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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May 01. 2021

아는 맛이어도 맛있는 걸요

미드 <지니 & 조지아>

유튜브만 보다가 집중력이 줄어든 탓일까요, 아니면 코로나 때문에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려워서일까요. 취향이 비슷한 사람에게 추천받은 드라마도 3편을 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해 버리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점점 딴짓하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드라마에만 손이 가네요. <지니 & 조지아>도 넷플릭스 특유의 경쾌한 드라마인 줄 알고 재생했는데, 생각보다 쫀쫀한 각본 덕에 오랜만에 한 시즌을 정주행했어요.

미국 매사추세츠의 부자 동네 웰스베리에 새 가족이 이사 옵니다. 쿨하고 섹시한 싱글맘 조지아와 15살 지니, 그리고 9살 오스틴. 이 가족은 조지아가 새 남자 친구를 사귀거나, 남편이 된 그와 이혼할 때마다 이사 다닙니다. 벌써 전학만 다섯 번째인 지니는 과연 웰스베리에 정착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적응할 만하면 또 조지아가 누군가와 사귀었다가 헤어져 이사 가야 하는 건 아닌지요.


조지아는 매력적이고 시원시원한 엄마입니다. 10대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스타일리시하고, 어딜 가나 주목을 받는 키 큰 금발 미녀죠. 너무 쿨해서 가끔은 딸 지니보다 더 철없이 행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젊게 사는 덕분에 10대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 잘 알죠. 그리고 지니와 오스틴을 아주 끔찍이 사랑합니다.


그런데 항상 밝고 다정한 사람인 줄 알았던 조지아의 주변에 자꾸 미스터리가 생깁니다. 알고 보니 진짜 이름이 따로 있었고, 조지아의 옷방 바닥 아래엔 총과 수상한 물건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가족 근처에는 사립 탐정이 나타나고, 조지아의 직장에선 횡령 문제가 제기되는데요. 지니는 엄마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합니다.

15살의 조지아는 갓 낳은 지니를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구김살 없는 얼굴 덕에 고생 한 번 안 해 봤을 것 같지만, 조지아는 어릴 때 남들에게 착취당하기 쉬운 환경에 처했습니다. 부자 동네로 이사 온 지금과 달리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었던 겁니다. 어린 조지아는 자신에게, 그리고 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가질 수 있는 권력을 얻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조지아에게는 끊임없이 문제가 생기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길이라는 것도 알기에 선뜻 나쁘게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니 & 조지아>라는 제목처럼 이 드라마의 절반은 미스터리한 조지아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머지 절반은 조지아가 집을 떠나 우연히 만난 자이언과 낳은 딸, 지니의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는 미국 10대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얕지만 골고루 다룹니다. 혼혈인 지니는 백인 사회에서도, 흑인 사회에서도 온전히 소속되지 못하고, 백인 교사는 그를 은근히 차별합니다. 맥신이라는 통통 튀는 친구와 절친이 되지만, 원래 맥신과 함께 다니던 친구들은 지니를 질투하고요. 또 지니는 모두가 좋아하지만 한끗이 없는 착한 남자와 모두가 싫어하지만 나와 마음이 통하는 나쁜 남자를 동시에 좋아하기도 합니다. 비밀이 많은 엄마 조지아와의 갈등은 물론이고요.


이 드라마는 <위기의 주부들>처럼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 숨어 있는 미스터리, <루머의 루머의 루머> 속 10대 청소년들의 사회 문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과 같은 하이틴 드라마 속 연애 이야기를 한데 버무린 듯한 맛입니다. 어디서 먹어 본 듯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게 드라마라는 장르의 매력 아니겠어요? 다 아는 맛이어도 양념을 조금만 다르게 섞으면 그것대로 맛있잖아요.


• 넷플릭스에서 <지니 & 조지아>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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