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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스토리텔러 Jul 07. 2018

#3. 어시스턴트 OOO의 일 2

그럼에도 뷰티 어시스턴트를 하는 이유.


뷰티 에디터가 되기가 로또까진 아녀도 -

적어도 하늘의 별 따기는 맞는 것 같다.


어시스턴트를 한 지 3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대부분 6개월 정도 일을 하는데 그럼 그 뒤엔 어떻게 되는 거지? 4개월째부터 고민이 되었다. 그때의 회사는 공채를 안 뽑은 지 4년이나 되었고 잡지가 사양사업이라 하나 둘 없어질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편집부 에디터는 12명이 내외인데 뷰티팀은 정식 기자가 4명, 그리고 유가(브랜디드 콘텐츠)를 다루는 프리랜서 에디터가 존재한다. 한 달에 500 페이지에 육박하는 책 한 권을 이렇게 적은 인원이 소화해내다니! 즉슨 그들의 손과 발이 돼야 하는 어시스턴트에게 돌아가는 보수는 거의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한 달에 40만 원, 그것도 3.3% 제외하고 받았으니까. 매일 출근하고 마감 시즌에는 선배들과 같이 야근하고 일반 회사원 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 같은데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몇몇 선배들을 제외하고는 이 업계의 관행이자 생리인 것처럼 쥐꼬리만 한 페이를 당연한 듯 생각했다. 나중에는 억울해서 선배 동생이면 이런 돈 받고 일하라고 하겠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럼에도 뷰티 어시스턴트를 1년 간 견딘 이유는 오기가 나서도 아니고 내가 멍청해서도 아니다. 어시스턴트가 되면 도제식으로 일을 배운다. 현장에서 선배의 작업을 돕는 보조자 노릇을 하면서 어깨너머 일을 체득해나가는 방식이다. 80년대 만화가와 문하생의 문화를 21세기에, 그것도 가장 트렌디한 패션 매거진에서 겪게 된 것이다. 황당하지만 이제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배워야 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고학력보다 현장 경험이 많은 어시스턴트!

사정이 이러니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가진 자라도 입사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만약 자리가 난다 한들 이 일의 흐름을 알고 에디터 가까이서 일해 온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주 드문드문 있는 일이지만 모두들 이런 기회만 기다리며 묵묵히 일을 해나간다. 이게 바로 그들이 말하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마감을 해야 하는 일이니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신입보다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나처럼 평생 에디터라는 꿈만 꿔온 외골수가 경험을 쌓고 기회를 노리기에는 가장 최적의 자리라는 얘기. 실제로 어시스턴트로 일할 때, 회사 공채가 떴었는데 각 매체에서 일하고 있는 어시스턴트와 프리랜서들은 서류 전형이 면제였다.



'내용 없는 열정'만큼 최악인 것도 없다.

모두 어시스턴트를 거쳐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열정 하나로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이나 해외 유학파로 꾸준히 잡지의 문을 두드려 본 사람도 있고 본인이 기사를 기획하고 편집 디자인을 해서 한 권의 잡지를 만든 사람도 봤다. 유학파라면 현지에서 해외 통신원 활동을 지원하는 방법,  요즘처럼 디지털 채널 에디터로 활동하고 싶다면 적어도 자신의 것을 보여줄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 하나쯤은 있어야 실력을 증명할 것이 아닌가. 어떤 방식으로 경험을 쌓아도 상관없다. 다만, 에디터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엄청난 돈을 내면서까지 포트폴리오를 만들 필요는 없다. 대신 6개월 죽어라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게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잡지사는 어쩌면 가장 보수적인 곳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갑자기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화려한 패션 에디터로 등장하거는 허황된 이야기는 꿈도 꾸지 말자. 실제로 두산매거진이나 JTBC+, 서울문화사는 4년제 졸업 예정자나 졸업생만 지원 서류를 낼 수 있다. 공채의 경우 일반 기업과 같이 토익 점수와 기타 자격증을 기입한다. 면접 또한 실무자 면접, 임원면접, 대표 면접 그리고 적성검사와 체력검사까지 진행하는데 다른 게 있다면 주제를 던져주고 기획한 기사를 발표하는 PT면접이 있다는 것. 선배들 시절에는 한 주제로 하루 동안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내야 하는 미션을 여러 번 했다고 들었다. 물론 취재에서 돌아오지 않는 지원자가 절반이었다고. 누구는 일반 회사 면접에 크리에이티브를 요구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이 들 것이고 반대로 스펙이 조금 모자라다면 이런 부분에서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결국 공채 출신이거나 어시스턴트 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 하면 된다. 다만 가뭄에 콩나 듯한 공채를 기다릴 게 아니라면 어시스턴트 생활을 최대한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대부분 6개월이면 어시스턴트로서 일은 끝이 난다. 그 이후에는 그럼 어떡하냐고? 누구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누구는 편집장에 눈에 들어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한다. 나 같은 경우는 직속 선배가 깜빡하는 바람에 10개월 정도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프리랜서 에티터가 되었다. 프리랜서 에디터가 됐다고 정식 기자로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 기간 동안 또 공석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대학 동기들은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데 나는 여전히 고용이 불안한 일을 하고 있으니 심한 자괴감과 괴리감이 들었다. 이게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기자세계에선 선. 후배가 굉장히 확실하다. 이거도 보수적이라고 느낀 것 중 하나인데 나이보다 먼저 입봉 순서가 우선이다. 막내기자 나이가 평균 28~29세인데 우리나라처럼 장유유서 문화에선 에디터보다 어시스턴트가 나이가 많으면 서로 불편한 일. 다행히 우리 매체는 언니, 동생하며 자매처럼 잘 지냈는데 다른 곳은 몇 개월 차이로 깍듯하게 선배로 모시는 거도 봤다. 사람마다 시작이 다르고 기회가 찾아오는 시간이 다르지만 회사는 이런 사사로운 감정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최근 듣게 된 (당연하지만)기분 좋은 소식은 어시스턴트 월급이 인턴직과 동등해졌다는 얘기입니다. 꿈을 담보로 청춘들에게 값 싼 노동을 요구하는 곳은 이제 점점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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