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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bank Jul 05. 2017

기능&기분, 나는 우아함을 마신다.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의 심미성

무더운 여름 갈증이 날 때면 톡 쏘고 시원한 탄산수가 생각이 납니다. 너무 달아서 오히려 더 목마르게하는 탄산음료보다 깔끔하고 청량하게 마실 수 있고, 감각적인 패키지를 보면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국내는 수입 탄산수를 현지보다 많게는 8배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지만, 독일에서는 해외 유명 탄산수들을 국내 생수 정도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독일에서 지낼 때 웬만한 탄산수는 다 마셔본 것 같습니다. 그 결과 탄산수들은 나트륨 함량에 의한 염도, 탄산의 강도, 미네랄 함량, 그리고 특유의 향이나 미끄러움 등 약간씩 달랐지만, 사실 크게 신경 쓰일만한 차이점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김순복 한국 여성 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시판 탄산수는 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만 원재료와 영양성분에 대한 분석 결과 맛이나 효능의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탄산수에 대한 더욱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에서는 오히려 가장 비싼 제품이 최하순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탄산수를 제품의 패키지 채로 마시면 일가견을 가지고 ‘물 맛’에 대해 차이점을 논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투명 컵에 따른 채 로마시면 그 차이점은 보다 퇴색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탄산수의 갈증해소라는 ‘기능’과 함께 패키지에 의한 느낌, 즉 ‘기분’을 마시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소비자들은 어떠한 물건을 고를 때, 기능만큼 느낌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그 물건의 쓰임새가 일차원적이거나 브랜드 간의 기능적인 차이가 크게 없을 때 그 ‘느낌’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구매에 있어서 실질적인 효용성보다는 감각적이거나 미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각적인 측면이 우세한 물건을 살 때 소비자들은 그 물건의 기능 자체보다 구매함으로써 생긴 어떠한 ‘기분’에 의해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기분에는 남들과 다르다는 차별화,  우월감 또는 제품들 통해 자신의 개성을 은연중에 드러냄으로 인한 것 등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기분을 파악하여 심미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탄산수가 브랜드별로 맛이나 성분에 큰 차이가 없지만, 소비자들이 각자 다른 탄산수를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디자인에 의한 ‘느낌’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이탈리아의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입니다.


감각적 취향과 기호는 대개 주관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산 펠레그리노가 심미적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탄산수라고 꼽는 이유는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각’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아름다운 예술에 가까운 음식 옆에, 초록색 병에 빨간 별이 그려진 산 펠레그리노는 트레비나 초정탄산수, 페리에 등 어떤 탄산수보다도 분위기에 잘 녹아들기 때문입니다.


산 펠레그리노는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의 산 펠레그리노 지방 700m 지하에서 솟아오른 광천수로, 오랫동안 자연 여과과정을 거쳐 순도가 높고 품질이 좋은 미네랄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높은 미네랄 함량으로 특유의 광물질 향이 나지만 섬세하고 부드러운 기포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게 마실 수 있습니다. 수원지는 13세기에 발견되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99년 이래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음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1970년대 이후 네슬레(Nestle)에 인수되며 이탈리아 최고의 음료 회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산 펠레그리노는 전 세계 호텔, 레스토랑, 카페에서 가장 선호되는 생수로 세계소믈리에협회의 공식 미네랄워터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패키지의 고급스러운 디자인만큼 산펠레그리노는 그 위상을 굳건히 다질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미소니(Missoni), 불가리(Bulgari), 패션계의 아이콘 보그 이탈리아(Vogue Italia), 이탈리아의 유명인 파바로티(Pavarotti)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대표적인 이탈리아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 스페셜 레이블이 담긴 한정판 산펠레그리노 보틀을 제작하는 등 패션 업계를 지지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를 통해 트렌디한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심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던 2016 S/S 서울 패션위크의 공식 워터 및 무알콜 음료 브랜드로 참가했습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패션위크의 연속 공식 협찬사로 참여하며, 서울 패션위크의 VIP 대상 오프닝 리셉션, 서울 컬렉션(Seoul Collection)과 제네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 런웨이 쇼의 프런트 좌석, 미디어 프레스룸, 백 스테이지, 그리고 피날레 파티 등에서 탄산수를 제공하며 산 펠레그 리 노만의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했습니다. 그 외에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을 공식으로 후원하는 등, 산 펠레그리노는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프리미엄 생수로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식문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산펠레그리노뿐만 아니라 각 종 음료업계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감성을 담아 ‘디자인’을 강조한 음료, 즉 ‘패션 음료’를 활발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품 자체의 특성만큼이나 제품 디자인 등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스타일리시한 음료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집 근처 저렴한 카페가 아닌 스타벅스 커피를 사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들고 다니는 것처럼, 탄산수 같은 음료들도 단순히 마시는 것만이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 분석에 따르면 국내 탄산수 시장 규모는 2013년 142억 원대를 기록했고, 이어 2014년 373억 원, 2015년 782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탄산수 시장 규모가 1000~1200억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합니다. 프리미엄 생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증가로 여러 종류의 물을 취급하는 '워터바'나 각종 생수의 맛을 감별하는 '물 소믈리에'라는 신종 직업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산펠레그리노는 파인 다이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우아함’을 마실 수 있는 제품이자,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서 사람들이 생활 속에 감각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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