미국의 IT 거대 공룡의 등에 업고 진출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Nexus 6P의 이름 뒤엔 결국 구글이 인정한 화웨이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붙게 됐고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겐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은 온라인 시장의 확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수준의 사양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확대는 스마트폰 제조 업체 입장에선 또 하나의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화웨이는 이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 운영 중이었던 온라인 브랜드 "Honor"의 글로벌 론칭을 결정한다. 2014년 9월 IFA의 한편에 선 "Honor"의 별도 기자 및 소비자 간담회가 열렸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유럽에서 론칭하고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일부 시장을 보면 화웨이와 아너가 각각 별도의 브랜드와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정확히 다른 두개의 시장을 타게팅한 브랜드와 제품이 시장에 공존하면서 전체 시장을 조금씩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웨이가 원하는 전략인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향해


2015년 화웨이가 얻은 성과 중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1억대를 뛰어넘은 출하량과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 9.8%를 웃도는 44%의 성장률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보다  화웨이가 더 크게 웃을 부분은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 포르투갈 등의 유럽시장에서 상위 3위 내 이름을 올렸다는 부분일 것이다. 또한, 이런 인지도를 바탕으로 인터브랜드 선정 '2015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88위를 차지했다. 이런 여러 가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리서치 기관 IPSO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65%였던 브랜드 인지도가 2015년 76%까지 증가해 최고의 인지도 증가율을 기록하게 되었다. 또한, 포르투갈(87%), 이탈리아(82%), 스페인(79%), 네덜란드(73%), 독일(68%)의 브랜드 인지도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브랜드 전략 및 판매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NPS(Net Promoter Score)라 불리는 순추천 지수(어떤 브랜드의 휴대폰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 소비자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여기서 화웨이는 47%로 애플과 삼성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중국시장에선 애플에 이어 2위를 기록, 중국 시장 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맺으며...


화웨이의 여러 가지 행보를 보면 과거 삼성 애니콜의 모습과 많은 부분에서 오버랩이 된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위한 전략이나 판매 확대를 위한 사업자와의 관계, 그리고 디자인이나 기술에 대한 투자와 관심 등 많은 부분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중국의 온라인 시장 대응이나 중저가 제품의 확판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분석과 전략이 뒤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론 화웨이도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고 그 부분은 지금 삼성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게 올 거라고 생각한다. 두 회사 모두 하드웨어를 중시하는 연구, 개발, 제조 회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더 올라갈 시장이 있어 보이는 화웨이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이전 PC 시장에서 레노보나 아수스가 보여준 것처럼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 안에서 단순히 꽤 쓸만하고 괜찮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지배적 하드웨어 제조사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지 지켜봐야 할 부분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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