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사업의 위기가 온다면 그건 부부싸움일 거예요."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나눈 대화다. 지인도 부부가 같이 창업을 해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터라 '맞아 맞아'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해 본 사람만이 안다. 부부가 같이 일한다는 건 매우 좋기도 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경험으로 매우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나쁘지 않도록 '매우' 노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한 사업가는 부부가 같이 사업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의 수익을 아내와 나눌지언정 같이 일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남편과 같이 사업을 하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남편의 사업에 참여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업무를 주고받다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서 부딪치면 그것을 가족생활까지 감정적으로 끌고 올 수밖에 없었다. 회사 일은 회사일, 가족 일은 가족 일. 그렇게 분리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부부가 같이 사업을 하면 모든 일을 내 일처럼 하는 아바타가 한 명 더 생기는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장이자 직원인 셈이다. 반면 사이가 나빠져서 벌어진다면 사업의 반쪽이 날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 구멍을 메꾸어줄 누군가가 나타나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배우자만큼 열과 성의를 다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업을 하면서 넷플릭스에서 했던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의 구자가 생각났다. 남편이 사장이지만, 실질적인 실무처리와 영업은 구자가 다하는 사업. 뭐, 내가 구자처럼 예쁘고 능력 있고, 요리 잘하고, 팔방미인은 아니니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남편과 같이 일을 하면서 그 드라마가 많이 생각나는 이유는 남편과의 사이가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거다. 그 드라마에서는 구자의 남편이 외도를 하면서 사업도 결국은 잘 안된다.
꼭 외도가 아니더라도 그 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부부가 같이 사업을 하면 시너지 효과도 2배, 나쁜 효과도 2배인 것 같다는 거다. 좋을 때는 한 없이 좋지만, 나쁠 때는 끝도 없이 나빠질 수 있으니까.
게다가 회사일로 기분 나쁘면, 집안 분위기까지 안 좋아진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그냥 집안 분위기가 냉랭해진다고나 할까.
오늘도 남편과 일 때문에 감정싸움을 하다 말았는데, 남편의 업무 스타일은 시간 계산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18시까지 처리해야 할 일을 17시에 자료를 준다던가, 혼자 해보겠다고 하고선 결국 혼자서 하지 못해서 내가 나서서 정리해야 했다.
"이렇게 자료를 줄 거면 오전에 이야기했었어야지!"
내 입에서 고운 소리가 나가지 않았고, 남편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나도 오늘 놀지 않았어. 하루 종일 바빴다고."
저녁시간은 그 일로 인해 엉망이 되었다. 회사 일이 부부싸움까지 이어질뻔하다가 참았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었으므로 수습이 급했다. 간신히 수습하고 나서 분위기는 다시 나아졌지만, 남편과 언제까지 평화롭게 일할 수 있을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처리하지 못하는 많은 일을 그가 한다. 기술적인 문제나 설치는 모두 남편 담당이고, 정산과 세금 부분도 그의 담당이다. 고객이 문의해오는 기술적인 문제나 꼼꼼하게 챙겨야 할 세금 문제들을 나는 처리하지 못한다. 서로 공존하는 것인데, 문제는 오늘처럼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감정적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회사의 방향성에 이야기하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종종 도출되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이 사람과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사실, 사업이 잘될 때는 사실 별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사업을 그만두게 되는 날,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해진다. 우리는 평화롭게 끝날 수 있을까. 사업이 잘 안될 때도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탓이네 네 탓이네 왈가왈부하지 않고 서로 보듬으며 이겨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부디 평화롭기를, 일과 가정이 분리되진 않겠지만 부담되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