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밤은 우리의 밤보다 어둡다.
유럽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여행 경비를 생각해 환승을 선택하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여유 시간을 잃게 된다. 비용 부담은 있지만 직항은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우아한 체크인을 꿈꾼다면 직항을 이용하자.
가끔 해외여행에서 돈(비용)과 시간(경험)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 내 선택의 기준은 ‘이 도시를 다시 올 기회가 있는가? 없는가?’이다.
어쩔 수 없는 이유들로 목적한 곳을 보지 못하고 돌아올 상황들이 생긴다. 시간을 착각할 수도 있겠고 아이들의 늦잠이나 아이가 아플 경우는 최악이다. 그럴 땐 무리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
처음엔 아픈 아이를 원망하거나 ‘여기까지 온 경비가 얼만데… 또다시 이 도시를 올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누르곤 했다.
결론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다음에 와서 보자’ 이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 보자.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왔던 열이 식으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 숙소 선택은 참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과 식사는 다음 일정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체력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질려한다. 직접 호텔을 예약해보고 민박도 이용해봤지만, 나는 여행사를 통한 에어텔을 선호하는 편이다. 크게 실패할 확률이 낮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다. 입국심사를 하고 짐을 찾아 에어버스를 타러 공항 아래로 내려갔다. 이 과정은 웬만한 여행책자에 친절하게 나와 있다. 참고로 아이들과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책은 에세이를 포함해 총 세 권이다. 12시가 넘었지만 시내까지 에어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물론 택시를 탈 수도 있었지만 에어버스를 타기로 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을 경험케 해주고픈 엄마의 작은 배려라고나 할까?
한여름 성수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몰려든 여행객들로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피워대는 담배 때문에도 아이들과 함께 줄 서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겨우 아이들과 버스에 올랐다. 자판기를 통해서도 티켓을 구할 수 있었지만 기계치인 내겐 좀 어려웠다. 티켓값은 버스기사에게 지불하면 된다.^^ 바르셀로나 공항은 다운타운에서 좀 멀리 있었다. 버스는 우리를 호텔 근처 지하철 역에 내려줬다. 세 정거장만 가면 호텔에 도착할 수 있으니 ‘여기까지 참 잘 왔다’ 뿌듯해하면서….
바르셀로나의 밤은 우리의 밤보다 어둡다.
트렁크 둘, 각자 맨 배낭, 카메라 가방, 아이 둘 그리고 낯선 도시의 어두운 밤. 그나마 여름이라 다행이다. 춥지는 않으니까... 이게 위로라면 위로였다. 세 정거장이면 택시를 탈 법도 한데 굳이 지하철을 고집한 내가 사단이었다. 택시 지붕 위에 1, 2 숫자가 적혀 있었다. 어떤 걸 타야 할지... 헷갈리기도 했고(추후에 확인한 결과 숫자는 할증을 나타내는 표시였다). 택시비도 걱정이었다. 유럽의 택시비가 좀 비싸야 말이지. 이래저래 헤매는 동안 도착한 지하철역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책에는 자정 너머까지 운행한다고 나와있었는데 정보에 착오가 있었다. 아이들도 지도상으로 멀지 않으니 걸어가자고 했다. 이리 시작된 호텔 찾기는 한 시간을 훌쩍 넘겼고 급기야 비까지 내렸다. 중간에 택시를 타려니 걸어온 거리가 아까웠다. 여기서 여행 팁 하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고 가자. 늦은 밤, 호텔은 택시로 이동할 것!
보슬비였지만 30분 이상 맞으니 비주얼은 소나기 못지않은 효과였다. 호텔 바우처에 나와 있는 심플하다 못해 가난하기까지 한 지도를 의지해 ‘이 길이 맞나? 이쯤에 호텔이 있어야 하는데...?’ 할 때쯤 마법처럼 등장한 호텔 이름 ‘Aranea’ 비 맞은 우릴 맞아주는 직원의 미소가 어찌나 반가운지 하마터면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착각할 뻔했다.
대한민국 인천-독일 프랑크푸르트-스페인 바르셀로나. 우리, 오늘 하루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