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디자인 앞에서 멘탈 부여잡고 문제해결하기
전공공부를 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시간에 쫓겨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머리가 띵해지는 때이다.
특히나 컨펌시간이 다가오고 있고 내가 봐도 너무 별로인데 이걸 사람들 앞에
보이며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날 정도로
마음이 초조해지며 어디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되던 시안도 예상치 못하게 좋지 못한 피드백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허접하기 짝이 없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은 마치 빨가벗고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것만큼이나 나의 치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작업을 하기 전, 머릿속에서 이미 계산이 된 스케치에서는 꽤 괜찮은 것이라 생각되었던 것도
막상 컴퓨터에서 작업을 하면 내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가는 경우는 아주 많았다.
그런 고통은 대학교 4년 동안, 학생 때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리고 약 10여 년간
디자이너로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일상처럼 겪는 일이었다.
물론 주변에 나보다 뛰어난 디자이너들은 휙휙 별문제 없이 잘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나는 늘 결과물을 완성할 때까지 산통을 겪을 정도로 맘고생을 해야 했다.
그 고통의 시간이 너무 싫어 디자인을 그만두고 싶다는 고백을 동료에게 했었는데
작업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동료마저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적이 있었다.
나는 올해 디자이너로 일한 지 만으로 20년이 되었고 햇수로는 21년 차가 되었다.
지금은 결과물을 내는데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내 작업 앞에서 좌절을 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디자인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스케치를 하면서 완성이 가능할 것인지 혹은 작업을 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정도의 계산이 되고 또 그 계획대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편이다.
내가 완성할 수 있는 작업 시간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일 때는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남몰래 밤을 새워 작업을 하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맘고생을 지독히 했던 오랜 시간이 있었고 또 시간이 지나며
경험이라는 것이 쌓이고 작업 양이 많아지면서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하게 디자인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친 지도 어느덧 10년이 다 되었고 지금도 수업을 하다 보면
과거의 나처럼 학생들도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멘탈이 무너졌거나
나에게 자신은 재능이 부족한 것 같다며 디자인을 계속해도 될지..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방황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주로 대학생에서 취업준비생 그리고 주니어급의 디자이너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에게서 볼 수가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작업한 도큐먼트를 하나씩 확인을 하다 보면
이 친구가 얼마나 고민을 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썼는지
혹은 몇 번 해보다가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그냥 수업에 참여하는 지를 알 수가 있다.
작업을 할 때 자신의 허접한 작업을 보게 되면 좌절감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학생들도 있고
빈 도큐먼트를 바라보고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공포감마저 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지 내가 예상한 대로 작업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최근에는 디자이너들의 작업과정을 아주 쉽게 영상으로 접할 수 있고 그들이 한 번에 그려내는
꽤 그럴싸한 작업을 보고 있으면 나는 왜 저렇게 그리지 못하는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종종 들었다.
세상에 작업을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자신은 거기에 비하면 너무 못해서 디자인으로
먹고살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는 걱정 가득한 고민이었다.
나는 이런 고민을 들으면 미안하지만 헛웃음부터 나온다.
나도 유튜브에 작업과정을 올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은 작업 경험이 꽤 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작업과정을 오픈하는 것은 각자마다 목적이 다 다르겠지만
디자이너로써 자신을 알리기 위한 공통적 이유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써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세상에 알리려고 하는 사람들은
혼자서 작업 수행이 A부터 Z까지 모두 가능한 상태이다.
그런 사람들과 취준생 신분의 본인과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마치 운동을 시작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되는 어린 학생이 국가대표인 선수를 보면서
나는 지금 저 국대만큼 못하니까... 재능이 부족해... 난 안될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그동안 업계에서 일하며 만난 수많은 디자이너 그리고 학생들... 많은 사람들의
디자인 작업과정을 지켜봤지만 한 번에 휙~ 그려서 결과물을 완성해 내는 천재는 없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잘 표현하려면 정말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니 지금 내가 취준생인데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연습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선을 하나 긋는 것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려면 수많은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디자인이 잘 안 된다고 불평을 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선을 그냥 찍- 긋고 마는 수준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을 잘 해내려면 섬세해야 하고 아주 작은 부분에서의 차이를
찾고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그것이 자신만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일러스트와 포토샵을 배우고 처음 디자인을 하는데 한 번에 휙~ 작업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고 불평을 쏟는 경우를 볼 수 있다.
4년을 전공하고도 디자인 실력에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인데
어찌 프로그램 하나 배우고 나서 쉽게 프로젝트를 만들거라 생각하는지... 답답한 마음이다.
만약 툴이 쉬워져서 누구나 대충 그려도 그럴싸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은 디자이너에게 돈을 주고 작업을 의뢰하지 않고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만들어서 그래픽을 사용할 것이다.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에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는 것이고 우리에게 돈을 주고
작업을 의뢰하고 고용도 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작업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많은 연습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재능을 운운하며 슬퍼하지 말고 하나라도 더 그려보고
이 이상한 디자인을 더 좋아질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수업을 신청하기 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에게 많이 하는 말이 있다.
포토샵, 일러스트는 곧잘 하는데... 디자인을 못해서 수업을 듣고 싶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막상 수업시간에 작업한 파일을 살펴보면
프로그램을 아주 극 초초보인 경우가 대 다수이다.
전공 학생이나 전공취준생, 심지어는 실무를 하는 디자이너 중에도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포토샵, 일러스트...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이제 국민 프로그램이 되었을 정도로
일반인들도 많이 다룰 줄 안다.
근데 이 '다룰 줄 안다'라는 것의 기준이 절대 일반인과 같아서는 안된다.
포토샵과 일러스트 중에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툴을 대부분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심볼을 그리는 과정을 살펴보면 제대로 그려내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에 어도비 프로그램은 더 쉽게 바뀌어서 펜툴로 형태를 그리는 것이 정말 편하게 발전했다.
하지만 자신이 과거 학원에서 배운 것, 혹은 늘 습관처럼 해오던 방법으로
아직도 밑에 이미지를 깔고 펜툴로 따는 것으로 형태를 완성하는 학생들이 많다.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이 쉬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 툴로 원하는 형태를 제대로 그려내려면 많이 그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디자인을 잘하는 학생들의 도큐먼트를 살펴보면 '정말 작업을 많이 해봤구나'라는 것이
작업 자체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작업이 습관화되어 있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다.
이 거침없이 그려낸다라는 표현은 한 번에 휙~ 그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형태를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도큐먼트 가득히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요소를
그려보고 시안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여러 시도를 해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이 잘 되지 않는다면 툴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면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해외 유튜버들이 복잡한 형태의 그래픽을 그리는 방법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된다.
내가 하는 방식과 차이는 무엇이고 어떻게 했을 때 표현이 더 잘되는지를 면밀하게 비교해 본다.
그리고 그 방식을 하나씩 따라서 그려보고 내가 작업을 하는데 적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유튜브를 그냥 감상용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냥 영상을 다 보고 나면 그 지식이 내 것이 될 거라 생각되겠지만
한번 보고 지나치는 것은 절대 내 지식이 될 수 없다.
창을 띄워놓고 스탑을 해가면서 하나씩 따라 그려보면서
내가 작업한 방법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형태를 잘못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비교할 수가 있게 된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식 중에 내가 가장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기초가 전혀 없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배우고 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원에서 프로그램을 배우고 나서 BX디자인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BX가 무엇인지... 심볼이 뭘 지칭하는지... 로고가 되어야 하는 조건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내가 어떤 것을 만든다면 그것에 대한 기본 정보가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관련된 서적 한 권 정도는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4년간 전공을 한 학생들조차도 취업을 BX디자인 분야로 하겠다고 하면서
아이덴티티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어 가는지에 대한 규칙에 대한 공부나
가장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디자인이 크리에이티브가 전부이고 프로젝트만 그냥 여러 개 만들면 공부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런 지식과 연습이 없는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건축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설계를 하고 집을 짓는 것과 똑같다고 본다.
배경지식이 없고 표현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뛰어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디자인도 공부가 필요하며 표현력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하고 많이 그려보는 연습을
평소에 미리미리 해두어야 한다.
프로젝트가 이미 시작되었는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표현을 해보려고 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완성이 되기도 힘들뿐더러 자신이 계획한 표현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여러 번 연습을 하고 만들어봐야 할 수 있는 것인데 프로젝트 중에 어찌 제대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인가.
대부분 학생들이 프로젝트 진행 외에 표현력 연습과 공부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수가 평소에 노래 연습을 하고 배우가 연기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서는 것처럼
디자이너도 평소에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것을 그리고 표현방법을 연습해야 하고
관련 공부를 해야 한다.
아무런 사전 공부나 연습 없이 바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니 당연히 내가 그린 형태가
이상하고 디자인 작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며 미궁으로 빠지게 되어 버린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고
많은 것들을 그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 한 번에 휙~ 그려내는 실력자가 있다면 그는 천재가 아니고
여러분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고 더 많이 그려 본 사람인 것이다.
재능이 뛰어난 친구라고 질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친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작업에 할애해 왔는지 모르고 있지 않은가.
재능이 부족함을 원망하지 말고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많이 그려보고 잘된 디자인을 관찰해 보자.
지난 시간 동안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한 것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브랜드디자인을 진행한다면 로고는 딱 한 가지만 디자인을 하고
그 안에서 서체만 몇 개 바꿔 본다거나 컬러를 바꾸고 위치 이동이나 크기만
조절을 해본 디자인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포스터 디자인을 진행한다면 딱! 하나의 작업만 쿨하게 한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이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업으로 취업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주일간 작업을 했다고
보기에는 작업의 양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딱 하나의 작업만 해오는 것이냐고 물어보면
그동안 학교에서 이렇게 한 개만 작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컬러를 변형하거나 레이아웃을 살짝 바꾸는 것, 서체를 바꾸는 것으로
이미 여러 시안을 자신은 만들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학교나 학원 등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시안을 몇 개 이상 만들어 오라거나
몇 가지 시안 중에서 더 깊이 있게 디테일한 부분을 조절하며 만들어가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시안 자체를 여러 개 만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건 학생의 잘못이 아니다.
결국은 모든 것을 빨리빨리 만들어 내려고 하는 교육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떠오르는 한 가지의 사고가 전체를 지배하면서
그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아도 해결책을 떠올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하나의 컨셉을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니 컨셉이 정해지면 이 컨셉으로 최소 5가지 이상의 표현방법을 빠르게 스케치를
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여기에서 5가지가 단순히 레이아웃을 바꿔본다거나 컬러를 바꾸는 것 서체를 바꾸는 등의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바꿔보는 것은 시안이 여러 개 만들어진 이후
디테일하게 디자인을 만지면서 몇 가지 테스트를 더 해보는 것이다.
다양한 표현 방법이라는 것은 그래픽의 표현방식, 다양한 레이아웃 등 하나의 콘셉트를
목표로 하는 다른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이렇게 다양하게 스케치하는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작업을 못하겠다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하나에 한 가지로만 꽉 찬 생각으로 어떻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겠는가.
스케치한 것 중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을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 된다.
작업을 하다 보면 스케치에서 괜찮다고 판단을 했지만 막상 작업을 해보면 이상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스케치 안으로 작업을 더 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초기에 했던 스케치에서 더 좋은 방향으로 아이디어는 발전될 수 있다.
경험이 많이 부족할 때는 스케치에 있는 디자인이 컴퓨터로 잘 구현이 되지 않지만
이것도 연습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면 디자인이 재미있어진다.
오랫동안 난 스케치로 아이디어를 초기에 정리해야 하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 적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스케치를 해도 작업으로 연결이 안 되어서 하지 않는다며
이게 가능하냐고 의문을 품는 의견을 내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스케치한 것을 제대로 구현을 못해 맘고생을 꽤 오랫동안 했었다.
과거 회사에서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신입사원들의 스케치 컨펌을 했었고
스케치 컨펌에서 통과된 3가지 정도의 안을 컴퓨터로 작업을 해오라고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스케치에서 통과된 시안을 내가 작업을 못해서 애를 먹었던 일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내 스케치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내 습관을 되돌아보기도 했고 작업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서
점차 스케치의 시안들을 컴퓨터로 자연스럽게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지 아이디어로 머릿속이 지배를 당하면 그 아이디어가 풀리지 않을 때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내가 처음에 낸 아이디어가 가장 별로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한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면 한 가지 생각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여러 아이디어를 도출하게 되면 다양한 생각으로 확장을 해서 문제해결 능력이 생긴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에 빠져있으면 답이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더 나은 작업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스스로가 차단시켜 버리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일을 하면서 한 가지 시안만 제출하는 일은 없다.
디자인을 잘하는 조직일수록 더 많은 디자인 시안을 확인하고 테스트를 통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정말 최선의 것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작업이 잘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여러분은 과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의 얼마만큼을
끌어내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디자인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한데 뭔가 속 시원한 비법은 없고
여러분이 가장 싫어하는 말인 '노오력'이라는 단어로 귀결이 되어 콧방귀를 뀔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노오력'이라는 것이 비웃음거리 정도로 되어 버렸지만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노력충이다.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사냐고 친구들이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노력이라는 단어보다는
그냥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으니까... 가 나에게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 보니 나만의 방법이 생겼고 이전보다 내가 더 나아지는 것 같아
디자인이 점점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AI로 인해 저절로 누구든지 디자인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디자이너가 작업하기 편하니까 좋은 것일까?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대가를 받기 어렵다.
디자이너가 프로젝트당 받는 비용은 디자이너마다 차이가 매우 크다.
이건 비단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업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돈을 많이 지불하는 것에는 그만큼의 이유가 존재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특징과 디테일이 존재한다.
아주 저렴하게 돈을 받고 로고를 만드는 일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AI가 만든
로고와 비교해도 그 차이를 느끼기가 어렵다.
다만 인간이 좀 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으니 웹사이트에 지불하는 돈보다는
조금 더 받는다고 생각을 한다.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작업이 허접하다고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내가 했던 작업을 컨펌받을 때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난 적도 있고
작업이 안돼서 밤새도록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던 일들도 많았다.
내 글을 읽고 작업하는 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여러 디자인을 해보고 하나의 형태를 그릴 때 역시 최대한 좋은 형태가 되도록 반복해서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시간도 많이 들고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불편의 다리를 건너 내가 그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자신의 실력이 조금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내 모습에서 더 나은 내가 되는 과정은 매우 불편하고 힘들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익숙함으로 만들어야지 자신의 실력이 되고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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