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정신을 갈아 넣으면 이렇게 됩니다.
사람들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습관이 있듯이, 나에게도 좀 특이하다면 특이한 습관이 하나 있다. 불을 꼭 켜놓고 잠에 드는 습관이다.
이 습관이 언제부터 생겼냐 하면, 내 정신이 가장 최고치로 갈리고 갈려 결국엔 온전한 나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즉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생긴 습관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의 나는 매일 밤을 늘 항상 어둠 속에서, 우울 그리고 불안과 함께 싸워야 했다. 태양이 온 세상을 비추며 사람들의 말소리와 사물들의 소리가 가득했던 낮에서 갑자기 모든 소리가 뚝 끊기고 밝은 빛을 내어주는 태양이 숨어들면 그 속에서 괴물처럼 힘을 키워낸 불안과 우울이 있었다. 불안과 우울은 빛이 사라지자 내 머릿속에서 나를 사이에 두고 아주 신명 나게 싸워댔고, 그 싸움은 추진력이 되어 충동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나 홀로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의 연속이었다.
외줄 타기. 외줄 타기를 구경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켜보는 이들도 긴장되게끔 하는 아슬아슬함을 자아내며 절대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것.
하지만 나의 외줄 타기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는 외줄 타기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줄부터가 너무 얇아 한 발짝을 딛고 서있기 조차 어려운 외줄에서 나는 몇 시간을 서있어야 했다. 과연 나는 그런 외줄에서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하게도 그 외줄에서 수 도 없이 떨어졌다. 아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어도 서있기 조차 힘든데 불안이라는 바람이 자꾸만 날 밀어댔다. 나는 그렇게 수십 번 수천번을 떨어졌다. 떨어지면 그 밑은 충동이라는 바다 속이였다. 그것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닷속에서 나는 다시금 빠져나가려 미친 듯이 헤엄쳤지만 불안이라는 바람이 파도를 만들어 내었고, 나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첫 굴복은 아주 작아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었지. 처음이 어려운 것이라고. 그 말은 내게 딱 들어맞았다. 작디작았던 첫 굴복의 그 상처와 흉터들은 몇 번의 반복적인 굴복으로 인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나중에는 내 팔목 전체와 허벅지에서 흘러내리는 굴복의 대가를 보고 있으면 왜인지 안정감이 들었다. 그 안정감은 나를 반복하게 하였고, 반복은 훨씬 더 큰 무서움을 초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