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드 <더 체어>
구독자 여러분, 뉴스레터를 만드는 저희 셋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그동안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사실 저희는 같은 학교의 영문학과 학생으로 만났답니다. 갑자기 무슨 얘기냐고요? 오늘 소개할 <더 체어>는 이 세상의 영문학 전공생이라면 과몰입할 수밖에 없는, 한 미국 대학의 영문학과 교수들 이야기랍니다.
오늘은 펨브로크 대학의 김지윤 영문학 교수(산드라 오)가 학과장으로 취임한 첫날입니다. 새 마음 새 뜻으로 학과장실에 들어가 뿌듯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는 그 순간, "What the fuck!” 쉽지 않은 미래를 예견하듯 의자가 부서져 버립니다. 지윤이 학과장으로서 세운 목표는 계속 수강생이 줄어들어 위기에 빠진 영문학과를 구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취업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영문학보다 재미있는 게 훨씬 많은 세상이니 쉽진 않습니다. 게다가 유달리 고지식한 노교수들이 많아서 몇십 년째 업데이트하지 않은 강의 자료는 학생들을 잠재우기 일쑤입니다.
'체어(학과장)'가 된 지윤의 주변에는 사건 사고가 넘칩니다. 먼저 대학 교수진 사이의 문제. 이미 종신 임용된 백인 노교수 엘리엇은 학생들의 취향에 맞춰 강의하고 싶지 않지만, 수강 인원이 너무 적어서 해고당할 위기입니다. 반대로 종신 임용을 기다리는 젊고 똑똑한 야스민 교수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수업(예를 들면 ‘섹스와 소설’)을 하는 덕분에 언제나 인기고요. 게다가 두 사람의 강의를 하나로 통합하는 바람에 이 둘은 계속 부딪힙니다. 저희 학교 영문학과에도 엘리엇처럼 나이 많은 교수님들이 많았어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업도 있었지만, 진보하지 않은 영문학을 고루한 방식으로 가르쳐서 '이게 진짜 대학 강의인가'라고 실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윤은 소수 인종 여성으로서 영문과에 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윤이 학과장이 되기 전엔 사소한 것 하나하나 차별을 당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학과장이 되자마자 야스민을 펨브로크 교수로 종신 임용하자고 상사에게 어필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으면 연봉만 높고 수강 인원이 적은 3명의 교수를 해임하라는 답변을 듣죠. 지윤은 야스민의 종신 심사 평가를 하는 엘리엇에게 압박을 주지만, 학교 안에서 여전히 힘을 가진 그를 좌지우지하긴 쉽지 않네요. 시대가 바뀌었고, 학생들이 변화했다는 것을 엘리엇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더 체어>는 가볍지만은 않은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나갑니다. 한때 영문학에 큰 몫을 했던 교수들이 나이가 들어 허술해진 모습이나, 영문학과 교수들답게 비꼬는 대사엔 유머가 넘치죠. 딸 주주와 할아버지가 함께 간 사촌 돌잔치에서는 정겨운 한복과 참이슬이 나오고, 어른들은 아이가 돌잡이 할 때 달러 지폐를 집도록 은근히 유도하는 것도 너무 웃겼어요. 에피소드 하나가 30분짜리라 가볍게 시작하기에도 좋으니, 넷플릭스로 달려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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