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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 Feb 16. 2020

재워달라하던 이상한 여자

바람불던 날

학교는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모처럼 왁스로 머리 손질을 한 날이면, 바람이 불어닥쳐 머리 모양을 짓이겨 놓았다.


어디서 주워들은 바로는, 우리 학교는 산을 깎아 만들었기 때문에 바람을 막아주는 동산이 없다고 했다.


탁 트인 캠퍼스 주변에는 도심이나 역으로 가는 도로를 달리는 차량만이 즐비했다.


비바람이 불던 밤이면 한치 앞을 보고 걸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우산을 방패막이 삼아 나아가도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대는 바람에 젖지 않은 옷자락이 없었다.


그 날은 그런 날 밤이었다.



긴 여정에 조금 피곤한 채로 역 앞에서 학교 셔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 열시, 마지막 버스가 오고 있어아 할 시간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줄을 서서 있던 도중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저좀 재워 줄 수 있나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꾸밈없는 남루한 차림을 한 처음보는 여자가 뜬금없이 물어왔다.


"네?"


황당한 부탁에 나는 잘못 들었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을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했다.


그래, 일단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설사 재워줘야한다고 쳐도 나는 기숙사에 살고있다. 

딱 봐도 학생같지 않은 낯선 외부인을 데리고 들어왔다간 경비에게 걸리기 딱 좋다.


나는 경찰을 불러야 하나 싶었지만 피곤하게 경찰서까지 가기는 싫었다. 적당한 말로 거절했지만 그 여자는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서 떠나지 않았다.


곧 셔틀버스가 왔지만 줄이 워낙 길었던 탓에 내 앞 네 사람을 남기고 가버렸다.

본의아니게 일행이 된 우리는 콜택시를 불러타게 되었고 무슨 염치인지는 몰라도 그 여자는 자연스레 따라 타 버렸다.


나를 따라오는 건가.


행색이 남루하나 가출을 한 사람이라기 보기엔 나이가 있어 보였다. 한 30대 초반 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알면 내가 다치게 된다고 했다.


이 정체모를 여자를 콜택시 옆에 앉히고 캠퍼스로 들어가던 도중 다른 남학생이 자취촌에서 내렸고

그 여자는 그 남학생을 뒤에서 따라갔다.


걱정이 됬지만 우리는 무심히 기숙사로 향했고 방에 들어가자 마자 친구들에게 이 썰을 풀었다.


유학생 친구들이라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던 것일까.


그 여자가 무슨 힘이 있겠냐고, 위험한 사람은 아닐 터,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정의감에 불타 그날 밤 그 여자를 다시 찾아나섰지만 


그 남학생이 자기 자취방으로 들였는지는 몰라도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비는 그쳤고 날은 개어 화창했다.


그 날의 이 사건은 아직도 우리끼리의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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