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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치즈 Aug 18. 2022

날 살린 건 너야

Prologue: 프롤로그
















태양, 아침이 된다면 시간에 맞춰 당연히 떠오르는 그런 존재, 언제나 열정적이고 활활 불타는 그런 존재.

태양은 늘 당연한 듯이 아침이 되면 떠올랐고, 저녁이 되면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 이 사실을 자각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 생각을 해봐도 아마 손에 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태양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순간 아침이 되면 당연히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나 또한 당연히 일어나 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해지지 않아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다음날 태양이 오는 것이 무서워 늦은 새벽에 눈을 쉽사리 감지 못했다. 그러나 끝내 잠을 이기지 못하고 감은 눈이 시끄러운 알람 사이로 힘겹게 떠질 때면 아주 밝디 밝은 태양이 날 향해 비추고 있었다. 그럼 난 어떻게든 그 태양을 피해보려 다시금 이불속으로 파고들곤 했지만,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나에게 이 시기는 마치 암막커튼이 쳐진 새까만 방 같았다. 온 사방에 부딪힐 장애물들은 널려있는데 나는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온몸으로 그 고통을 받아내고, 넘어지고를 반복해야만 했다. 반복은 참 무서운 것이었다. 조금씩 사람의 의지도 희망도 다 앗아가 결국 날 굴복시켰다. 사람이 뭔 갈 쌓아 올리는 건 오랜 노력이 필요한 데에 반해 사람이 무너지는 건 정말 한순간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하루라도 어떻게든 일단 숨만 붙어살아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거라고 칭찬해줘야 했던 그때의 나는 지금처럼 내가 그 시기를 과거로 마주하며 글을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그 순간들이 과거가 될 것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근데 이 모든 게 다 가능했던 데에는, 다 네가 있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삶을 포기하려고 하던 나를 네가 붙잡아주었다. 너는 이제 내 삶에서도 하루 일과에서도 어느 한 곳에서도 빠져서는 안 되는 내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 너는 나에게 완전히 잃어버렸던 의지와 희망을 조금씩 안겨주더니, 결국에는 매일 아침에 뜨는 태양이 당연하게, 무섭지 않게 해 주었다. 날 살린 건 너였다.


그래. 날 살린 건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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