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색하다. 내가 영어 학원 강사라는 것이. 남들 앞에 서는 건 질색에다 혼자 집순이 생활을 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말이다. 말재주도 없다. 목소리도 듣기 좋은 음색도 아니다. 외모도 화려하지 않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아이들 앞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만들어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하여간 하나님의 계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해 본 경험을 한번 나열해 보자면 유학생,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인턴, 미술 유학원 데스크 언니, 한인 신생 회사 디자이너, 프리랜서, 마트 캐셔, 아기 사진관 보조, 회사원, 백수, 쿠팡 맨을 마지막으로 학원 강사 생활 3년 차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몰래 글을 쓰며 책을 읽는 사람이다. 내가 이런 많은 경험들을 해보게 될 거란 사실을 순수한 고등학생 때 상상이나 했을까? 그때 난 밝은 아름다운 나의 미래를 그리며 사색에 잠겨 공부도 뒷전이었는데. 이런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조금 더 놀걸 그랬다. 하고 싶은걸 더 해볼걸 그랬다.
영어강사를 택하게 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내 스펙으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공은 이미 오래전에 그만두었고, 유학 갔다가 얻어온 것이라곤 2억짜리 졸업장이었으니. (그 졸업장마저도 못 받고 올 뻔한 사연은 기회가 되면 글로 써볼까.) 나의 갈 곳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거다. 그게 싫어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 결국 돈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그래도 행운인 건 내 이력서는 영어 강사가 필요한 최고의 스펙이라고 말할 수 있었고, 그나마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어에 관심도 많고 영어를 많이 좋아하 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열심히 나의 성향과 맞지 않은 이 일을 견디며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참, 그리고 개 두 마리를 키우면서 더불어 아이들도 좋아하게 된 것도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에 첫 차를 장만하면서 삶의 질도 높아졌다. 나는 애플 워치도 있고 아이패드도 갖고 있는 부자다. 겉으로 보면 새 아파트에 살고 우아하게 개 키우며 차 몰고 다니는 영어 강사지만, 나의 히스토리는 ups and downs가 너무 많다. 그냥 웃으며 친구들과 그때 이야기를 할 때가 제일 즐거운 한 사람이기도 하다. 한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더불어 살아간다는 건 세상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른다고. 한 인생 덩어리가 다른 인생 덩어리와 만나는 일인데 어떻게 부딪히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 죽일 듯이 싸우고 남이 되어 헤어지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좀 이해만 해주면 될 것을. 대화로 풀어나가도 될 것을. 싫어도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해 주지. 왜 그렇게 떠나야만 했을까. 나.... 조금 서글픈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