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재 Feb 08. 2021

달걀책방에서 만난 다정한 이야기

책 <나의 새를 너에게>

자그만 사내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마에 우표를 달고요! 우표에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신비한 글자와 아름다운 새가 새겨져 있었지요. 놀라운 광경을 본 의사는 어쩌면 노벨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욕심에 우표를 살짝 떼어 내 숨겨요. 이 우표는 의사의 아내, 도둑, 가난한 학생, 하숙집 아주머니, 뱃사람, 전쟁터의 군인 등 다양한 사람을 거쳐 갑니다. 우표는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감탄하는 사람 곁에는 조금 오래 머물지만, 그저 편지 부칠 때 쓰고 말 평범한 도구로 여기는 이에게서는 금방 떠나갑니다. 그렇게 부유하다가 글자를 모르는 이에게 책을 읽고 싶다는 소망을 주기도 하고, 하찮게 여겨져 쓰레기통에 버려지기도 하죠. 우표의 종착점은 어디일까요?



<나의 새를 너에게>는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인 사노 요코의 소설입니다. 어느 날 갓난아이와 함께 나타난 신비한 우표의 여정이 간결한 문장으로 펼쳐져요.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게 되었어요. 만남이 조심스러운 비대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앞으로 만날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감도 싹텄고요. '인연'이라는 말은 흔히 쓰이지만 내 곁의 사람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새삼 신기하지 않나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연이 시작되기도 하고, 많은 것이 달라도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나의 새를 너에게>는 "나의 새를 전부 너에게 줄게."라는 달콤한 고백처럼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관계를 아름답게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연희동 그림책 서점 <달걀책방>에서 만났어요. 책방에 들어서자 '닭과 달걀'에 관한 큐레이션이 반겨 주어 웃음이 나왔어요. 표지가 한눈에 보이게 진열되어 찬찬히 구경할 수 있었고요. 창가에는 초록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따뜻한 공간이에요. 오래 머물고 싶어 이날 구매한 <나의 새를 너에게>를 책방에서 읽었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제가 이름이 '사노 요코'인 핸드 드립 커피를 못 마시고 온 것. 조만간 또 가려고요. 여러분도 나들이 삼아 동네 서점을 방문해 보시길, 마음에 쏙 드는 책도 만나시길 바라요.



틈틈이 뉴스레터 29호는 '소망을 품은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뉴스레터가 궁금하시다면 여기 꾹 눌러 주세요!

틈틈이 보고 듣고 읽은 것 중 좋은 것만 나누어 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여서 끝까지 해 볼 수 있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