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에는 키에 세배쯤 되어 보이는 살구나무들이 천을 따라 줄지어 심어져 있다.
순간, 눈 앞에서 나뭇잎이 떨어진다.
오로지 바람에 의존하여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도 모른 채로 나뭇잎이 떨어진다.
나의 종착지를 맡긴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어떤 믿음일까.
선택이란 단어가 불가피한,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
그 어느것도 탓하지 않는 마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게 되는 것.
결국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겸허함.
문득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뭇잎처럼 산다면 순백의 겸허함을 배울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