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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콩 Feb 14. 2022

11. 자신 만의 연애 팁이 있나요?

자기 몫의 인간 되기

Y는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는 권태라고 했다. 집에서 고작 5km 떨어진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고깃집에 구태여 맥라렌을 몰고 오는 30대 싱글 남성이 이야기하는 권태는 내가 딱 지루해하는 유형의 대화 소재였다. 


뻔한 성취, 뻔한 자극, 뻔한 권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권태는 단조로움에서 오는 것 아닌가요, 삶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연애라도 하시지 그래요, 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하자 Y는 불판 위의 고기를 뒤집으며 연애도 이미 권태로운 걸요, 라고 대답했다.


여전히 사람 앞에서는 매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내가 물었다.

연애마저 권태로우시다면, 자신 만의 연애 팁이 있나요?


"재미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연애를 잘 하기 위한 팁은 자기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죠.

좋은 사람에 대한 정의는 저는 분명해요. 자기 몫을 할 수 있으면 돼요. 사람들은 모두 한 사람의 몫을 하는 척 살아가지만, 사실 제 몫도 제대로 못하는 0.5의 인간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래서 자기 몫을 하는 1.0의 인간만 되어도 연애가 쉬워지고, 남을 도울 수 있는 1.5의 인간이 되면 누구와도 연애를 할 수 있게 돼요. 그리고 그건 연애 뿐만 아니라 일, 가족 등 삶의 어느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다행스럽게도 저는 이 진리를 20대 초반에 군대에서 이미 깨달았어요. 아직 사람이 어렵다면, 그냥 1.5의 인간이 되는 데에 집중해야 해요. 그렇게 된다면 유튜브에서 '연애 잘 하는 법'으로 이야기하는 화술, 패션, 외모 관리법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거에요."


Y도 나도 그 후로 서로 연락을 하는 사이는 되지 않았지만, 1.5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문득 생각나곤 한다. 나에게 부여된 다양한 이름 앞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제 몫을 하고 있을까. 나는 과연 내 곁에 선 너에게 짐을 지우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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