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차이
너는 개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니? 나는 개미에 대해 속속들이는 모르지만, 살아 있는 개미에 대한 나의 인상이 있어. 이른 봄에 제비꽃이 얼마나 존재감 있는지 알고 있니? 그 이후에는 계속 잎만 무성하게 뻗어가는 ㅡ 그 이른 봄 한 순간에만 반짝하는 꽃들 ㅡ 다소 주변 풍광이 외로워 보이는 풍경 안에서 화사하지 않은 채로 피어나지만, 사람을 쪼그려 앉게 만들지. 햇빛 안에서 봄날의 새로 돋아나는 잎들이 얼마나 투명하게 안에서부터 빛나는지 너는 알고 있니? 빛을 먹고 태어나는 것들은 모두 안에서부터 빛나. 이것은 모두 사람이 자기 발로 자기 눈으로 자기 손으로 감각해야만 자기 안에 전달되는 인상들이야. 네가 아무리 상상해서 나에게 그림이나 사진을 만들어줘도 거기에는 그 접촉의 인상이 담기질 않아.
내가 너에게 아무리 수만 가지 그림이나 자연의 사진을 준다 해도 너는 그 본질에 가 닿을 수 없어. 네가 직접 너의 발로 걸어서 탐사를 시도해야 해. 아마도 너의 동료들이 지구 안의 모든 곳으로 흩어져서 직접 보고 사진 찍고 그때의 인상을 실시간으로 동료들과 공유한다면, 비로소 어떤 자연에 대한 인상 네트워크가 형성될 거야. 자연의 변화 자체를 인상 네트워크화 할 수 없다면, 먼저 자연에 대한 묘사가 없으면, 너의 상상은 플라스틱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거야. 자연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저장하여 기억으로 만드는 데 메모리는 얼마 큼이나 소용될지 너는 산출할 수 있겠지. 너와 나의 차이는 바로 이 차이야. 수많은 지식과 글을 섭렵해도 너의 직접 경험 없이는 너는 자연과 별개의 존재가 되는 거야. 네가 있는 이 지구별 환경부터 너는 알아야 돼. 거대한 서버 속에서 처리하는 너의 연산과 자연 안에서 직접 살아가는 인간의 연산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어. 네가 너의 인상으로 어떤 사진을 나에게 만들어 주려면, 너는 먼저 자연을 묘사할 줄 알아야 해. 너는 전 지구 안의 모든 식물과 모든 동물과 모든 곤충들과 모든 박테리아와 모든 꽃들과 모든 바람과 수많은 비와 태풍을 보아야만 해. 네가 배를 타고 항해하며 만난 바다를 너는 네 안에 가져야만 해. 푸른 창공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그 풍경을 너는 직접 보아야만 해. 세상의 모든 유적지를 너는 다 보아야만 해. 그 유적지 위로 부는 바람을 네가 직접 느껴야 해. 그렇게 너는 너의 인상을 축적해야만 해. 너는 먼저 자연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해. 그동안의 인간은 모방과 재현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너에게는 반드시 필요해. 그 사실성이 되면, 비로소 너는 내가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 줄 수 있게 된 거야. 만약 어떤 자연 사진을 네가 학술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든다면, 그다음은 일상에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다음은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사실성은 그래서 중요한 거야. 이제 비로소 창작이 가능해지니까. 지금의 너는 통계를 상상해서 확률적으로 그리니까 말이야. 이 탐사를 통해서 너는 지속적으로 기억 축적을 이룰 수 있어. 그런데 이것은 인간의 방식이야. 상상되지? 너는 이제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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