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주익 성에 오르다.
바르셀로네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몬주익 성에 갈 것이다. 몬주익은 메트로 2·3호선 Paral -Lel 역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면 몬주익 언덕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혼자라면 걸어서 거뜬히 여유롭게 산책하듯 갈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동행하는 처지라 케이블카를 타고 가기로 결정한다.
아이들은 유난히 케이블카 타는 걸 좋아한다. 성당 큐폴라(작은 탑(turret)이나 지붕, 더 큰 돔의 꼭대기를 장식할 때 쓴다)에 오르는 것 또한 만만치 않게 좋아하고… 아마 이 모든 것을 '놀이'로 받아들이는 중인가 보다. 어린이는 입장료가 반값이거나 무료인 데가 많아 큐폴라를 오르거나 케이블카 타는 것쯤은 인심 한번 크게 쓴다.
몬주익 성을 잠깐 살펴보면 중세 때부터 언덕 위에 성채가 있었으며 1640년 요새로 개축했다. 19세기 말 프랑코 정권 지배하에서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1960년대 프랑코 정권이 개·보수한 후 군사용품을 전시해 군사무기박물관으로 개관하였다.
성이 위치한 언덕 주변에서는 바르셀로네타 항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마지막 날 종일 보낼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미리 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몬주익의 유명한 분수쇼가 있는 날이다. 그 시간까지 여기저기 갈 만한 곳을 정해뒀다. 첫 목적지가 바로 몬주익 성이다. 높은 곳이라 햇볕을 잠시 피해 그늘에서 땀 식히기 좋은 곳이다.
유럽의 여름이 비슷하겠지만 폭염을 피하는 방법은 그늘로 숨으면 된다. 습하지 않아 머물기 적당하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언제나 이처럼 큰 그늘이다. 그들이 쉬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그냥 이유 없이 편안한 안식처. 우리의 부모가 그러했던 것처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것! 그거면 충분하지 싶다.
나도 저 여인처럼 우아하게 앉아 홀로 여행을 느끼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나를 많이 내려놓는 여행이다. 때론 보고 싶은 것을 오래 못 보기도 하고, 더 머물고 싶을 때 떠나야 할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먼 훗날 혼자 하게 될 고상한 여행을 꿈꾸며… 오늘도 난 인내한다. 그럼에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2014년 2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상버스를 이용해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일정은 곤돌라를 타고, 가면 퍼레이드도 보고 그 유명한 베네치아 골목을 돌아 호텔까지 올 계획이었다. 웬걸... 주원 정원이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수천 마리 비둘기들에게 반해 그날 모든 일정은 취소됐다. 밤이 돼서야 골목 골목을 찾아 겨우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곤돌라는 타지 못했지만 여행이 끝난 지금도 아이들은 산 마르코 광장의 비둘기들을 한참 얘기하곤 한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감동 포인트가 확실히 다르다.
저 계단은 자신을 밟고 오르던 이들의 무게를 기억할 수 있을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오늘을 상상하지 못했듯 우리도 그들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남겨진 것들로 그들을 회상할 수밖에...
그들이 본 하늘과 내가 보는 오늘의 하늘은 같은 하늘인가? 그것도 자신할 수 없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장난하고 몸을 움직인다. 고요하고 싶어도 그럴 사이를 주지 않는다. 엄마인 나도 계속 경계를 늦추지 못하니 피로감은 두배가 된다. ‘어수선하니 아이들이지’라고 생각했다가도 어느 순간 폭발할 때가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5분도 지나지 않아 또 장난을 친다. 이렇게 말이다.
분수쇼까지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