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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Apr 18. 2021

선택과 후회의 반복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편안하고 아늑하지만 설렘은 없는 사이, 또는 새롭고 설레지만 그만큼 모호한 관계. 여러분은 둘 중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는 타입인가요?


<우리도 사랑일까>의 주인공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남편 루(세스 로건)와 결혼한 지 5년이 되었습니다. 둘은 무척 다정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너무 친구 같은 사이입니다. 어린 애들처럼 몸을 뒹굴면서 장난을 치다가 로맨틱한 상황이 되면 마고는 은근슬쩍 루를 거부하죠. 이제는 루를 남편보다 평생 친구로 사랑하는 듯한 마고에게 이웃 남자 대니얼(루크 커비)이 적극적으로 다가옵니다.


마고는 대니얼을 피해서 길을 돌아가다가도, 어떤 날엔 그와 마주치고 싶어 거리를 서성댑니다. 머리로는 그를 거부하지만, 자꾸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미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두 사람이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듀엣으로 춤을 추듯 유영하는 장면엔 끈적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그런데 서로의 몸을 터치하지 않은 채 수영하던 대니얼이 마고의 발목을 부드럽게 잡자 마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마치 달콤한 꿈에서 깨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


루의 여동생이자 마고의 친구인 제럴딘은 마고에게 말합니다.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 놈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 마고도 알고 있습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지겨워질 때마다 설렘을 찾아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을. 지금 반짝이는 사람도 색이 변하고 헌 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마고의 마음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 과연 마고는 설렘을 택할까요, 안정을 택할까요? 어느 쪽이든, 후회하지는 않을까요?


마고가 권태롭게 바라보는 이 남자는 루일까요, 대니얼일까요?

줄거리만 읽으면 무척 흔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관객의 마음입니다. 우리 각자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마고의 표정과 선택을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죠. 마고는 루에게도 마음이 남아 있고, 대니얼에게도 강하게 이끌리는 상황에서 울지도 웃지도 않는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표정은 보는 사람에 따라 후회로 읽히기도 하고, 설렘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한 사람을 선택한 다음에도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을 짓지요.


대니얼과 함께 탔던 놀이기구 위에 홀로 앉은 마고.

영화의 원제는 Leonard Cohen이 부른 동명의 곡을 따온 <Take This Waltz>입니다. 마고가 대니얼이 권하는 왈츠 춤을 추는 것이 맞는 선택일까요, 혹은 무대에서 내려와 루에게 안기는 것이 최선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선택할 건가요?


• 왓챠에서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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