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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oJang Aug 22. 2019

비우는 삶, 비워내는 일상 (1)

습관적으로 하던 일상을 내려놓다

누구나 그렇듯 삶에서 무언가를 채우고 사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 여기며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지극히 흔하디 흔한 그런 류의 사람... 그런 저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불현듯 찾아오게 되었고,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그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답을 구하려 노력하다 보니 얻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비움'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삶을 대하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살면서 '비움'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되었고 가장 많이 바뀐 것이 '먹는 것'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담배를 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4년 전에는 고기, 3년 전에는 술, 2년 전에는 밀가루, 그리고 올해 들어서 커피를 끊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나 목적도 다 제각각이고, 끊고 난 이후에 삶에 미쳤던 영향도 다르지만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의지력이 강해서 이 모든 것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순전히 의지력에 기대서 끊으려고 했다면 애초에 실패했을 것입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비움을 실천했더니 어느새 담배, 고기, 술, 밀가루, 커피가 제 삶에서 비워져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라는 말이 막연하기는 하지만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라고 다짐을 하게 되면 의도적으로 일찍 일어나려고 많은 노력 해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아침에 일어납니다. 시간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일찍'이라는 기준만 빼고 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비움'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비움'의 시작은 내가 습관적으로 하는 일상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상을 돌이켜 보면 '남들이 하니까' 혹은 '원래 그래 왔으니까'라며 별다른 고민 없이 해오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상을 가만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 어떤 선입견도 가지지 않고 오래 두고 관찰하여 사실에 가깝게 인식하는 것입니다. '좋음' '싫음'이라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객관적 사실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일상 속에 나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정말 이것이 필요한가?', '그것이 나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이지?'라고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답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선뜻 답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지로 답을 해봤지만 그마저도 금세 다른 답으로 바뀌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쉽게 바뀌지 않는 답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삶에서 불필요한 부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저는 의지력이 약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담배, 술, 고기, 밀가루, 커피를 차례로 끊게 되었고 지금은 제 자신이 조금은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도 끊기 어렵다는 것들을 큰 어려움 없이 다 끊을 수 있었는지 하나씩 풀어서 남겨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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