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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치즈 Sep 08. 2022

날 살린 건 너야 2

오늘 하루 목표: 살아만 있어도 성공





정신이 갈리면서 내가 제일 먼저 시작했던 이상하고 끔찍했던 생각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저 자동차에 뛰어들어 내 온몸이 갈려 죽게 된다면 이 지긋지긋한 삶과 불안, 우울을 멈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가 등교를 할 때에 건너는 아주 작은 횡단보도가 하나 있었는데, 그 횡단보도가 늘 항상 고비였다. 뛰어서 건너면 30초도 안될 만큼 작디작은 횡단보도였지만, 학교를 가는 등굣길에 다 갈린 정신 상태로 그 횡단보도를 마주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그 횡단보도 앞에서 떨어야 했다. 내 몸이 내 생각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홧김에 확 뛰어들어 버릴까 봐 너무 두려웠다. 무서웠다.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은데,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할까 봐 무서워서 덜덜 떠는 날 보며, 나는 내가 이제는 정말 미쳐가는 줄 알았다. 남들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도 하며 친구들과 뛰어서 건너는 횡단보도 앞에서 나는 몇 번을 망설이고 주춤거렸다. 사실 이 증상은 후에 알고 보니 공황장애의 한 증상이었다는걸,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나는 미쳐가는 게 아니라 아픈 거였다.


하지만 아프다는 사실을 인지한다고 해서 갑자기 아프던 것이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정신질환 또한 그러했다. 심지어 나는 정신과를 다니면서 오히려 상태가 더 악화가 되었다가 나아진 케이스였다. 맨 처음 정신과에 가서 약을 먹고 한두 달이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안일한 생각과는 달리 몇 달을 약을 먹고 약을 바꿔도 도무지 내 상태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그때 당시 주변 상황이 매우 안 좋은 것이 큰 몫을 했지만, 그런걸 다 떠나서 내 상태가 나쁨의 최고치를 찍었을때 당시 나는 상상 속에서 나를 몇 번이고 죽이고 또 죽이느라 너무 힘이 들었다. 전부 상상이었지만, 스스로를 죽이는 상상을 매일같이 1분 1초도 빠지지 않고 하면 그 고통이 실제로 느껴지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너무 아파서 울고불고 난리라도 치고 싶은 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럼에도 정말로 내가 너무 싫었기에 나를 다시 죽이곤 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때는 그냥 하루 목표가 살아있기 였다. 살아만 있어도 그날 하루는 성공적으로 산 하루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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