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억울함이 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오늘 초등학교 알뜰 시장이 있었다. 학생들은 들뜬 마음에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한 학생이 흥분하면서 “쌤! ‘알뜰’ 시장이 아니라 그냥 시장이에요!!”라고 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해당 친구가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운동장에 살짝 나가서 저학년이 알뜰 시장 참여하는 모습을 염탐했다고 한다. “글쎄!! 제가 직접 봤는데요!!! 작년에는 솜사탕 하나에 300원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조금 주면서 4,000원씩이나 받아요!!!” 정말? 4,000원씩이나 받는다고? “네! 제가 봤어요. 다른 것도 다 몇 천 원씩 했어요! “ 속으로 어랏, 나도 현금으로 만 원만 챙겼는데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학생들은 어쩔 수 없지로 못 끝냈다. 매우 흥분하면서 “학교가 돈 뜯어내려고 하네!” “엄마가 나한테 만 원밖에 안 줬는데!” “이게 뭐가 알뜰 시장이야! 그냥 시장이지!!” “이건 사기야!” 그 학생의 한 마디에 학교와 학부모님이 야심 차게 준비한 알뜰 시장이 뭐랄까.. 아이들의 욕 받이가 됐다.
해당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알뜰.. 아니지, 그냥 시장에 갔다. 학생 말을 듣고 씩씩거렸던 학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이 환했다. 각자 준비한 에코 가방이 순식간에 한가득 채워졌다.
나는 4천 원짜리 솜사탕을 찾지 못했다. 천 원짜리는 봤어도.
해당 학생을 찾아보니 천막 안에서 다른 친구들과 웃으며 떡볶이와 소시지를 먹고 있었다. 에코 가방 안에도 뭐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진짜 봤다니까요!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렇지. 아마 학생은 진심으로 봤고 진짜 그 자리에 있었을 거다. 학생은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을 말했다고 믿는다. 학생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은 그럼 허상일까?
살면서 이러한 일이 너무 많다. 내가 보고 듣고 만진 게 전부가 아닌 상황들.
문제는 그러한 상황들이 팩트인 마냥 떠돌아다닌다. 사람들은 “내가 겪었어” “내가 봤어”라는 말로 더 확인하지 않고 덥석 믿는다. 본인이 봤다는데 거짓말하겠어.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지.
개구리가 우물 안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내가 진짜 진짜 하늘 봤어! 요만해. 직접 봤다니까! 하면 개구리 탓 하기에도 애매하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개구리가 살고 있다. 우물 크기만 조금씩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