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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 Feb 06. 2021

퇴사 후 어떻게 살 것인가

또 한번의 기회, 새로운 도전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

나는 첫 직장, 첫 직무에서 1년 넘게 버텼지만 결국 적응에 실패하고 퇴사했다.

놀랍게도 나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취업을 했던 친구 몇 명도 얼마 전에 퇴사를 했다. 심지어 나보다 학벌도 좋고 대기업에 간 친구들이었다. 사회성도 나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은 친구들이었다. 이에 우리는 술자리에서 회사욕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들 친구들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현실적인 취업난, 연봉과 이직 기회, 나의 스펙, 회사의 안정성 등을 보고 첫 직장에 들어간 결과, 나는 다시한번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내 자신에 대한 탐구가 없었던 탓이 크다. 어쩌면 나 역시 온실 속의 화초에 불과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학교 수업과 방학 때 했던 몇 달 간의 인턴생활은 적어도 내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사회에 나가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 탐구하기에는 부족한 경험이였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사회 초년생이라는 이유로 알게모르게 배려를 많이 받았던 탓일까. 나는 회사에만 어떻게든 적응하면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서술한 적성의 문제, 그리고 내면의 유아적인 발상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유아적인 발상'이란 아래 인용문과 같다.


회사에 들어오면 월급을 받는다. 이것은 생각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꾸역꾸역 다니게 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
한 번이라도 퇴사를 고민하다가 회사에 남은 신입들은 회사에 남기로 '결정'한 것인가? 내가 보기엔 대부분 아니다. 그들은 단지 결정을 유보한 것 뿐이다. 직장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그만두고는 싶은데, 월급이 주는 안락함을 포기하기 싫은 것이다. 유아적인 발상이다.
- 당당한 신입사원의 7가지 습관(황진규 저) 중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발견할 수 있었던 내 모습은 바로 이 유아적인 태도였다. 몇 개월 지나니 본질적으로 내게 맞는 일도 아님에도 당장 안정적인 직장으로부터의 소득이 있으니 내 인생을 회사에 의지하고 있었다. (연차 은 사람들 중에도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창궐하여 수주가 갑자기 끊기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시기에 더욱 그랬다.


돌이켜볼때, 회사에게 감사한 점이 있다면 이렇게 회사에 안주해가던 나를 가만두지 않고 어떻게든 업무성과를 뽑아내기 위해 어르고 달래고 갈구고 괴롭혔다는 것에 있다. 그저 그런 회사였다면 아마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이유로 대충 넘어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정리됬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엄연히 그들이 해야할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일하니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해외지역 영업활동 및 부수 업무로 진행한 통역/번역 업무와 더불어 품질, 구매, 재무, 포워딩 등 다양한 부서와 협업하며 일을 하다보니 내가 못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몸소 알게 되었다. 또한 여러 기업의 미팅에 참석해보면서 내 또래의 사원과도 만나볼 수 있었고 심지어 개인 사업을 하는 선배퇴사자(?)와 스타트업 대표와도 미팅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세상은 실력이 있다면 비즈니스 기회가 무궁무진했다.


부모님과 직장 상사들은 내게 말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나도 내심 알고 있었다.

이 시기를 잘못 보내면 더이상 내 인생을 더 잘살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없을 지도 모른다는 점을.

부모님과 외할머니가 일구어놓은 삶의 기반 덕분에 나는 내 진로를 탐색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반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남지도 않았다.


나는 퇴사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레 내 삶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앞으로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내 자신을 냉철히 되돌아 보았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퇴사 후에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여 공부하고 관련 분야의 경력자를 찾아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 사회에는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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