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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좋은 나이

소소한 일상

by 향기나


송도 컨벤션센터에 강사 김미경이 <인생내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기에 '가까우니 한 번 가서 들어볼까?'하고 신청했다.


잘 나가던 스타강사가 논문표절로 자취를 감추었었는데 얼마 전 미국에서 영어로 연설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여전히 꿈틀거리는 그녀의 용기와 도전이 대단하게 여겨졌었다.


피아노 교습 선생님으로 시작한 그녀의 직업은 이제 여러 가지다. 기업인, 책도 20권 넘게 쓴 작가, 방송인,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아 올렸다.


'그녀에게 성공인들에게 있는 남다른 무언가는 뭘까?' 궁금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생각 없이 그녀의 강의를 들으러 갔는데 무료인 이유가 있었다. 보람상조를 한참이나 소개하여

'이게 뭐지? 나갈까? 조금 참으면 끝나겠지? 언제 끝나지?' 처음 겪는 지루한 홍보에 좌불안석이다. 제대로 프로그램을 읽지 않고 신청한 내 탓이다.


게다가 사회자가 레크리에이션을 한다고 "오른쪽 사람 어깨를 6번 주물러라, 왼쪽 사람 어깨를 4번 주물러라." 하면서 선물로 꼬시며 과도한 리액션을 요구했다.

처음 가본 그야말로 적응 안 되는 행사장이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고 사회자의 웃음 터지는 재미난 진행으로 어느덧 빠져들어 깔깔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이래서 스트레스 풀러 사람들이 오는구나.'



잠시 후 <인생내편>이란 주제로 강의할 그녀가 짠! 하고 나타났다. 긴 기다림 끝이라 모두의 눈이 출입문 쪽으로 쏠린다. 검정블라우스에 흰 통바지를 입고 손을 흔들며 등장하는 당당한 그녀가 보기 좋았다.


강의의 시작은 찰진 욕으로 가족의 근황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녀의 입담은 유쾌해서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금세 빨려 들게 만들었다.


통쾌한 웃음 속에 각기 다른 가족의 기질과 성품을 존중해야 한다는 속내도 잘 전달했다.


이어진 오늘의 주제는 우리가 잘못 잡고 있는 현재의 위치를 바로잡아 주어야 내 인생이 내편이 된다 하며 수명나이를 강조했다.


30년 전 우리나라의 중위 나이가 28.8세였는데 지금의 중위 나이가 47세란다. 시계로 비유하면 30년 전에는 29세가 정오 12시였다면 100세 시대인 지금은 47세가 정오, 한창 일할 시간이라고 했다. 이제는 본인 나이에서 20세를 빼야 진짜 나이라는 것이다.


"40대~60대는 절대 인생정산을 하면 안 됩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하셔야 해요. 뭐든지 미뤄두었던 것들을 배우세요."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전에 누군가가 시계에 비유해서 인간 나이를 정정해 주는 걸 흘려본 적이 있는데 그녀는 그 이론을 적정한 비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설득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설득당했다. 그녀의 탁월한 능력이다.


그녀의 말대로 인간 수명을 100세 기준으로 하면 20세까지가 유년기. 20~40대까지는 퍼스트 라이프(First Life), 50~70대까지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80~100세가 노후가 된다.

나는 이제 세컨드 라이프를 즐겨야 할 때다.


세상 흐름은 너무 빨라지고 AI는 각종 신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오래 살 일만 남았다.


그 덕분에 나는 퍼레니얼 세대가 되었다. 퍼레니얼(Perennial)은 원래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단어로, 시들지 않고 오래가는 짱짱한 다육이 같은 콘셉트이다. 이런 짱짱한 다육이들은 새로운 기술, 문화, 트렌드,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퇴임 후에는 오롯이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이를 잊고 자기 성장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평생학습으로 새로운 배움을 시도하는 요즘의 신중년들이 퍼레니얼의 주인공이 아닐까? 나 또한 그 중심에 있다.


강의장을 나오며 줄어든 나이로 뿌듯해진 젊음은 의욕을 부른다.

"앗싸! 나는 40대 초반이다. 뭐든 할 수 있는 나이.

하고 싶은 거 뭐든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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