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다. 하지만 난 그냥 집에서 새로 산 책이나 읽으며 보내고 싶다. 난 내 침대를 참 좋아한다. 누워있을 때의 그 포근한 감촉이 참 좋다. 그리고 내 방도 좋다. 내가 필요한 게 다 있다. 문구 덕후라 문구들에 둘러 쌓인 그 느낌이 좋다. 푹신한 베개의 감촉도 좋다. 호텔 침대에 누운 느낌보다 더 포근하다. 나는 간접 조명을 더 좋아한다. 뭐든지 포근한 느낌이 좋다. 노란색 빛이 나를 감싸 안정감이 들게 해주는 것 같다. 손만 뻗으면 침대 옆에 책상에 손이 닿아 읽고 싶은 책을 집기만 하면 된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게 왜 그리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몸뚱이가 편하려면 바삐 움직여야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누가 나쁘다고 했는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새나라의 어린이라고 했던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말씀을 상기시켜본다. 그런 난센스가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예전 선생님들의 말씀은 별로 맞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나는 아이들에게 일체 조언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도와주려 노력한다. 예전 나의 선생님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그냥 그렇게 사는 거다. 아이들 가르치며.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해가며. 덕분에 나는 꽤 학원에서 인기 있는 강사다. 관종끼가 없어서 간판까진 아니겠지만 "우리 학원은 선생님 아니면 솔직히 의미 없죠~"라는 말도 들어봤을 정도면 나도 꽤 인정받고 있는 것 아닐까. 소소하려고 노력하면 힘이 덜 든다. 특별하려고 하면 할수록 체력이 고갈되는 경험을 한 끝에 깨달은 결과다. 수업에 힘을 빼고 대화에 힘을 빼면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특별하지 않은 아이들도 없지만 특출 나게 특별한 아이들도 없다. 어른의 입장에서 모든 아이들이 그냥 자기답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소소하게 나의 삶을 살려고 새벽 다섯 시 반에 글을 쓴다. 누군가에겐 고통이겠지만 나에겐 그저 나 다운 모습의 생활일 뿐이다. 졸리면 자고 잠이 오지 않으면 글을 쓴다. 그리고 낮시간 동안 졸면 그만이다. 오늘을 약간 후지게 살았다면 내일은 좀 더 열심히 살면 된다. 모든 날들이 아름다울 필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