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묻지 마 테러 협박 뉴스를 접하면서 참담했다. ’ 이제 대한민국도 더 이상 테러에 안전하지 않구나!’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불특정다수를 향한 공중협박 범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범인 정체가 촉법소년이라든가 전현직 교사, 경찰관 등 상식을 깨는 사실을 접하면서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다. 유난히 한적하거나 인파가 북적이는 곳은 가급적 피하기로 했다. 방범 CCTV가 있어 적당히 안전하면서 주변에 편의점이 위치해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안전한 동선이 된다. 가상공간에서 범죄를 예고하며 욕망을 배설하는 사람은 현피를 뜰 용기도 없는 비겁한 사람들일 것이다. 응원봉과 은박담요를 들고 시위에 나온 여성을 모욕하고 나치주의를 들먹이며 ‘유럽이었으면 머리에 총알구멍을 숭숭 뚫어버렸을 텐데 ‘라는 발언에 대해, 판사와 검찰과 경찰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라 모욕이나 협박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법리를 운운하였다. 반년이 넘게 수사를 해태하면서 영장을 반려하였고 결국 수사중지가 되고 여전히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보니 어른들 말씀은 틀린 것 하나 없었다. 가족 중 의사나 변호사 한 명은 있어야 살아가는데 힘들지 않을 거라는 그 말,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이 참 세속적이라 생각했었다. 결국 형제자매 그 누구도 30년 전 의대나 법대를 선택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이공계와 예체능계를 택해 신나게 살았지만 늘 2%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적성검사에서 98% 경영이나 법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돌고 돌아 창업을 하고, 스스로 법을 공부하고 수십 건의 밀린 소송과 고소를 하며 이제는 출판사까지 설립하게 되었다. 그런데 반백 인생을 살아보니 인간이 평등하다는 발상은 이상일뿐,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실천하지 못하면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의사나 변호사는 사람을 살릴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문직이 싫다면, 재물이든 권력이든 매력이든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라도 가져야 한다.
소송을 하며 발견한 것은 내가 보기보다 호전적이고, 언어에 능하고, 승부사기질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승소를 해도, 기소가 되어도 마음 한편이 참 헛헛했다. 폭력으로 한 사람의 삶을 망치고 트라우마가 생기도록 죄를 지었는데도 벌금은 몇 백만 원에 불과하다. 사람을 죽인 중범죄자도 진단서를 내거나 돈을 기탁하면 형을 감면받거나 풀려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법이다. 그 대단해 보이는 법 앞에는 공무원들이 있다. 사람들이 와서 공무원에게 아무리 간청해도 경찰공무원은, “지금은 안됩니다”라고 앵무새처럼 말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가능하겠냐 물어도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안 된다."라고 답한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사람들이 안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굽히면 공무원은 비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들어가고 싶거든 내 금지를 어기고라도 들어가 보시오. 그렇지만 명심하시오. 사람이 막강하다는 것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하급 공무원이지만, 단계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공무원이 있는데 갈수록 막강해지지. 검찰공무원만 돼도 나조차 쳐다보기 어렵다오." 사람들은 그런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했다. 법이란 누구에게든 언제나 개방되어 있어야 마땅하지만 제복을 입은 공무원을 좀 더 찬찬히 뜯어보고 나니 차라리 입장 허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공무원이 등받이도 없는 의자를 주고 문 곁에 앉아 있게 한다. 여러 날 여러 해를 거기에 앉아 입장 허락을 받으려고 여러 시도를 해 보고 부탁을 하며 공무원을 지치게 한다. 공무원은 이따금씩 심문을 하는데, 고향이나 가족관계나 수입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를 묻지만, 그것은 공무원들이 으레 던지곤 하는 관심 없는 질문들이고, 결국에는 언제나 "아직 들여보내 줄 수 없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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