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기 Mar 31. 2016

8화. 거제도에는 같이 걷고 싶은 [봄 꽃길]이 있다.

[축제를 앞둔 대금산 진달래꽃]

거제도 봄꽃들이 4월의 완벽한 만개(滿開)를 앞두고 숨 고르기한다.


봄꽃을 구경하기에는 산만큼 좋은 곳도 없다. 거제도에는 섬을 둘러싼 좋은 산들이 많은데, 그 덕분에 학교 교가마다 거제도의 명산들이  등장한다. 나의 모들은 모두 산정기(山精氣)를 받아 만들어진 기운 찬 학교들이다.  


8살 때부터 가을 소풍으로 거제도 옥녀봉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산 정상 오른 건 더 큰 다음이었지만 나처럼 거제도에서 자란 사람들은 종종 산을 찾을 기회가 많다.


거제도에는 봄이 되면 예쁜 꽃들로 등산객이 즐거워지는 산, 대금산(大金山)이 있다. 대금산은 거제도 장목면과 연초면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 신라시대에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  


산이 고 걷기도 편해 이 곳 아이들은 소풍뿐만 아니라, 봄에 열리는 대금산 사생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대금산을 가기도 한다. 어른들은 가벼운 등산코스로 대금산을 선택하는데 오래 걷기 힘들다면 차를 타고서 대금산 중턱까지 간 후 정상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봄이 되니 오랜만에 대금산에 오르고 싶어 졌다. 대금산에는 이맘때가 되면 분홍색 진달래가 수를 놓는다. 마침 4월에 대금산 진달래 축제가 열린다고 해 찾아가 보기로 했다.


요즘에는 거제도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꽃 축제가 성황이다. 꽃 축제가 많아진 만큼 축제의 성공을 결정짓는 건 축제 당일에 맞춰 피어난 꽃의 만개(滿開) 정도가 아닐까 싶다.


20년 전통 거제도 대금산 진달래 축제도 강한 비바람으로 꽃의 군락지가 크게 훼손돼 지난 3년 동안 축제가 중단됐었다. 3년의 긴 휴식을 가진 대금산에 올라보니 눈에 띄게 진달래가 많이 폈다. 4월 축제에는 완전히 만개된 진달래를 볼 수 있을 듯하다.      


대금산 진달래꽃




거제도 봄이 면 여기저 예쁜 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거제도에서 제일 유명한 꽃을 비롯해 유채꽃, 벚꽃, 진달래, 개나리, 수선화 등 봄에 펴서 한껏 예쁠 수 있는 꽃들은 다 여기 있다.


산에는 물론 바다 위 작은 섬, 해안가에도 역시 꽃이 핀다. 심지 찻 길동네 평범한 길에도 꽃이 피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요기가 되어준다.


서울에는 아직 눈에 띄게 본 적이 없어 그랬는지 거제도에 도착하자마자 길가에 핀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부분 만개를 앞둔 꽃들이어서 꽃봉오리가 피어난 것만으로도 다. 거제도에 이렇게 꽃이 많았었 싶을 정도로 유난히 올해 봄 꽃들에게 시선이 다.

 



거제도 집에 내려오면 습관처럼 하는 일이 앨범을 뒤적이는 것이다. 일단 앨범 한 권을 펼쳤다 하면 두 권, 세 권, 마지막엔 초, 중, 고 졸업앨범까지 다 보아야 끝이 난다. 태어나면서부터 20살까지 거제도에서만 살았으니 여행을 제외하고는 앨범 속 내 사진의 배경은 거의 거제도다.


사진을 보다 어렸을 때 찍은 사진들 중 유독 꽃과 함께 찍은 사진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건물들이 지어지느라 다 사라졌지만 예전 우리 동네에는 노란 유채꽃 밭이 많았다. 잊고 있었는데 유채꽃 밭에 들어가 찍은 사진들을 보니 어린 내가 쏙 들어갈 만큼 큰 밭이었던 모양이다.  


우연히 찍힌 것도 있지만 대부분 사진들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 엄마가 찍어준 사진에는 유난히 꽃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다. 길을 가다 꽃이 보이면 엄마는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여기 좋다."

"여기?"

"그래 조금만 더 왼쪽으로, 꽃 옆에 서봐."

"엄마 여기?"

"그렇지~ 자 웃으면서 여길 보세요"

찰칵

"찍었어?"

"아직~ 이번에는 꽃을 손에 잡, 엄마 한번 봐봐요"

찰칵

     

꽃을 좋아하는 엄마가 찍은 사진들은 '꽃과 함께있는 두 딸'이다. 살아있는 식물을 키울 자신도, 꽃을 예쁘게 말려 보관할 줄도 모르던 나는 꽃이 예쁘다는 건 알았지만 꽃이 좋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 내가 거제도 길 이야기를 쓰면서 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평범한 길 한 켠에 꽃이 담겼을 때 그림 같이 변하는 길의 모습을 나는 발견했고, 사진 속 꽃을 통해 계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 눈치챘다. 그리고 활짝 웃는 사진이 보기 좋지만 꽃과 함께 활짝 웃는 사 더 보기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엄마는 꽃과 함께
웃고 있는 나를 찍었나 보다.


지금 내 나이보다 일찍 결혼해 언니를 낳고 나를 낳으셨으니 아마 엄마도 내 나이 때쯤 꽃을 좋아한 모양이다. 나는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아간다.




거제도 길을 다니면서 매번 꽃을 다.











누군가에 의해 잘 가꿔진 꽃도 예쁘지만 길가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봄 들이 참 좋다. 만개한 거제도의 봄꽃을 만나러 4월에 한번 더 그 길을 걸어야겠다.


...


거제도에는 당신과 같이 걷고 싶은 [봄 꽃길]이 있다.



3년의 긴 휴식을 끝내고 드디어 2016년 4월 3일(일), 제20회 대금산 진달래 축제가 열립니다. 산과 꽃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참 좋은 날이 되겠네요 

...
<추가>
4월 3일(일), 오늘 열렸어야 할 대금산 진달래 축제가 비로인해 취소 됐다고 합니다. 3년 만에 개최된 축제라 거제시에서는 두달 동안 준비했다는 데 참 아쉽습니다. 내년에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대금산 진달래축제를 기다봐야겠네요. 하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더 맑아진 대금산을 볼 수 있겠죠? :D
매거진의 이전글 6화. 거제도에는 같이 걷고 싶은 [갯벌길]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