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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an 10. 2021

불혹(不惑)

40대가 되었다ㅜㅜ.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갔을 때,

나는 스스로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다.

누군가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누군가의 선택이 곧 나의 선택이 되어버리는 것에서 벗어나

목적지를 '정하고', '달리고', '멈추고'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된 것에 감격했다.

마흔이 되기 전,

위와 같은(중년이 되었음을 느낄만한) 계기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직은 없다.


#

해가 바뀌고 40대 아저씨가 되었다.

빠른 생일이라 친구들보다 1년을  더 30대로 남아있었지만,

40대가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만 나이로는 30대라고 우긴다.)


40세를 우리는 '不惑(불혹)'의 나이라고 한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혹되지 않는 삶.'


혈기왕성했던 20대 때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이성이 대놓고 유혹하면 어떤 남자가 넘어가지 않겠어?'

'불혹(不惑)은 공자(孔子)니까 가능한 것이지.'

이런 마음이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40대는 물론 50이 넘어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30대가 되고 심지어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불혹'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깨달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체력의 부족함을 느끼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알게 되었다.


놀고는 싶은데,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갔고,

불의를 보면 화는 나는데, 싸우면 힘드니까 못 본 척하게 되었고,

새로움이 주는 신선함은 좋은데

새로움이 주는 스트레스가 싫어서 피하게 되었다.

피곤하고 귀찮아서 반응을 안 하다 보니

어느새 흔들리지 않는 중년의 이미지까지 생겨버렸다.

공자가 말한 불혹은 이런 것이 아닐 것인데

어쨌든 모양새는 비슷하게 맞춰지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형들을 보면 나의 40대가 기대돼"

한 방송에서 출연자가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나의 40대도 재미있고, 특별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태어나서 30년 동안은 별생각 없이 살았고,

나름의 규칙과 목적을 가지고 살아온 것은 이제 겨우 10년이다.

1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고, 앞으로 또 변할 것이기에.

나의 40대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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