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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Mar 03. 2024

청포도알

후두둑- 늦은 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굵은 빗방울이 선명하게 눈에 보일 정도로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졌다.

마치 하늘에서 청포도알이 떨어지는 듯했다.

바닥에 이리저리 튕겨지는 청포도알을 닮은 빗방울을 보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한 말이 떠올랐다.


‘비가 오면 온 세상은 마치 초연해지는 것 같아. 내 모든 기분과 신경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야’


전달들은 문장이 경험이 되는 순간.

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퐁퐁퐁 예쁜 초록색 포도알이 하늘에서 내렸다고 말해줘야지. 그렇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내달려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 거울 너머로 한껏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몸을 내던져 무거운 눈꺼풀을 스르르 감으면서 생각했다.


‘하늘에서 마치 청포도알이 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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