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퇴사를 했을까 되짚어 보며 든 생각
내가 퇴사를 한 이유는 업무에 대한 흥미와 적성 때문이었다.
1년차가 되어도 업무에 대한 흥미를 도무지 느낄 수가 없었고 동기부여는 더더욱 되지 않아서였다. 어쩔 수 없어도 직장생활이란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것이고 회사생활이 적성에 맞아서 다니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내 퇴사 면담을 한 과장님과 부모님의 말씀은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흰 머리가 생겨나고 몸 이곳저곳을 긁어대며 상처가 늘어나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안맞는 것 같았다. 퇴근하면 업무용 노트북을 집에 들고가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하고 업무 공부를 했다. 일요일에도 카페에 가서 업무 내용을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업무가 도무지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갖고자 영업 대상 해외업체들을 물색하고 제안서를 뿌렸다. 그리고 나는 손이 느렸던 터라 패킹리스트 만드는 연습을 수 차례 했다. 스스로 한국 경제의 최전선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고급인력이라고 생각하며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파티에도 취미삼아 나가곤 했는데 그곳에서 같은 직무를 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제때 오지않는 원자재로 구매팀도 아닌 내가 항상 납기에 스트레스받아야 했다. 도무지 계획대로 돌아가주지 않는 공장 때문에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관리 업무에 치중해야 했다. 원래도 업무에 도무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관리가 안돼니 더욱 매너리즘에 허우적댔다. 여기에 디테일을 하나씩 놓치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나로인한 업무적인 문제는 항상 내가 업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공부를 게을리 했으며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이 되었다. 이유야 어찌됬던 내가 연관되어 있으니 내 탓이라는 논리.
그래도 어느 날 내가 뿌린 제안서에 답장이 왔고 유상으로 샘플을 진행할 수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며 기분이 좋았던 몇 안돼던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이 샘플 준비를 끝으로 퇴사했다.
내 개인 성격적인 부분도 직무와 상극에 가까웠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가족,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안하고 살았다. 나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이다. 팀장은 팀원들이 서로 친해야 분위기도 좋고 일도 잘 풀린다는 생각을 가진 모양이었다. 항상 일만하고 가는 내게 붙임성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친해지라고 종용했다. 식사할 때면 말을 좀 하라고 했다. 할 말이 없는 걸 뭐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회사에서 할 수 있는 Small talk은 의외로 한정적이라 말 잘못하면 이상하게 오해받기 십상이다. 거래처 회식 다음날이면 내게 왜 그런말을 했냐며 질책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다. 본인 술을 왜 받지 않았냐며 화내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이해는 갔지만 말 수 적은 성향을 고칠 순 없었다.
해외영업도 영업직인지라 대인관계가 중요하다. 특히 회사로부터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에 많은 물량을 팔라고 압박을 받는 영업사원에게 남은 무기란 접대를 잘 하여 거래처와 대인관계를 극상으로 유지하는 것 뿐이다. 영업사원 일하기 편하게 완벽한 품질과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해주는 중소기업 공장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를 몸소 느끼며 이 일을 오래할 수는 없겠다 생각했다.
영업사원은 말싸움도 웃으며 잘 할줄 알아야 한다. 회사 사람들은 자기 밥그릇을 지키고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는 책임전가를 하려고 한다. 때로는 거래처 담당자일 수도 있고 직속 상사일 수도 있다. 그러니 성격이 '내향적' 일 수는 있어도 '소심'해서는 안된다. 특히 영업사원은 사장을 대리하여 회사의 비즈니스를 이끌어 나가는 일을 하므로 말싸움을 잘해야 한다. 유관 부서가 협조를 너무 해주지 않으면 웃으며 협박도 할 줄 알아야 한다. 학생 때 각종 토론 대회, 모의 유엔 등을 주도적으로 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영업은 단순히 물건 판매하는 일이 아니다. 이걸 영어로 했다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