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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상갑 Aug 16. 2019

1인, 12시간의 부산여행

8.15 광복절에 중년남자의 홀로여행

부산에서의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처음 맞는 주중의 공휴일 이었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하기에 집에 다녀오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숙소에서만 하루종일 지내기도 갑갑한 시간이 됩니다.

그간에 객지생활 경험에 의하면, 이런 날에는 알찬 계획을 세워서 움직여야 후회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계획을 세웠고, 실행했습니다.


이동수단

 부산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려면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걸어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합니다.

 숙소 근처에 여러 대의 차가 기다리고 있는 쏘카존이 있습니다. 저는 운전을 좋아합니다. 이동 중에 차안에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비가 오는 날씨에는 에어컨을 틀어놓고 뽀송한 상태로 내가 원하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쏘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차는 ‘코나’ 입니다.


해운대기와집 대구탕 

하루종일 돌아다닐려면 아침식사를 건너 뛸 수 없죠?

아침밥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래! 이거지! 하고 정했습니다.

진하고 시원한 국물의 대구탕, 쫀득쫀득한 대굿살. 손님들 대기줄이 길겠지만 기다려 볼만한 맛집이지요. 오랜만에 왔습니다.

10시반쯤 도착했는데, 아침과 점심사이 애매한 시간이라서 그런지 게다가 1인 자리는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배정과 함께 바로 주문이 들어갔고, 뜨끈한 대구탕 1인분이 눈앞에 놓입니다.

혼밥이지만, 눈치보지 않습니다. 인증샷도 주저하지 않고 찍습니다. 반찬리필도 고민하지 않습니다.

이곳에 몇번 왔었지만 고추양념장을 넣은 적은 없었습니다. 근데, 오늘은 넣어봤습니다. 식당아줌마들은 음식을 내려놓으시며 “고추양념장 많이 맵습니다!!” 를 꼭 하시네요.

얼마나 매울까 궁금했습니다. 근데, 에이~~~ 맛있기만 하잖아요. 국물에도 풀어놓고, 밥숟가락 위에도 더 얻어서 먹어봤습니다. 칼칼하니 더 맛있어 집니다.

공기밥 반은 깔끔하게 먹고, 나머지 반은 고추양념장을 넣어서 먹어보기를 추천합니다.

밥 먹는 동안은 비가 많이 쏟아졌었는데, 먹고 나오니 좀 그쳤습니다. 기와집 위로 해운대 바다가 보입니다.



비비비당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으니 더 맛있는 후식을 먹는 것은 당연한 거겠죠?

오전 후식으로 선택한 곳은 비비비당 입니다. 이곳은 아내의 친한 언니와 부산여행을 간다고 할 때 내가 검색해서 추천했던 곳 입니다.

분위기와 메뉴가 아내에게 딱 일꺼 같았거든요. 근데 정말 아내는 다녀오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가보기로 했습니다.

달맞이고개에 있는 비비비당은 건물 밖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4층에 올라가야만 비로소 이 곳의 진가를 볼 수 있습니다.

입구부터 지나칠 수 없는 고즈넉함이 아이폰의 셔터를 누르게 합니다.

계단을 오르기까지 한산하던 건물에는, 4층만 손님들이 가득합니다.

역시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역시 1인이라서 그런지 비교적 괜찮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맛보고 싶은 메뉴가 많았지만 혼자라서 어쩔 수 없이 딱 하나만 선택했습니다. 오기 전부터 마음먹은 메뉴죠, 바로 호박빙수 입니다.

갈은 얼음위에 호박 페이스트를 올려주는 거라 상상을 했었습니다만, 오호~~ 이거 완전 다른 메뉴었습니다.

다음 방문때는 더 고민될 꺼 같아요. 호박빙수도 또 먹고 싶을꺼고 또 새로운 메뉴도 맛보고 싶을꺼고. 2가지 이상을 시키고 맛보고 남겨야 하는 된장남이 되어야 할까요?


호박빙수를 다 먹으면 바로 일어나는 것이 보통의 내 스타일인데, 창 밖의 바다와 한가로히 들리는 음악소리에 내 스스로 속도제어에 들어갑니다.

가방에 있던 아이패드를 꺼내어 읽고있던 eBook을 열었습니다. 읽다가 바다도 바라보고 호박빙수도 한 입 넣어가며 느리게 느리게 시간을 즐깁니다.

아내가 부산에 오면 꼭 같이 오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모모스커피 본점 


부산에 올 때부터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카페가 있었습니다.

바로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를 배출한 카페, 모모스커피 입니다.

부산의 주활동지역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특별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오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다행히 바로 건너편에 (유료)주차장도 있어서 차를 놓기도 좋았습니다.

비 내린 축축한 공기에 커피빈을 로스팅을하는 탄내가 주차장부터 가득했습니다. 커피맛집에 도착함을 환영하는 너무 행복한 내음이었습니다.

정면에서 보이는 카페의 전경은 아직 아무도 없는 듯만 같았습니다.

태극기가 걸려있는 대나무숲을 지나 카페로 들어가니, 웬걸요.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정도로 이미 손님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1인의 자리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고, 주문하고 돌아오는 사이에 아주 좋은 자리에 앉았던 손님이 일어나는 행운에 그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커피가 유명한) 카페를 첫 방문할 때는 꼭 에스프레소를 주문합니다. 물이 섞인 아메리카노 나 우유가 섞인 베리에이션 보다 순수한 그 카페의 커피맛을 가늠해 보고 싶어서 입니다.

근데 여기까지 왔는데, 에스프레소 한잔으로만은 만족할 수 없겠죠? 그래서 나의 주문은, 에스프레소+플랫화이트+빵 .. 이렇게 했습니다.

주문을 받아주는 분이 참 친절했습니다. 많은 손님이 주문하려 줄을 서 있었지만, 모모스커피의 플랫화이트를 마셔본 적 있는지를 확인하고 우유온도에 대해서 설명해 줍니다.

특히 또 감동한 것은 이 두 잔을 마시고도 또 아쉬워서 핸드드립 아이스커피를 나중에 한잔 더 주문 할 때 였습니다.

내가 재주문하는 것임을 기억하고, 앞서 마신 커피가 괜찮았는지 확인하여 주문을 받습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서비스입니다. 감동-소통 이지요.


맛있는커피와 감동서비스. 모모스커피는 시간이 되면 또 오고싶은 카페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외에 또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받은 커피를 음미하며 빵도 한 입 넣으며 만족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영어가 들립니다.

“니빵 맛있니?”  “응, 맛있어!”

“너 한국사람이야?” “어! 나 한국사람.”

“오! 미안해 난 대만 사람쯤 되어 보여서 말 걸었어”  “.....................”

풉, 외국도 아니고 내 나라 대한민국에서 동남아 사람으로 오인받으며 영어 토킹어바둣 어택을 받다닛. 쉣쉣 ㅎㅎ.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부산에 어쩐일로 왔는지 서로의 사연을 얘기하고 커피 얘기, 이곳 모모스커피 카페 그리고 전주연 바리스타에 대한 얘기 등등.

결국 사진도 같이 찍자하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서로 팔로우 하고, 나이까지 텃지 뭡니까. 내가 자기보다 10살 이상 많은 거에 놀란 척(?) 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 친구는 홍콩사람 이었습니다. 곧 홍콩에 자기 카페를 오픈한다고 했습니다. 홍콩에 오면 자기 카페에 꼭 오라고 하더군요. 이름은 Andy 였습니다.

내 다음 행선지를 밝히면 아마도 따라 붙을 꺼 같아서, 쿨~~~하게 인사하고 먼저 일어났습니다. 나중에 나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분명 따라 붙지 못했음을 후회했을 껍니다.

재미난 시간이었습니다.




F1963


이 곳에 도착하느라 꽤 교통체증이 있었습니다. 공휴일인데다가 이 곳에 코스트코까지 있어서 인파가 집중되는 곳 이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차장에 무사히 차를 주차하고 들어섭니다.

구독하고 있던 유투브에서 알게 된 곳입니다.

테라로사, 복순도가, Yes24중고서점, 993프라하 가 입점해 있습니다.


먼저, Yes24중고서점 부터 둘러봅니다. 중고서점이지만 상태가 매우 양호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발간된 책들도 중고책으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처음 내 눈에 띈 곳은 마음에 드는 작가의 문장이 담긴 책갈피 셀프 제작코너 였습니다. 원하는 문장을 골라서 가죽 끈을 달아 책갈피로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나는 2개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 곳에 갈때마다 (계속 유지된다면) 꼭 하나씩은 만들어 올꺼 같습니다.

책도 샀습니다. 방미님의 부동산투자 책을 읽었었는데 방미님의 옛날 책도 읽고 싶어서 찾아봤으나 이미 품절이 된 책이었습니다.

이 곳에 그 책이 있었습니다. 개인을 통해서 이 책을 사려면 가격이 무려 5만원대 인데 이 곳에서 5천원대에 득템했습니다. 괜찮죠?  


서점을 지나다가 ‘복순도가’를 발견합니다. 너무 이쁜 매장입니다.

막걸리용기마저 이쁩니다. 내가 잘 안하는 짓은 막걸리 시음까지 해봤습니다. 우홧! 맛있습니다. 사가자고 하는 욕구가 발동합니다.

하지만,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양조장에서 직접 냉장포장해서 집으로 보내준답니다. 게다가 가격도 더 쌉니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그대신 1회 주문에 3병 이상 이어야 한다는거 기억해 주세요.  


테라로사 부산,

Yes24중고서점 안에도 작은 테라로사가 있기도 하지만 헛갈리시면 안됩니다. 반대편 구역에 대박 큰 테라로사 부산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를 꼭 가야 합니다.

들어서자 마자...우와~~~~~ 하는 탄성이 나옵니다. 양평, 강릉, 선릉점을 모두 가봤지만 테라로사의 스케일은 정말 대단합니다.

많은 손님들이 있었지만 공간도 워낙 넓었기 때문에 역시 원하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드립커피 아이스로 주문합니다.

드립커피 아이스는 마실 때 마다 늘 아쉬움이 있습니다. 콜드브루 커피에 익숙해서 그런지 살짝 싱거움을 느낍니다. 2배정도 진하게 내려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근데 그렇게 안해줄껍니다.

저녁에는 센텀 스파랜드에 가서 피로를 풀 계획이었습니다. 그 계획을 스스로 취소했습니다.

이 곳에서 좀 더 머물며 오전에 읽던 책을 마져 읽고 싶었습니다. 책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종종 쏘카존에서 벤츠를 운전하여 오고 싶어지는 곳 입니다. 원하는 대로 읽던 책을 마무리 했습니다. 2019년 예순번째 완독 책 이었습니다. #모든요일의기록 (김민철 저)


테라로사를 나오다가 맞은 편에 ‘999 프라하’ 수제맥주 양조장을 발견합니다.

오늘은 운전을 해야해서 한잔 할 수 가 없네요. 운전을 안해도 되는 날 이 곳의 맥주 맛도 봐야겠습니다.


태종대, 자갈치 즉석 생선구이 


커피를 여러 잔 마셨더니 살짝 속쓰림이 느껴집니다. 어느덧 시간도 6시가 다되어 갑니다. 고민하지 않습니다. 저녁 밥을 먹으러 이동합니다.

도착하니 저 멀리 해가 지고 있는 바다가 보입니다. 그러나 밥이 먼저 입니다. 골라둔 생선구이 집으로 갑니다.

맛집에 혼자가면 역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메뉴를 주문하기가 어렵다는 거. 어쩔 수 없이 생선구이 정식 1인분을 주문합니다.

반찬은 셀프입니다. 내가 자신있는 만큼 담아옵니다.

공기밥에 미역국을 먼저 줍니다. 생선에 먹다보면 공기밥이 모자를 꺼 같아서 공기밥은 생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심심한 미역국이 에피타이저로 안성맞춤 입니다.

드디어 드디어 생선구이가 나왔습니다. 지글지글 기름이 채 식지 않은 방금 구운 생선입니다.

소금간이 매우 약합니다. 금방 구운 생선입니다. 첫 한마리는 거의 밥 없이 다 먹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속도 조절을 합니다. 메뉴에 생선추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2인분을 시켜서 다 먹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럼 공기밥도 두 그릇 먹을껍니다. 아아아아.. 그러면 안됩니다.

공기밥 하나로 속도 조절해 가며 반찬까지 싸사삭 비웠습니다. 딱 적당하게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태종대 지역까지 왔는데, 등대를 못보고 간다니 아쉬었습니다. 해가 이미 져버리 온통 깜깜했거든요.

식당 사장님께 여쭤 봤습니다. “태종대까지 차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나요?” “등대까지는 못 내려가는데 그 근처까지 가능해요!”

그래서 태종대 공원으로 차를 몰고 입장합니다. 태종대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바다 위에 뜬 달이 너무 밝아서 찍으며 난간 쪽으로 다가섰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깜깜해서 몰랐는데 그 아래가 바로 까마득한 바다로 향한 절벽이었습니다. 휴~~~ 가슴이 철렁.


태종대는 날씨 좋을 때 낮에 다시 와야겠습니다. 그 때는 차는 입구 쪽에 두고 걸어서 왔다가야 겠습니다.

오늘은 바다 내음만 콧 속에 담아갑니다.

태종사(절)도 구경하고 싶었습니다.  




여행 느낌 

이번 주는 월요일 부터 빡세게 시작했습니다. 수요일까지 참 길었습니다.

목요일은 그냥 방에서만 쉬고 싶지 않았고, 좋은 것은 눈에 담고 맛있는 것을 입에 넣으며 잊고 털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쏘카를 12시간 예약해 놓고 즐겨찾기 해놨던 핫플레이스들을 선별해 봤습니다.

동행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거보다 더 많이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홀로 짧은 여행을 또 게획해야 겠습니다. 다음 주중 공휴일은 언제인지 찾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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