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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충분 Aug 22. 2021

식어버린 핫플레이스, 성수연방2

2. 내가 더이상 성수연방에 가지 않는 이유


대체 왜왜왜,

성수 연방은 안타까운 공간이 된 걸까?


 얼마 전에 OTD  손창현대표가 쓴 '빅투 스몰'이라는 책을 읽었다. 손 대표가 왜 스몰 브랜드를 창업하는지 스몰 브랜드의 경쟁력과 OTD의 다양한 성공 사례에 대해 소개한 책이었는데 공감 가는 내용도 많았고 더불어 '성수 연방'의 처음 듣는 뒷 이야기 등도 접할 수 있었다.


 

 '성수 연방'은 다양한 공장이 길드 형식으로 조인한 일종의 '공장 연합체'다. 성수동은 과거 준공업지역이었던 역사 때문에 인쇄, 가죽 등 다양한 공장이 많고 이곳 성수 연방도 그 연장 선상에서 이곳 성수동에 새로운 공장 연합체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건물 1층에는 공장이 입점하기는 힘든 조건이지만 OTD는 공장 유지를 위해 임대료도 올리지 않았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성수동의 색에 어울리는 새로운 공장들을 입점시켰다.
 

 

덕분에 이곳에는 캐러멜, 만두, 인도 맥주, 소시지 정육 등 4개의 각종 공장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참 슬프게도 그렇게 많이 성수 연방을 드나들었지만 이곳에 4개나 되는 공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조금 더 이 공간의 풍미를 느꼈을까?



성수 연방 사진을 찍고 성수동에서 내가 좋아하는 소바집인 가조쿠 소바를 들렸다. 이곳은 직접 메밀국수를 제분해서 직접 매 밀면을 뽑는다며 제분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기계실에 작은 창문을 뚫어 제분 공정을 소비자들이 볼 수 있도록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덕분에 가게에서 직접 면을 뽑는다는 팸플릿의 문구에 신뢰도가 상승하고 더불어 작은 체험을 통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모습을 보아하니 성수 연방 또한 콘셉트를 좀 더 적극적으로 느끼고 감상할 수 앗는 포인트들을 여러 군데 배치해놓았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곳은 도슨트 없는 반쪽짜리 전시 같달까.


 

애매한 규모 & 애매한 위치

이와 관련해 최근에 겪은 재밌는 일화가 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우리 팀 차장님이 성수동에 뉴욕 첼시마켓을 닮은 새로운 핫플이 생겼다고 귀띔을 해왔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문화 치팅데이를 할 것이라고 말이다. '새로움'이라면 마다하지 않던 나는 눈을 반짝이며 그곳의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차장님이


 

아 거기.. 성수 연방? 이랬던가?



"네???!! 성수 연방이요?"

성수 연방이 생긴 지 2-3년의 세월을 무마시켜버리는 팀장님의 엄청난 뒷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차장님과 성수 연방을 구경하면서 연신 대체 이 엄청난 시간차는 어디서 발생한 건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분명 팀장님도 출근길에 성수동 길을 오가는데 말이다. 성수 연방은 SNS 채널을 통해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SNS를 하지 않는 차장님으로썬 아무리 성수 연방이 성수동에 둥지를 튼 지 2-3년이 지나건 말건, 후미진 골목 뒤편에 박혀있는 이곳을 우연히 발견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위치는 큰 문제가 아니다. 책 '빅투 스몰'에서 손창현 대표가 했던 말처럼 소문만 퍼지면 요새 젊은 사람들은 먼 거리도 찾아오는 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성수 연방의 진짜 아쉬운 점은 애매한 규모와 콘텐츠에 있다.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못하게 규모가 작다. 처음 성수 연방 건물을 보며 드는 놀라움은 이곳을 주욱 둘러보고 나서는 실망감으로 바뀐다. 나야 띵꿀 스토어나 아크 앤 북을 좋아해서 그곳에 머무는 걸 좋아하지만, 이 두 곳을 제외하고는 중앙에 생긴 쌩둥 맞은 반려 동물 소품샵과 식당, 캐러멜 가게뿐이다.


 

 여기엔 식당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사실 식사는 한 끼면 족하기 때문에 식사도 하지 않을 식당에 들어가 구경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식당은 끼니를 때우는 데 맞춰진 공간이라 체류 시간을 길게 가질 수도 없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인구, 책을 즐기지 않는 사람 등의 취향을 고려하면 이곳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천상 가옥 카페에 가거나, 띵굴 스토어를 스윽 구경하거나 하는 선택지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날 같이 구경을 간 차장님은 연신 '한국의 첼시마켓'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첼시 마켓이 어떤 곳인지까지 설명까지 해주며 상당히 기대를 한 모양이었지만, 미국 첼시마켓을 초초 미니멀하게 단축시켜놓은 이곳 성수 연방을 보고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도 이곳이 첼시 마켓과 닮은 점은 분위기 조금과 적색 벽돌 건물뿐이었다.
 

 물론 여전히 성수 연방은 SNS에서 성수 핫플레이스로 알려져 있는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아크  북까지 사라져 버린 지금, 나는  이상 성수동에 놀러  친구를 이곳 성수 연방에 데려오지 않을  같다.


기대를 잔뜩  친구의 얼굴이 실망하는 얼굴로 변하는  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성수 연방이 다시 부활할  있을까, 경영난에 힘들다던 OTD 어서 코로나와 경영의 문제를 극복하고 변화된 성수 연방과 다른 멋진 공간들을 보여줬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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