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머리카락, 어깨선에서 찰랑이니 가볍게 묶고, 그런데 갑자기 머리카락 뒷길이가 갑자기 끝나는 느낌, 조금은 뭔가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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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이 휑하니 떠 있다.
낮달을 보고 있으면 때로는 신비롭고 때로는 어중간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테면 밤이 아닌 낮에 보는 달은 하얀색이다.
더구나 입체적이라기보다는 평면적으로 다가온다.
사물이 아니라 그림으로 다가온다.
실재가 아니라 가상으로 온다.
꺾여 사그라든 연잎은 초록 물배추와 대비다. 연잎은 사그라들 때 뚝 고개가 꺾인다. 그래야 죽는다. 그런데 연대가 시들고, 커다란 잎이 이미 수분을 잃어 가벼워졌어도 그 부피는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연대가 그걸 이기지 못하고 푹 떨궈지는 것이다. 수면에 닿아도 그렇게 떠 있다가 수면 아래로 점점 잠기며 수면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온 곳으로 되돌아갔다.
단풍 든 가로수, 그 아래 낙엽이 떨어져 있다. 낙엽 위만 일부러 걷는다. 낙엽 밟는 소리가 귀에 가까이 들린다. 숲길 소리가 난다. 듣기에 좋았다.
파마는 물 건너갔고
큰맘 먹었는데 파마도 맘대로 안 되네
여름부터 마음먹었는데, 이제야 파마 좀 해보려고 했더니!
맘대로 되는 것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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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려 놓은 콩을 삶아서 두유 만들어 마셨다.
으흠, 두유는 내 맘대로 맛이 만들어진다.
병아리콩, 렌틸콩, 검정콩, 강낭콩, 호랑이콩을 샐러드로 먹다 말다 했으나, 이번에는 두유를 만들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