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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Kim Mar 28. 2016

#10 엄마도 시간이 필요해

가끔 내게 주는 선물도 챙기자

20년 만인가? 정확히는 23년 만이다. 대학 동기를 만났다. 친구는 대학 졸업 후 이스라엘로 떠났다. 나는 대학원을 자퇴하고 몇 군데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결혼을 했고 딸 둘을 낳았으며 지금은 작은 기획사를 하고 있다. 친구는 이스라엘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1년간 다니러 왔단다. 우린 SNS를 통해 연락이 됐고, 그렇게 2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오랜 시간 후 만남들이 그렇듯, 만남의 첫마디는 “하나도 안 변했네~~”다. 시간을 훌쩍 넘어 우린 재잘재잘 그동안 지나온 세월을 얘기했다. 나는 친구의 싱글 생활과 박사학위 그리고 자유로움을, 그 친구는 나의 결혼, 가족, 아이들(정확히는 출산 경험)을 부러워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 않은 또 다른 길에 미련이 남나 보다. 20대 때는 감히 갖지 못했던 서로에 대한 깊은 배려와 매너로 우린 그렇게 둘만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친구가 말했다. “철저히 고독한 시간을 아느냐?”고…, 

내가 건넨 말은 “남들은 그 고독한 시간을 한없이 꿈꾸지…”라고 말해줬다.


아이들과 여행이 그리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아니다. 군데군데 내가 좋아하는 곳을 몇 군데 슬쩍 짚어 넣기 때문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방문은 아이들을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더 가고 싶은 공간이다.

이번 ‘미로미술관’이 그렇다. 몬주익 분수쇼가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라면 미로미술관 방문은 나를 쉬게 하는 공간이다. 

 미로미술관 입구 조각물, 각자 느낌으로 표현하기

‘호안 미로미술관’은 평생 동안 카탈루냐인으로 살았던 호안 미로가 세상을 떠나기 8년 전, 신예 예술가들의 육성과 전시장을 겸하기 위해 미래 재단을 설립해 개관했다. 몬주익 언덕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하얀색 건물로, 초록의 나무들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미술관에서는 미로가 기증한 회화, 콜라주, 조각 등 약 30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로의 친구이자 건축가인 호세 루이스 세르트가 설계를 맡아 완성했으며 1986년 한 번 확장 공사를 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내부는 밝고 개방적이며 작품을 감상하기에 훌륭한 동선을 갖고 있다. 커피와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있어 간단히 점심을 해결할 수도 있다.

호안미로미술관 입구
내부에 기념품샵과 카페가 있다.
전시실 입구(내부 작품은 촬영 금지)
외부 조각품
외부 조각품
외부 조각품

내부 작품들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미술관에서는 미로의 회화와 콜라주 등을 볼 수 있는 데, 오밀조밀한 작품에서부터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한 대형 작품까지 다양하다. 콜라주의 재료들도 특이하고 재밌는 작품들이 많다. 늘 책에서만 보던 그의 이름과 작품을 마흔여섯 나이에 실물로 볼 수 있어서 다행이고 행복이다.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그의 조각들은 그의 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독특하고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회화 감상을 따분해하던 아이들도 옥상에 설치된 원색의 작품들이 인상적인가 보다.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름 작품 해석을 열심히 한다.


미술관을 나온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몬주익 언덕과 성에는 먹을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아레나 복합 쇼핑몰이 있는 에스파냐 광장에 도착했다.

‘아레나’는 오랫동안 닫혀 있던 옛 투우장 건물을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만 변형해 복합 멀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국 건축가가 모던하게 설계해 2011년 복합 멀티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단다. 지하는 레스토랑, 1층부터 쇼핑 매장, 극장과 실내 체육관 등이 있으며 옥상은 야외 전망대로 에스파냐 광장을 비롯한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옥상으로 바로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건물 밖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요금(1유로)을 내야 한다. 우린 지하에서 음식을 먹고 건물 내 에스컬레이터로 전망대에 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문까지 걸어가는 통로가 유리로 되어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순간 아찔하다. 

아레나에 도착했을 때 우린 배가 고파 정신이 없었다. 몬주익 성에서부터 하루 종일 걸었더니 어떤 음식을 갖다 놔도 다 먹어치울 판이었다. 가우디 투어 때 가이드가 아레나 멀티 쇼핑몰을 추천해 줬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아레나로 결정했고 그의 추천은 탁월했다. 

파스타를 거의 짜장면 먹듯이 해치우는 아이들. 두 그릇째 먹는 파스타를 저리 맛있게 먹고 있다. 이 파스타를 여행 중 가장 맛있었다고 평가했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에스컬레이터로 쇼핑몰을 찬찬히 구경하면서 옥상 야외 전망대로 나갔다.

아레나 멀티 쇼핑몰 내부

아레나 야외 전망대에서 바라 본 에스파냐 광장이다. 멀리 ‘카탈루냐 국립 미술관’이 보이고 그 아래 4개의 하얀 기둥이 있는 곳에서 몬주익 마법의 분수쇼가 있을 예정이다. 정면 두개의 붉은 기둥에서부터 카탈루냐 국립 미술관까지 물길이 연결되어 있고 분수쇼가 시작되면 아래까지 물이 흐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르셀로나 시내를 감상하고 잠시 후에 있을 분수쇼를 보기 위해 우린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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