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구름달팽이 글쓰기
어반스케치를 끝내고 나오자 비가 한두 방울씩 내린다.
'생각 비우고 쉼 속에서 감정을 꺼내 늦어진 과제를 해볼까?'
비가 오려해서 그런지 다급해진 의욕이 솟는다. 이 기분을 소중히 담아내기 위해 가까운 카페에 들렀다.
'클라우드나인' 이름이 예쁘고 손님이 없어 가끔 책 읽으러 오는 곳이다.
출입구에는 하늘처럼 파란색의 인테리어와 흰 구름모양의 간판이 이름값을 한다.
갈색 페도라 모자를 늘 쓰고 있는 사장님은 60대 전후의 나이로 늘 말없이 무표정한 모습이다.
테이블은 6인용 하나, 4인용 둘, 2인용 하나가 전부인데 모두 비어있다.
올 때마다 '이래서 장사가 되려나? 아지트가 없어지면 안 되는데ᆢ' 생각한다.
'라테가 맛있는 집'이란 입구의 광고현수막을 보고 대추라떼를 시키고 창가에 자릴 잡았다.
창밖 데크엔 내 허리 위까지 자란 측백 화분 셋이 줄지어 난간을 만들어 주고 안쪽으론 제법 나이 든 대여섯 개의 나무 화분이 놓여 있다. 초록의 잎들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생기 있는 얼굴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들썩들썩한다.
잠시 카페 관찰하기 연습을 끝내고 폰을 열어 어제 찍은 수업내용을 되새김질해 본다.
이번 주 과제는 '장면화하기'.
방향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 위해 피피티를 여러 번 읽고 있다.
'장면화! 장면화!' 비우러 온 머릿속이 다시 헝클어지고 있다.
흘러나오는 가요를 주방 구석에서 흥얼거리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제법 굵어진 빗소리와 함께 카페 안에 넘친다. 도로에서 오가는 차들이 빗길 쓸며 가는 거센소리도 열린 문으로 성큼 다가든다.
어제 뒤풀이에서 작가님이 해 주신 말처럼 혼자 여행하 듯 온 카페인데 여전히 마음 들여다보기에 실패한 것 같다.
배꼽시계가 점심이 지났다고 알린다.
'에구~ 감정 쥐어짠다고 궁상떨지 말고 집에 가서 밥이나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