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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bank Jun 02. 2020

요가를 하는 이유

'나'를 키우는 힘


사람에게 유전적으로 정해진 몸무게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나를 보았을 땐 꽤 맞는 말 같다. 고1 때 성장이 끝났을 무렵의 몸무게가 있는데, 꾸준히 쪘다 빠졌다를 반복하며(바쁘고 힘들 때 찌고, 한가할 때 빠지는 특이한 몸이다....) 언제나 다시 그 몸무게로 수렴한다.


그 몸무게를 한 번 벗어나 보고자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특히 하루 약 10시간 노트북에 빠져 살아 목은 점점 앞으로 나오고 등은 딱딱하게 굳어가며, 사람보다 거북이에 가까워지는 느낌도 들어, 나는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예전에 2년 정도 요가를 했었기에, 물론 요가가 살이 빠지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오히려 식욕이 돋아 늘기도 했다...) PT, 주짓수, 스쿼시, 스피닝 등 다양한 다이어트 효과 만점 운동 중에서도 나는 요가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 찾아내며 나를 설득했다.


특히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몸이 이끌리는 건 아쉬탕가와 플라잉 요가다. 이 요가들은 근력과 유연성 등 신체적 변화도 일으키지만 가장 좋은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정신적 요소이다.


1. 뿌듯함 & 중독성


처음 플라잉 요가를 했을 ,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수강생들과 선생님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허벅지에 피멍이  정도로, 너무 아파서 ! 소리도 나지 않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1 1초가 길게 느껴지고 빨리 이곳을 도망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에 돌아가면 뿌듯하고 다시 생각나고, 이 생활을 반복하니 어느새 나도 고통을 시원함으로 즐기고 있었다. 좀 덜 아픈 날에는 아쉽기도 했다. 특히, 공중에서 몸을 베베꼬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동작을 참고 끝냈을 땐, 내가 이런 동작을 해냈다는 사실에 너무 뿌듯했다.


아쉬탕가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닿지도 않던, 이렇게 멀까 싶었던 손과 발끝 사이가 어느새 닿고, 동작들이 하나 둘 익숙해져 가며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2. 비움(空)

앞서 말했듯 플라잉 요가는 고통스럽고, 아쉬탕가는 일정하고 반복되는 시퀀스를 따라가며 어느 정도 인내심과 근성, 지구력을 요구한다. 이과정에서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내 몸에만 집중하게 된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 머릿속을 비우기 쉽지 않다. 팀장님이 스치듯 한 한 마디, 옆자리 앉은 동료가 키득거리던 모습 등 별것 아닌 일들이 한구석에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 자기 전에도 다음날 회사의 걱정을 하며 잠든다.


회사는 회사일뿐 퇴근하는 순간 '나'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따금 회사의 생각들이 나를 집어삼키려 한다. 이럴 때, 요가는 하루 동안 쌓아온 생각 더미들을 하얗게 비우고, 오로지 손가락 끝 발가락 끝에만 집중하게 한다. 사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바둥거리다, 또는 아프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하얗게 되는 것이지만.



요가를 한지 꽤 돼서, 나름 요가에 자신감도 붙었지만 그래도 또 선생님을 보면 내가 한없이 멀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그 말은 그만큼 더 나아갈 길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언젠가 강사 자격증도 도전하고, 우붓에서 자연 속에서 하는 요가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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