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 Sep 02. 2016

다양함에 노출되는 소중한 시간

아산 프론티어 펠로우십 펠로우로서의 생활

* 본 글은 2016.08.29 아산나눔재단 블로그에도 작성된 글입니다. (링크: 아산나눔재단 블로그)



아산 프론티어 펠로우십에 지원하면서, 그리고 최종 선발 후 미국에 오기 전까지 제 마음 속에는 큰 궁금증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펠로우로서의 생활’이었는데요, 


‘호스트 기관에서는 무슨 일을 하게 될까? 다른 나라에서 온 펠로우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 교육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까?'


끊임없이 샘솟는 질문을 뒤로한 채, 미국에 오니 호스트 기관에서 일하는 경험뿐 아니라 다양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Global Leadership Lab이라는 이름의 집중 교육, 다양한 국적의 펠로우들과의 만남 그리고 미국 내 다양한 컨퍼런스에 자원봉사자 또는 참가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Global Leadership Lab을 통한 차이의 인식과 배움 

펠로우들은 1년에 3번 (1월, 5월, 9월) Global Leadership Lab (이하 GLL)이라는 이름의 4일 교육을 받습니다. 같은 기수 펠로우들뿐 아니라 현재 펠로우십에 참여하고 있는 이전 기수 펠로우들까지 다 함께 모이는 자리다 보니, 8-90명의 펠로우들과 끈끈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지난 1월에는 프로젝트 관리, 재무/회계를 주제로, 그리고 이번 5월에는 마케팅, 홍보를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주로 딜로이트 (Deloitte) 컨설턴트들이 프로보노 활동의 일환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외부에서 초청된 연사의 특별 강연이 있기도 합니다.

 

전체 펠로우가 모인 GLL에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


특히, 이번 5월 GLL에서는 마케팅, 홍보 주제에 맞춰, 펀드레이징에 성공한 광고 사례 몇 가지를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로 ‘See how easy feeding the hungry can be?’라는 광고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 이미지에 대해 아프리카 출신의 펠로우 친구들이 의견을 내었고 이를 통해 빈곤의 포르노 (Poverty Pornography)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http://www.trendhunter.com/trends/feed-sa


이 광고는 아프리카 지역의 가난과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Feed SA라는 비영리 기관이 광고대행사와 함께 제작한 것으로, 슈퍼마켓의 쇼핑 카트 안에 아프리카 아이의 사진을 노출시켜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마다 가난과 굶주림의 문제를 상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음식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아이에게 음식을 주는 것 같은 효과를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 이들을 도와주는 일은 쉬운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이 광고의 목적이었고, 실제로 기부금의 증대, 웹사이트 트래픽의 폭주 등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출신 펠로우들은 이러한 이미지가 아프리카에 대한 편향된 선입견을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사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모른 채 사진에 찍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누군가는 성공이라고 평가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을 돕기 위한 캠페인에 있어서 기존의 미디어들이 ‘아프리카=빈곤’이라는 인식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모금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복적이고 편향된 이미지 소비는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감각해질 수 있었던 문제를 GLL을 통해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우정, Class 20 동료 펠로우들

저와 같은 기간에 파견된 펠로우는 총 25명입니다. 터키, 호주, 파키스탄, 러시아, 이집트 등 국적도 정말 다양하지요. 본 프로그램의 협력 기관인 Atlas Corps를 통해 파견된 20번째 펠로우로써, 저희는 Class 20라는 동기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펠로우들은 Atlas Corps와 호스트 기관이 위치한 워싱턴 D.C. 에 파견되었고 샌프란시스코로 파견된 펠로우는 저 혼자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던 날, 동료 펠로우들은 저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계속 안부를 묻고 연락을 주었습니다. 고국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어려움, 외로움 등의 감정을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동료이기 때문이겠죠.


2016. 5월 GLL에서 Class 20 동료 펠로우들과 함께


그러면 이 친구들은 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번 글을 통해 Class 20 동료 펠로우 중 두 명의 친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다른 펠로우들의 정보가 궁금하시면, 개인별 biography가 담긴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Class 20 여자 펠로우들 (왼쪽에서 두번째 Ilona Filimonova, 여섯번째 Alanna Sousa)


브라질 출신의 Alanna는 영국에서 공부를 한 후 인도, 케냐, 캐나다, 모잠비크 등의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목적 (purpose)을 따르는 삶’이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체인지메이커로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Alanna에게 이번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사회문제와 소셜임팩트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더불어 비영리 섹터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 믿었기에 이번 프로그램에 지원을 했습니다. 


현재 Alanna는 Liter of Light USA에 파견되어 근무 중입니다. Liter of Light는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광 (solar light)을 공급하는 곳으로,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하여 낙후된 지역의 집, 거리, 회사를 밝게 비추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350,000개의 bottle light를 설치했다고 하는데요, 홈페이지를 통해 solar bottle bulb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Liter of Light 소개 영상]


Liter of light의 브라질 Chapter를 공동 설립했던 Alanna는 미국 Chapter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이 조직의 대표가 되는 것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Ilona는 HR, 마케팅, 재무, IT솔루션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과 비영리 조직을 연결하여 해당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미션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Taproot Foundation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인력 부족의 문제를 항상 느끼는 비영리 조직에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기부할 수 있도록 ‘프로보노 활동’을 기획, 운영하는 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Ilona는 이번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한 개별 조직의 관점을 넘어 비영리 섹터 전반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비영리 조직마다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가 다르고, 그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적합한 프로보노 전문가를 연결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지요. 


러시아에서도 Taproot Foundation의 모델을 기반으로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Ilona는 더 넓어진 시각, 그리고 더 깊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두 친구 모두 펠로우십의 가장 좋은 점에 대해서 ‘동료 펠로우들 간의 커뮤니티’라고 이야기합니다. 나고 자란 환경은 다르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펠로우들의 공통된 열정과 꿈. 이 열정과 꿈을 함께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 안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의 과정은 호스트 기관에서 경험하는 실무와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주지요. 


다양한 국적의 펠로우들


이외에도 Social Innovation SummitDevex WorldNexus Global Youth Summit과 같은 컨퍼런스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 참석하기가 어렵지만, 종종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나 이벤트에 대한 정보도 주고 있어 네트워크와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또 펠로우로서 등록비 또는 참가비를 할인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구요. 


다양함에 노출되는 펠로우로서의 생활

펠로우로서의 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양함에 노출되는 시간’입니다. 근무 환경도, 만나는 사람도, 사용하는 언어도 한국에서와는 많이 다르지요. 때로는 그것이 외로움으로,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자 성장의 기회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그럴 수 있다’라는 관용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나의 답과 기준으로 다른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는 마음도요. 앞으로 남은 6개월은 또 어떤 ‘다양함’으로 가득해질까요? 제 앞에 펼쳐질 모습을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기다리며 글을 마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