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몰리스 게임>
만약 궁지에 몰려서 다른 사람들을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트려야 내가 살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유망한 스키 선수였던 몰리 블룸은 대회에서 부상을 당하고 이른 나이에 은퇴합니다. 다른 돈벌이를 찾는 도중, 엄청난 부자와 유명인이 참여하는 포커 클럽을 운영하는 딘의 비서 일을 맡게 됩니다. 첫날 팁으로 3천 달러를 받은 몰리는 운영을 도우면서 포커 세계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평소에 자신을 무시하던 딘에게서 벗어나 직접 하우스를 운영할 마음을 먹죠. 호화로운 호텔의 스위트룸, 고급 음식과 술까지 준비한 다음, 딘의 고객들에게 몰래 메세지를 돌립니다. ‘오늘 하우스는 포시즌스 1401호에서 열립니다’.
성공적으로 자신의 포커 하우스를 만든 몰리는 점점 더 큰 부자를 고객으로 맞이합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비밀스러운 포커 하우스의 운영자가 되죠. 그러던 어느 날 밤, 몰리는 FBI에게 체포됩니다. 표면적인 혐의는 ‘불법 도박장 운영’이지만, 사실 정부는 몰리에게서 고급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기소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증언에 협조하면 재판으로 넘기지 않겠다, 이메일과 문자가 들어 있는 하드 드라이브를 넘기면 몰수한 전 재산을 돌려주겠다. 누구나 쉽게 넘어갈 법한 상황이지만 몰리는 절대 정보를 노출하지 않습니다.
몰리가 절벽 끝에서도 고객들의 정보를 밝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의리? 아니면 남들이 비난할까 봐 두려워서? 저는 몰리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였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인은 몰리에게 이제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계속 설득하지만, 몰리는 ‘다른 사람들이 직장과 가족을 잃고, 인생이 파괴될 문자 메세지도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친다’며 끝까지 거부합니다. 그는 자신의 명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명예까지 지킬 줄 아는, 자기 양심에 충실한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 라는 의구심이 든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 ‘몰리 블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화라는 점보다는 몰리를 연기한 배우가 제시카 차스테인이라는 점이 영화의 더 설득력을 높여 주어요. 제시카 차스테인이 그동안 <마션>과 같은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 덕분에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죠. 특히 14호에서 소개한 <미스 슬로운>에서 ‘피도 눈물도 없지만 자신의 신념을 향해 경쟁하는 로비스트’를 맡았을 때의 이미지를 잘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에 영화에 몰입해서 '내가 만약 몰리라면 과연 어느 선까지 타협하거나 고수할까'를 고민하게 되지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얼만큼 희생할 수 있을지, <몰리스 게임>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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